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는 투자인가, 아니면 비용인가. 사랑스러운 자녀를 두고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게 감정적으로 차가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 현시대의 자녀는 투자보다 비용 측면이 크게 부각될 수밖에 없는 듯하다. 먼저 이는 경제 발전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

농촌 기반 사회에서 다산(多産)은 노동력의 증가를 의미했다. 더 많은 자녀는 더 많은 노동력의 확보를 낳았고, 이는 산출량의 증가로 이어졌다. 노동력의 증가라는 양적인 측면이 질적인 측면으로 넘어간 것은 근대 산업사회로의 이전과 관계가 있다.

사회적으로 어린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등장도 한몫했다. 어린이 교육과 성인 교육이 분리되고 의료에서는 소아과라는 독립적인 분과가 등장한 것은 불과 50~60년 전의 일이다.


가정경제 고비용 구조 원인은 ‘자녀’

산업사회는 대량생산 시스템을 잉태했고 여기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공교육 등 교육 시스템 전반이 만들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대부분의 국가들이 대량 출산 시대에 접어들었고 이들은 대거 대량생산 시스템에 맞는 교육 시스템으로 포섭됐다.

아이디어와 지식이 강조되는 현대의 지식 기반 사회로의 이전은 사회에 필요한 인재상에 커다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고도의 지식 능력이 요구되기 시작했는데, 이는 더 많은 자원의 투입(input)으로 이어졌다.

공교육 시스템이 부족하게 됨에 따라 사교육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고 이 또한 비용의 증가로 이어졌다. 대량생산 시스템 사회에서는 고등학교만 나와도 사회의 일꾼이 될 수 있었지만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더 많은 학력과 지식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경제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고학력자가 더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문화적 요인도 중요하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교육비뿐만 아니라 결혼 비용도 부모가 부담하는 구조다. 특히 아들을 둔 부모가 더 부담이 크다. 우리나라의 결혼 구조는 남자는 주택을 책임지는 형태다. 게다가 주택 시장의 임대 메커니즘은 전세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전세금은 월세에 비해 한 번에 목돈이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다.
[이상건 재테크 레슨] 자녀 리스크 해법 "독립적으로 키우고 ‘은퇴 자산’ 준비"
가족 부양 시스템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농촌 기반 사회는 장자(長子) 문화다. 노동력의 중심에 장남이 있고 장남은 부모의 노후를 책임진다. 산업 기반 사회가 도래할 때는 대량 출산했던 시대이므로 장남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약해졌지만 자녀들의 숫자가 많아 서로 분담하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자녀를 1~2명을 낳는 가족 구조에선 이런 전통적인 효(孝)를 기반으로 한 부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다. 자녀가 1~2명이라면 부양 구조는 일대일 혹은 2 대 1이 된다. 자녀가 상당한 경제적 능력을 갖고 있지 않고서는 떠받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현시대의 자녀는 가정경제에서 고비용 구조의 가장 큰 원인이면서도 부양 시스템을 책임지기 어려운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자녀 리스크’가 가정경제에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런 고비용 구조를 지속하면 정작 부모 스스로의 노후 준비는 현실적으로 힘겨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 개혁, 연금 시스템 정비 등 사회구조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분간 이런 사회적 차원의 해법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개인적 차원의 의식 개혁과 경제적 준비를 해 나가야 한다.

가장 골치 아픈 상황은 자녀에게 많이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노후에 자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때는 자녀도 잃고 노후도 잃게 된다. 만일 자녀를 리스크로 바라본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 스스로 독립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자녀를 키우고 노후를 위해 적극적으로 은퇴 자산을 키워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흔히 자녀와의 대화를 두고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협상이라고 한다. 비즈니스 협상보다 더욱 어렵다는 얘기다. 협상의 본질은 윈-윈 게임을 하는 것이다. 과연 가장 힘든 협상에서 윈-윈 게임을 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자녀 리스크의 문제를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할 때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