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제 1264호 (2020년 02월 19일)

윤건영 “‘복심’이란 평가, 국정 운영 부담 될까 靑 나왔다”

 [주목 이 정치인]


- “바닥 민심, 정치 불신·혐오·냉소 짙게 깔려…4·15 총선 與에 쉽지 않은 선거 될 것 같다”


- "청와대, 고인물 돼선 안돼...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총선에 대거 나선 참모들 양지만 쫒는다? 특혜 받고 싶지 않다"


-"2011년 문 대통령에게 정치에 나서달라고 적극 설득"


-"북미가 앞바퀴, 남북은 뒷바퀴...뒷바퀴, 앞바퀴 추월 안돼"


-"현금 주는 금강산 관광 방식은 어려워...탈출구는 개별 관광"


-"유재수 사건, 울산시장 선거 개입 답변할 가치도 없어"



[한경비즈니스 = 홍영식 대기자·김우섭 한국경제 기자]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호위무사’, ‘복심’으로 통한다. 그런 그가 약 2년 7개월간의 청와대 참모 생활을 마치고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서울 구로을 출마를 선언했다. 9년간 바로 옆에서 보좌했던 대통령 곁을 떠난 이유에 대해 “고인물이 돼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복심’이나 ‘측근’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겠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라고 했다.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는 구로을에 출마한 것을 두고 ‘양지’를 쫓아온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청와대 출신이라고 특혜를 받을 생각은 없다”며 “여야를 떠나 정치권 자체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짙게 깔려 있어 쉽지 않은 선거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남북한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특사로 북한을 두 번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는 등 남북한 관계 최일선에서 메신저 역할을 했다. 그런 만큼 답보 상태에 있는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기 위한 여러 구상들도 제시했다.



- 구로을과 어떤 인연이 있습니까.


“학창 시절 사회 운동을 할 때 수배 받아 그곳에 숨어 지낸 적이 있습니다.”



- 국정기획상황실장은 어떤 자리입니까.


“일종의 정책위기관리센터입니다. 정책에 대한 모니터링을 주로 하면서 문제가 있겠다 싶으면 경고도 하는 일종의 ‘워치독’, ‘파수꾼’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경제·사회·안전·안보 등 하루에도 다뤄야 할 이슈가 여러 차례 바뀝니다.”



- 문 대통령과 언제 처음 만났나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비서관을 할 때였습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시민사회수석·비서실장으로 일했습니다. 직장 상사였죠. 문 대통령이 2011년 ‘운명’이라는 책을 냈을 때 많은 분들이 정치에 나서라는 설득과 요구가 있었고 내가 적극적으로 그렇게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2012년 총선 때 문 대통령이 부산 사상에 출마했어요. 2011년 12월 부산에 내려가 옆에서 선거를 도왔습니다.”



- 당초 정치에 별 관심이 없다던 문 대통령에게 정치를 해야 한다고 설득한 이유는 무엇이죠.


“이명박 대통령 임기 시작 이후 4대강, 공권력 행사, 인권 등 모든 면에서 역류 현상이 심했습니다. 또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문 대통령의 경쟁력이 꽤 높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정치하자고 설득하고 요청했습니다.”



- 대통령 호위 무사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왜 청와대에서 계속 보좌하지 않고 출마했습니까.


“첫째는 청와대가 고인물이 돼선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처럼 오래 근무한 사람은 나오고 새롭고 능력 있는 사람이 들어가는 선순환 구조가 돼야 합니다. 둘째는 복심·측근이라는 평가가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겠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셋째는 문재인 정부가 하고자 한 촛불 개혁 완수를 위해 국회에서 할 일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 청와대 참모들이 대거 출마하는데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참모 자리를 정치인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죠.


“아직 경선도 시작 안 했어요. 공천 결과를 보고 판단하면 좋겠습니다. 민주당은 시스템 공천을 해 오고 있어요.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민주당 정부입니다. 촛불 정부의 성공을 위해 청와대든, 국회든 어디에서 일한다는 것은 중요한 게 아닙니다.”



