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랏차차 ‘협동조합’ 파급효과는

올해는 유엔이 정한 ‘협동조합의 해’다. 유엔은 협동조합이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도 강하고 저성장 시대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에 주목해 각국 정부가 협동조합 활성화에 동참해 줄 것을 권고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협동조합기본법이 공포돼 연말부터 자유롭게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협동조합은 과연 무엇이고 협동조합의 활성화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까.
[으랏차차 ‘협동조합’] 경제의 ‘안전판’…고용 창출 능력 커
협동조합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일종의 회사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에서 공동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의 자율적 단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협동조합은 일반적인 회사 형태인 주식회사와 다른 점이 많다.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운영, 공동소유, 1인 1표, 배당제한 등이 그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협동조합은 다양한 사업 및 업무 영역에서 활성화돼 있다. 가령 스페인의 축구 클럽 FC바르셀로나, 세계 최대의 보험회사 알리안츠, 미국의 통신사 AP통신 등이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기업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협동조합은 있다. 농업협동조합(농협)·수산업협동조합(수협)·신용협동조합(신협)·소비자협동조합(생협)·엽연초생산협동조합·중소기업협동조합·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 8개의 특별법에 의해 조직된 곳들이다.

이를 제외한 다른 부문에선 영리 활동을 목적으로 한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었다. 소비자단체 등 다른 협동조합이 존재하지만 이들은 영리 활동을 할 수 없다. 영리 활동을 하려면 상법에 규정된 주식회사·합명회사·합자회사·유한회사 등 회사 설립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않고 영리 활동을 하면 불법이다.



올 12월부터 모든 분야서 협동조합 가능

하지만 작년 연말 협동조합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1월 26일 공포됨에 따라 올해 12월부터 다양한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골자는 상법에 규정된 회사 외에 협동조합에도 별도의 법인격(法人格)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상법을 벗어나는 새로운 형태의 회사가 출현하게 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미 농협 등 협동조합이 존재하지만 특별법에 근거하는 예외적인 경우였다”며 “협동조합기본법을 통해 일반 제조업과 서비스업 분야에서도 영리 목적의 협동조합을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그간 막혀 있던 협동조합 설립 요건에 대한 빗장을 풀어 이를 활성화하는 이유는 뭘까. 간단하게 말하면 대기업의 무분별한 시장 진입으로부터 소상공인 및 개인 사업자를 지키고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사회적 협동조합을 지원해 ‘일하는 복지’라는 안전판을 시민 스스로 만들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선진국들의 협동조합이 태생한 이유를 살펴보면 협동조합의 취지를 더욱 쉽게 알 수 있다. 서구의 협동조합은 19세기에서 그 유래를 찾는다. 당시 산업혁명에 의해 막대한 자본을 소유하는 이른바 ‘재벌’이 탄생했다. 문제는 동시에 경제적 약자들도 생겨난 것. 이들 경제적 약자들은 ‘연대’라는 방식을 통해 스스로 시장 지배력을 키워 사회적 배제를 막기 위해 협동조합을 출범시키게 됐다.

20세기 후반에는 협동조합이 가진 또 다른 가치가 주목받는다. 즉 산업사회에서 후기 산업사회로 옮겨가면서 사회 서비스업 같은 특정 경제 영역에서 협동조합 기업이 주식회사 기업보다 더 뛰어난 결과를 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협동조합 기업들은 선진국, 특히 유럽 경제에서는 단순한 대안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유럽에서는 협동조합 은행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은행의 20%를 넘어서고 있다. 소매 업계에서는 소비자 생협들이 선두 자리에서 빠지지 않으며 농축산 부문에서는 협동조합 기업들이 아예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에는 협동조합이 4만3000개나 있다. 소비자를 위한 생활협동조합이 있고 와인·과일·야채 등 품목별 협동조합이 있으며 무주택 수요자들이 만든 주택협동조합이 있다. 심지어 노숙자·실직자들의 자립과 재활을 도와주는 노숙자협동조합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협동조합들도 있다. 또한 스페인의 몬드라곤은 스페인 재계 10위권 기업으로 한국의 현대·기아차 그룹을 넘어서는 자산 규모를 가지고 있다.
[으랏차차 ‘협동조합’] 경제의 ‘안전판’…고용 창출 능력 커
협동조합이 기존의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 즉 소득 불평등을 축소하고 민주주의를 확산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회적 가치들 역시 부각되고 있다. 기장 대표적인 것이 최근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에서 터져 나온 ‘은행계좌를 폐쇄하고 신협으로 옮기자’라는 구호다. 자본가의 배만 불리는 1%를 위한 투자은행에서 돈을 빼 지역 주민이 기반이 되는 99%를 위한 신협으로 돈을 옮기자는 것이다.

여기에 협동조합은 개발도상국 혹은 국제 투자가 미치지 못하는 분야나 지역에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끄는 데 적합한 기업 형태로 대두되고 있다. 이와 함께 협동조합은 위기에 강하다. 실제로 협동조합은 최근의 국제 경제 위기에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협동조합 기업이나 은행들은 낮은 차입 의존도, 높은 내부 유보율, 안정적인 계통 매출 구조 등으로 외부 차입을 통한 무한 경쟁의 영리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위험 노출이 낮기 때문이다.
[으랏차차 ‘협동조합’] 경제의 ‘안전판’…고용 창출 능력 커
장기적 투자 가능하고 위기에 강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협동조합이 활성화되면 그간의 주식회사 중심의 기업 생태계에 긍정적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대표적인 게 영세 자영업자들이다. 예를 들어 대리운전을 할 때마다 소속 회사에 고율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 대리운전 운전사들이 조합을 결성해 자체적으로 사업을 하면 소득을 좀 더 키울 수 있다. 또 서울 강남 지역 분식집 주인들이 모여 프랜차이즈를 조직한 뒤 식자재 공동 구매, 공동 메뉴 개발도 가능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존에 프랜차이즈를 만들려면 설립 요건을 갖추는 것부터 세금 납부까지 까다로운 부분이 많은데, 조합은 이 같은 요건이 크게 완화돼 있어 훨씬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또 선진국처럼 사회 서비스나 지역 기반 사업 등에서 소자본 협동조합 기업들이 생겨나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돼 온 ‘돌보미’나 육아, 또는 여러 특수직 노동자들의 8000여 개 사업체가 노동자 협동조합의 법인격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서민들이 스스로 사업체를 만들어 생산적 복지에 나선다는 점에서 협동조합은 양극화 해소와 서민 경제 활성화에도 일조할 수 있다. 협동조합은 고용 친화적이어서 좋은 일자리 창출도 기대된다. 각 조합들이 조합 운영을 위한 인력을 뽑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협동조합 가운데 공익이나 사회적 서비스 제공 등의 목적으로 설립되는 비영리법인으로 지정되면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비영리법인으로 지정된 협동조합은 수익 사업 소득의 50%를 ‘고유 목적 사업 준비금’ 명목으로 쌓을 수 있어 법인세를 절반가량 감면받을 수 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