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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교육 및 아나운서 아카데미, 아나운서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아나운서(주)의 김현욱 대표는 아직도 최고경영자(CEO)라기보다 아나운서로 불릴 때가 더 많다.

지난해 6월 프리랜서를 선언하기 전까지 약 12년간 KBS에 몸담으며 ‘도전 골든벨’, ‘스카우트’, ‘아침마당’, ‘생생정보통’ 등 KBS의 간판 아나운서로서 활약해 왔고 지금도 여전히 많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왜 갑자기 그만뒀느냐고 물으시더군요. 하지만 갑자기는 아니었어요. 처음 KBS에 입사할 당시부터 10년 후에는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오히려 예상보다 더 오래 KBS에 몸담았던 셈이죠.”

입사할 당시부터 퇴사 시점을 염두에 뒀던 것은 결코 한자리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이유에서였다. 골인 지점을 알고 스타트를 한 만큼 그만둘 때의 아쉬움도 없었다. 프리랜서 전직 후 다양한 방송 활동을 펼치는 것 외에도 교육 사업에 뛰어들게 된 것도 진작부터 예상해 왔던 수순이었다.

“언젠가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 뭘 할까가 고민이었죠.”

아나운서 시절부터 석탄 사업과 같은 자원 사업에서부터 요식업, 소셜 커머스, 홈쇼핑 벤더(납품 대행) 등 다양한 사업에 투자하고 도전했다가 쓴맛도 많이 봤다. 물론 성공한 사업도 적지 않았다.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다 보니까 실패한 사업이 왜 망했는지, 성공한 사업은 그 이유가 무엇인지 비로소 알겠더군요.”

자신이 그 분야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잘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결국 사업의 흥망을 가늠하는 키워드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자신이 오랫동안 해 왔던 일, 그래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일인 스피치 교육 사업이었다.
김현욱 아나운서(주) 대표 “스피치 훈련, 저만큼 잘할 사람 있나요”
면접·프레젠테이션 등 ‘말 잘하는 비법’ 전수

요즘 그는 방송이나 행사가 없는 날이면 매일 서울 대치동에 있는 ‘아나운서(주)’ 본점에 출근한다. 원래 이곳은 아나운서 출신인 김민석 대표가 이끌던 ‘맛있는 스피치’라는 스피치 교육 업체로, 그가 진작부터 투자해 오던 곳이기도 하다.

“그동안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언어·논술·스피치 교육에 중점을 뒀다면 제가 온 이후 아나운서 매니지먼트, 아나운서 아카데미,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스피치 교육 등을 신설해 본격적으로 활성화하기 시작했죠.”

현재 ‘아나운서(주)’는 사업1부·사업2부·방송본부 등으로 사업 파트가 나눠져 있다. 사업1부는 초·중·고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스피치 교육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취업 면접 스피치 교육 등을 담당하고 있고 사업2부는 비즈니스맨과 CEO, 기업 교육, 공무원 스피치 교육, 프레젠테이션 교육 등 성인 교육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방송본부는 아나운서 지망생들을 위한 아나운서 아카데미와 아나운서 매니지먼트 등을 담당하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뷰티한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미스코리아들을 위한 스피치 교육, 방송인 양성 교육과정도 진행 중이다. 이처럼 사업을 좀 더 전문적으로 세분화하고 다각화한 덕분에 그가 대표로 취임한 지 6개월여 만에 사업 매출은 이전에 비해 50~70% 이상 상승했다.

“물론 우리 외에도 스피치를 가르치는 학원이 많아요. 스피치 강사 양성 학원들도 많고요. 하지만 우리는 실제로 방송을 했고 방송을 하고 있는, 방송 경험이 풍부한 전·현직 아나운서들이 직접 전문적이고 창의적인 스피치를 가르치는 유일한 곳이기에 더욱 특별하죠.”

그의 말대로 아나운서(주)의 20명에 달하는 직원들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9명의 직원이 모두 전·현직 아나운서 출신이다. 부산 MBC 아나운서 출신으로 YTN미디어 앵커를 역임했던 이은영 아나운서는 아나운서 아카데미 총괄 본부장을 담당하고 있고 전 KTV 아나운서로 부산방송과 울산방송의 개국 공신이기도 한 KNN 아나운서인 윤태정 아나운서가 사업2본부장을 맡고 있으며 그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민석 대표 역시 전 ITV 앵커 출신의 아나운서다. 이처럼 다양한 아나운서 군단이 함께 뭉치게 된 것은 김현욱 아나운서에 대한 신뢰가 큰 역할을 했다.

“제 자랑 같지만 (웃음) 제가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제일 잘한 게 있다고 하면 그건 바로 인간관계일 거예요. 다른 의도가 있어서 한 게 아니라 워낙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다 보니 KBS·MBC·SBS 등에 몸담고 있는 아나운서들은 다 잘 알고 친하게 지내는 편이에요. 아마 저처럼 방송 3사의 아나운서들과 다 친분이 있는 사람도 몇 없을 걸요?”

좀 더 효과적인 스피치 교육과 아나운서 교육을 위해 아나운서(주)에서는 자체 방송 스튜디오를 적극 활용한다. 보통 카메라와 모니터 정도만 갖춘 다른 업체들에 비해 아나운서(주)는 조명·음향·카메라·편집실 등 미니 방송국을 방불케 할 정도의 전문 방송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직접적인 방송 촬영 체험이 가능하다.

“카메라 앞에 서서 프롬프터를 읽고 스피치를 하고, 화면에 자신이 어떻게 비치는지 경험해 보면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보완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좀 더 쉽게 알게 되는 만큼 효과적인 교육 수단이라고 할 수 있죠.”
김현욱 아나운서(주) 대표 “스피치 훈련, 저만큼 잘할 사람 있나요”
사업 성공과 노총각 탈출 목표

지금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김현욱 대표는 2013년 좀 더 비약적인 발전을 꿈꾸고 있다. 조만간 지금의 사업을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장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 일환으로 2월 중에는 분당에 아나운서(주)의 ‘맛있는 스피치’ 2호점이 생길 예정이고 머지않아 부산에도 거점이 마련될 예정이다. 사업적인 수익도 수익이지만 스피치 교육을 통해 사회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학교 면접이나 취업, 사업을 위한 스피치도 중요하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의 인성 교육을 위해서도 올바른 언어 습관을 들일 수 있는 스피치 교육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스피치 교육은 아이들에게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가능하게 하고 요즘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 폭력이나 ‘왕따’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물론 그 자신의 소박하면서도 개인적인 목표도 있다. 바로 싱글 탈출이다.

“방송 일과 사업을 병행하고 있지만 가정적으로 안정되면 일과 사업에 좀 더 큰 시너지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라도 올해는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웃음)”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