- 청와대 참모들이 양지 지역구만 쫓아다닌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양지·험지 얘기하기 전에 선거는 다 어려워요. 청와대 출신이기 때문에 특혜를 받고 싶지 않습니다.”



- 구로을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는 지역인데, 이길 자신 있습니까.


“여야를 떠나 정치권 자체에 대한 불신이 심합니다. 전 연령대에 걸쳐 정치 불신과 혐오가 저변에 짙게 깔려 있습니다. 정치 자체에 대한 냉소가 있는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선거 분위기가 형성돼 있지 않은 실정이에요. 쉽지 않은 선거가 될 것 같습니다.”




- 야당 심판론을 제기하는데 정권 중반에 치르는 선거는 기본적으로 정권 심판이 돼야 하는 것 아닙니까.


“오죽했으면 야당 심판론이 나왔을까 생각해요. 여론 조사를 보면 야당 심판에 대해 50~60%의 국민이 동의합니다. 야당이 반성해야 할 지점이죠. 청와대에 있을 때 추가경정예산안을 4월에 제안했는데 국회에서 8월에 처리됐어요. 본예산을 이렇게 늦게까지 처리하지 않은 전례가 없습니다. 예산 부수 법안도 처리하지 않아 준예산 사태 직전까지 갔습니다. 민생 법안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걸어 한국당에 역풍이 불었죠. 그래서 야당 심판론이 나오는 겁니다.”



- 추경이 늦게 처리된 것은 나름대로 반대 논리도 있고 민주당이 야당일 때도 여당이 추진하는 법안들을 이런저런 이유로 제동을 걸었습니다. 여당이 정치력을 잘 발휘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물론 여당 책임도 있죠. 야당이 어긋나더라도 다독거리면서 가야 하는데…. 하지만 문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에 간 곳이 야당 당사입니다. 여야정 상설 합의체를 만들자고 했고 합의 도장까지 찍었습니다. 여당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고 여당도 반성할 것은 해야지만 오죽하면 국민이 야당 심판론을 얘기하겠습니까.”



- 대북 특사 자격으로 두 번 북한을 방문하는 등 남북한 정상회담 실무 책임자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 배경은 무엇입니까.


“문재인 정부가 2017년 5월 출범할 당시 남북 관계가 굉장히 좋지 않았고 북·미 관계도 위험천만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물밑에서 남북 대화 준비를 했어요. 2017년 여름 베를린 선언을 했습니다. ‘우리는 만날 준비가 됐다’는 것이었죠. 물밑 접촉을 통해 판을 깔아 놓았습니다. 2018년 2월 평창 동계 올림픽 때 주요한 ‘꼭지’ 중 하나가 북측 선수단과 지도자 참여 문제였죠. 누군가 준비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내가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것들은 보안이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대통령 보고 자체가 왜곡돼선 안 되죠. 그런 차원에서 적임자로 나를 선택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북한의 김여정 당 제1부부장,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 등이 내려왔을 때 협상하다 보니 특사로 두 번 평양에 갔고 세 번의 정상회담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 평창 올림픽 때 김정은 위원장도 초청했나요.


“그건 말하기 어렵습니다.”



- 특사로 평양 갔을 때 김정은 위원장이 핵 폐기 반대급부로 요구한 것이 있나요. 예컨대 개성공단 재가동 같은….


“구체적인 것은 없었어요. 특사 역할은 물꼬를 트는 것이죠. 다만 ‘자식 세대에게 핵을 머리에 이게 할 수 있느냐’고 했습니다.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한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 ‘4·27 판문점 남북한 정상회담’ 때 두 정상이 도보다리에서 어떤 얘기를 나눴나요.


