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건 재테크 레슨

‘중산층의 자신감이 무너지고 있다.’ 얼마 전 현대경제연구원이 전국 20대 이상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한 보고서의 제목이다. 분석 결과는 보고서 제목보다 더 우울하다. 설문자의 대다수인 98.1%가 앞으로 계층 상승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현재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양극화 현상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체념하고 있는 것이다. 한 사회의 역동성을 볼 수 있는 지표 중 하나가 신흥 부자들의 출현이다. 부의 창출 과정에 대한 도덕성의 문제를 뒤로 둘 때 꿈을 안고 도전하고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사회는 활력을 가지게 된다. 한국 사회가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6·25전쟁의 폐허를 딛고 이 자리까지 오는데 사회적 역동성이 큰 역할을 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YONHAP PHOTO-1798> (111008) -- WASHINGTON, Oct. 8, 2011 (Xinhua) -- A protestor holds a placard with "Middle class, Middle aged, Also Angry" during the "Occupy D.C." movement at the Freedom Plaza in downtown Washington D.C., capital of the United States, Oct. 8, 2011. Inspired by "Occupy Wall Street" movement in New York, activists in Washington continued the "Occupy D.C." movement on its third day, an offshoot of the "occupy" movement that's been going on around the country. (Xinhua/Zhang Jun)/2011-10-09 18:39:44/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111008) -- WASHINGTON, Oct. 8, 2011 (Xinhua) -- A protestor holds a placard with "Middle class, Middle aged, Also Angry" during the "Occupy D.C." movement at the Freedom Plaza in downtown Washington D.C., capital of the United States, Oct. 8, 2011. Inspired by "Occupy Wall Street" movement in New York, activists in Washington continued the "Occupy D.C." movement on its third day, an offshoot of the "occupy" movement that's been going on around the country. (Xinhua/Zhang Jun)/2011-10-09 18:39:44/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양극화는 사회를 보이지 않는 계급사회 혹은 신분사회로 만든다. 중산층이 약해지므로 내수 시장도 약화된다. 쉽게 말해 부자 한 명보다 1000명의 중산층이 돈을 쓸 때 내수 시장은 급속히 성장한다. 미국은 1950~ 1960년대 이런 경험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돌아온 젊은이들이 대학을 가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내 집을 마련하면서 중산층의 시대가 열렸다. 내구재 산업은 폭발적 성장을 했고 마이카·마이홈으로 표현되는 꿈이 있었다. 일본도 1970~1980년대 ‘1억 총중류(總中流:총 중산층)’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국민적 자신감이 있었다.

현재 미국이나 일본 모두 과거보다 빈부 격차는 더욱 커져 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궤적을 밟아 나가는 듯하다. 외환위기 이전만 하더라도 아파트 청약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하고 자동차를 사서 가족 단위의 여행을 하면 자신을 중산층으로 인식하는 게 일반적인 의식의 풍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중산층 의식은 먼 옛날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이에 따라 ‘과연 양극화를 단기간에 해소할 수 있을까’가 문제다. 한 번 양극화가 심화되면 단기 처방을 내리기가 어렵다는 게 역사적 경험이다. 중산층의 붕괴와 양극화가 자산 운용에 시사하는 점을 한 번 살펴보자.



보장성 보험·연금·대출금 상환의 세 가지 축

먼저 고액 자산가들은 점점 더 세금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 8월 8일 내놓은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서 고액 자산가들의 가장 확실한 절세 수단인 즉시연금보험에 대한 과세가 대표적인 예다. 벌써 과세에 대비해 한 대형 보험사에는 하루 동안 고액 자산가들이 무려 1400억 원을 가입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처럼 향후 고령화 사회를 맞이해 정부 재정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부자들에 대한 세금은 더 많아질 것이 분명하다.

중산층의 성장에 따른 내수 시장의 확대에서 기회를 얻는 기업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내 기업 중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에 높은 주가 상승을 기록한 기업들은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확보했던 곳들이다. 소재지는 신흥 국가에 있지 않지만 중산층의 지갑이 열리는 곳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다국적기업들에 투자하거나 이들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일반 서민들은 자산 운용의 포인트를 단순화하고 보다 계획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수익률을 쫓아다니기보다 스스로 안전망을 만들면서 노후를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질병이나 재해에 대한 보장성 보험을 우선순위로 해서 충분히 가입하고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에 능력껏 최대한 불입해야 한다. 그리고 대출금이 있다면 상환에 주력해야 한다. 즉, 보장성 보험, 연금, 대출금 상환이라는 세 가지 축을 기본으로 자금 운용 계획을 짜야 한다.

사회 경제적으로 양극화는 플러스보다 마이너스 요인이 더 많다. 신분 상승이 어렵다면 꿈을 꾸기 어렵다. 역동성도 떨어진다. 자연스레 미래가 불투명한 사람들은 현재의 소비를 줄이게 되고 내수 시장도 활성화되기 어렵다. 이런 시기에 대응하는 방법은 수익보다 삶의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자산 관리를 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안전망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눈을 해외로도 돌려야 한다. 선진국과 우리나라가 걸어 온 역사적 경험을 통해 투자 기회를 찾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