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와 태블릿 통합…터치기능 적용

어느 방송사 사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네 살배기 손자가 아이패드를 가지고 논 지 1년쯤 됐는데, TV 화면을 손가락으로 만지면서 “왜 안 되지? 왜 안 되지”하더랍니다. 아이패드에서는 손가락으로 터치하면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이 실행되고 페이지가 넘어가는데 TV에서는 안 되니 이상하다는 거죠. 이분은 “네 살배기 세상은 우리 세상과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하더군요.

마이크로소프트가 9월 13일 차세대 운영체제(OS) 윈도8을 공개함에 따라 새로운 세상이 시작됐습니다. 윈도8은 PC용 OS에서는 처음으로 터치 기능을 적용했습니다. 마우스 키보드뿐만 아니라 손가락 터치로도 작동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지금도 터치패드를 통해 PC에서 간접으로 터치 기능을 이용할 수는 있죠. 그러나 PC 모니터에서 직접 터치하는 것은 윈도8이 처음입니다.

윈도8의 또 하나 혁신적인 특징은 PC뿐만 아니라 태블릿에서도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마트폰용 OS로 지난해 윈도폰7을 내놓았죠. 그러니까 PC용은 윈도7, 스마트폰용은 윈도폰7입니다. 윈도8이 PC와 태블릿 겸용이라면 PC용 프로그램을 태블릿에서도 돌리고 태블릿용 앱을 PC에서도 돌릴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 호환성이 좋아지면 여러모로 편해질 겁니다.
[광파리의 IT 이야기] 포스트 PC 시대의 전령 ‘윈도8’
아이폰 발매 후 폰이 PC를 닮아가기 시작했고 좀 더 PC를 닮은 아이패드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아이폰과 아이패드에는 맥 컴퓨터용 OS Ⅹ이 아니라 iOS가 탑재됩니다. 그러니 아이패드 앱을 맥에서 실행하거나 맥 프로그램을 아이패드에서 실행하긴 어렵습니다. 그래도 두 OS가 갈수록 닮아가고 있어 언젠가는 통합되겠거니 생각했는데 마이크로소프트가 선수를 쳤습니다.

이젠 태블릿용 앱과 PC용 앱을 따로 개발할 필요가 없습니다. 윈도8용으로 개발하면 윈도8이 깔린 제품에서는 쉽게 실행할 수 있게 됩니다. 윈도8에는 앱을 사고파는 앱스토어도 탑재됩니다. 윈도8이 깔린 제품 시작화면에는 앱스토어가 뜹니다. 이렇게 되면 앱을 내려받아 사용하기가 한결 편해질 것 같습니다. 구글 크롬북이나 크롬 브라우저에 웹스토어가 있는 것과 비슷하죠.

윈도8부터 달라지는 걸 한두 가지만 추가하자면 로그인과 클라우드가 보편화된다는 점입니다. 지금은 PC든 브라우저든 로그인을 하지 않고 사용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윈도8부터는 로그인해 자신에게 최적화된 컴퓨터 환경에서 사용하게 됩니다. PC나 태블릿을 로그인 상태로 쓰다 보면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서비스인 스카이드라이브도 사용하게 되겠죠.

윈도8은 ‘포스트 PC’ 시대를 알리는 전령입니다. 윈도8부터 컴퓨팅 생활이 획기적으로 달라집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윈도XP가 깔린 PC를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OS별 점유율이 60%가 넘지요. 윈도XP는 2000년에 나온 낡은 OS입니다. 2014년부터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더 이상 보안 패치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해킹을 당하든 말든 본인이 알아서 하라는 뜻입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실리콘밸리 캠퍼스를 방문했을 때 보안 책임자에게 물었습니다. 2014년 이후에도 윈도XP 보안 서비스를 계속 제공해 줄 계획은 없느냐고. 단호하게 부인하더군요. 철기시대가 열렸는데 돌도끼를 계속 수리해 줄 수 없느냐고 물었으니 답은 빤하죠. 이젠 윈도XP와 작별하고 여기에 최적화된 낡은 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6와도 작별할 때가 됐습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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