“그건 얘기하면 안 됩니다. 큰 틀에서 보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얘기입니다. 남북한 정상은 한·미 등 다른 나라 정상과 회담 할 때와 달리 통역이 필요 없어요.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압니다. 두 정상이 1년 동안 세 번 회담을 했잖아요. 특히 평양 회담 땐 2박 3일간 거의 같이 있다시피 했어요. 신뢰 관계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럼에도 남북한 대화는 끊겼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 전까지 미·북 정상회담을 원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대북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행동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 국면이 끝났습니다. 이제는 북한에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평양에 보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의 이해 달성을 위해선 한·미 동맹이라는 튼튼한 틀 속에서 가야 합니다. 내가 비건 특별대표에게 한반도 비핵화는 한 몸통이라고 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북·미가 앞바퀴, 남북한이 뒷바퀴라는 사실입니다. 뒷바퀴가 앞바퀴를 추월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앞바퀴가 힘이 없을 때 뒷바퀴가 밀어주는 것은 가능하죠. 이런 논리로 미국을 설득하면 비핵화 협상 재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론 안 된다는 방침이 확고해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는 접점 찾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답보 상태를 풀려면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 개별 관광 실시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단계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평양을 열라면 열지 않을 겁니다. 평양 한복판에 대한민국 사람들이 활보한다면 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보겠어요. 평창 올림픽 때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훈련했던 마식령 스키장, 양덕 온천 등 특정 지역이면 안 될 이유가 없어요. 다만 유엔 제재 때문에 관광 대가로 현금을 지급하는 금강산 관광 방식으론 안 됩니다. 그 탈출구가 단계적 개별 관광이고 이게 답보 상태의 비핵화 협상을 풀어나가는 촉진제가 될 수 있어요.”



- 금강산 관광에 대해선 남측 관광객 피격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재발 방지책은 반드시 마련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 북한의 사과와 진상 규명 등 조건을 걸었는데 이건 (북한이 수용하기) 어렵습니다.”



- 남북한 간 막후 대화가 이뤄지고 있나요.


“막후 대화는 막후로만 두는 게…”



- 북한이 남측을 향해 ‘소대가리’ 등 막말을 쏟아부었는 데도 우리 정부는 항의 한 번 안 했습니다. 북한에 끌려 다닌다는 소리를 듣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북한에 10여 개의 매체가 있어요. 중국에 인터넷 서버를 두고 있는 것부터 정론지라고 할 수 있는 매체까지 있죠. 매체별로 내는 메시지가 다릅니다. 이걸 감안하고 들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북한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말자고 하는 게 아닙니다. 특수성을 봐야 한다는 거죠. 북한의 행위는 정상 국가라면 할 수 없는 것이고 당연히 잘못됐습니다. 그러나 본질을 놓치면 안 됩니다.”



-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경제가 안 좋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소득 주도 성장 정책 때문이란 주장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미·중 무역 전쟁 등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들의 영향이 컸죠. 그럼에도 나름 선방했다고 생각합니다. 고용률이 지난 20년 중 최고치 통계가 나왔어요. 이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 그러나 40대 일자리가 줄고 세금으로 노인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40대 인구 자체가 줄었기 때문입니다. 또 세금으로 노인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려워요. 경기가 좋지 않으면 재정을 투입해 일자리를 만드는 게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민 경제가 따뜻해졌느냐’라고 하면 아닐 수 있어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어려운 건 사실입니다. 구조와 체질을 바꾸는 등 길게 볼 필요는 있습니다.”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구명에 나섰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청와대 재직 시) 관련 보고가 올라온 적도 없고 유 전 부시장과 관련한 단체 카톡방 자체도 없었다고 검찰에 가서 진술했습니다. 그런데도 감찰 무마 의혹이라고 보도되는데 검찰 개혁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도 제기됩니다. 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은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무책임한 정치 공세예요. 선거에 개입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실이 아니고 답변할 가치도 없습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4호(2020.02.17 ~ 2020.02.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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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2-1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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