[글로벌 현장]
‘유러피언 신진 디자이너들의 철학’ 네덜란드로 전파
천연소재 가구 제작에 꽂힌 네덜란드
(사진) 아마 식물(flaw)을 이용해 만든 의자. /김민주 객원기자

[헤이그(네덜란드)=김민주 한경비즈니스 객원기자] 네덜란드의 젊은 산업 디자이너들이 천연 소재를 이용한 가구 제작에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해당 기술을 본격 상용화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지만 지속 가능한 발전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유러피언 신진 디자이너들의 철학을 들여다볼 수 있다.

델프트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20대 디자이너 니엔케 호흐브리트는 해초를 이용한 여러 종류의 생활 가구를 선보이고 있다. 그녀는 지난해 해초로 만든 의자와 테이블인 ‘시미 컬렉션(The Sea Me collection)’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해초에서 추출한 원사를 이용해 의자 천을 제작했고 의자와 테이블 상판 염색에 필요한 염료도 해초에서 전부 얻었다.

◆ ‘생선 껍질 의자’ 등 친환경 가구 제작

호흐브리트 디자이너는 이미 몇 해 전부터 다시마과에 속하는 해초에서 뽑아낸 원사와 오래된 낚시 그물을 엮은 러그를 제작한 이른바 ‘시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해조류가 지속 가능한 친환경 섬유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해 왔다.

‘시미 프로젝트’는 2014년 네덜란드 디자인 위크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이후 정부의 문화창조기금을 통해 연구비를 확보하게 된 그녀는 해초를 산업 디자인에 접목할 수 있는 방안에 더욱 집중했다.

그녀는 2년간의 연구 끝에 해초에서 뽑아낸 섬유질을 이용해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원사를 만들었다. 이 원사는 합성섬유와 매우 유사한 성질을 갖고 있으면서도 훨씬 부드럽다는 특징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심플한 디자인의 철제 프레임 의자에 손으로 직접 짠 직물로 만든 시트를 달아 해초 의자를 완성했다. 원사와 함께 해초의 종류별로 녹색·갈색·회색·분홍색·보라색 등 다양한 색상을 얻어내 직물 염색도 가능하다.

시미 컬렉션에 포함된 사이드 테이블에는 나무 상판이 사용됐는데, 이때 상판 페인팅에 필요한 염료는 네덜란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갈조식물의 일종인 해초(bladder wrack)에서 추출했다. 시미 컬렉션을 통해 해초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녀는 가구를 생산하고 남은 재료를 이용해 100% 해초로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 그릇도 제작했다.

그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마도 미래에는 완전히 해초로 만들어진 집에서 살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해초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재료들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호흐브리트 디자이너는 현재 해초 가구를 비롯해 버려진 생선의 껍질을 의자의 가죽으로 활용하는 등 친환경 가구 제작에 앞장서고 있다.

또 다른 네덜란드 디자이너 크리스틴 마인더스마는 리넨의 원료로도 널리 사용되는 아마 식물(flax)을 이용한 의자를 만들었다. 그녀가 개발한 것은 아마 식물에서 얻은 인피 섬유와 옥수수에서 추출한 폴리락트산을 결합한 생분해성 가구다.

2003년에 아인트호벤 디자인 아카데미를 졸업한 마인더스마 디자이너는 돼지 한 마리를 통해 생산되고 있는 모든 식품·제품군을 3년간 연구해 책으로 출간한 ‘피그(Pig) 05049’ 프로젝트를 진행해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이후 관심 주제를 아마로 옮긴 그녀는 식물을 재배하고 가공할 수 있는 방법을 이해하기 위해 농장을 구입하며 5년 동안 연구에 매달렸다. 마인더스마 디자이너는 “아마는 전통적으로 고품질의 원단에 사용된 소재이며 네덜란드의 기후에도 정말 잘 자라는 식물이기 때문에 더욱 호감이 간다”고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 ‘아마 식물’ 이용한 의자도

디자인 업체와의 협업으로 아마 의자를 완성한 마인더스마 디자이너는 ‘2016년 더치 디자인 어워드’에서 제품 부문의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심사위원은 “아마 의자는 현대 디자인이 달성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예”라고 말했다.

그들은 “이 프로젝트는 분명히 다른 의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이것은 아마의 물질적 특성을 장기간 연구한 결과이고 과소평가된 아마 섬유의 가치를 회복시키려는 바람이 담겨 있다”고 호평했다.

그녀는 “디자이너로서 미래의 골동품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우리는 순환 시스템의 일부가 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인더스마 디자이너는 의자 후속으로 테이블 제작을 계획하고 있고 기존 의자 디자인에 새로운 색상을 입히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한편 라트비아 출신으로 네덜란드에서 디자인 공부를 한 타마라 조올라는 솔잎으로 가구와 직물을 만든다. 그녀는 유럽연합에서 매년 수억 그루의 나무가 잘려 나가고 해마다 4억kg의 솔잎이 목재 폐기물로 버려진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조올라 디자이너는 “연구의 시작은 식물과 기술의 잊힌 가치에서 출발했다”며 “연구를 통해 과거에는 소나무가 음식·약·가구와 집 짓는 재료 등 훨씬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먼저 네덜란드 임업위원회의 도움으로 목재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접할 수 있었고 오랜 연구 끝에 솔잎에서 섬유를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한 이 섬유가 실제 제품화될 수 있는 방법들도 모색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솔잎에서 에센셜 오일과 천연 염료도 추출했다. 이를 통해 나무 전체를 소비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게 됐다.

그녀는 솔잎으로 만든 종이·직물·가구들을 ‘포레스트 울(Forest Wool)’이라고 이름 붙였고 솔잎 러그와 솔잎 의자를 ‘2016 네덜란드 디자인 위크’ 기간에 전시하면서 솔잎 가구들이 기성 마켓에서 충분히 매력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올라 디자이너는 현재 재료를 더 개발하고 자신의 기술을 이용해 본격적으로 상업적인 상품을 만들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있다. 그는 이케아처럼 목재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기업들도 솔잎으로 가구를 만드는 새 기술을 이용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