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대균의 일일신 경영

루푸스(Lupus 또는 SLE)라는 ‘천의 얼굴’을 가진 특이한 병이 있다. 이 병은 ‘자기 면역 질환’의 이상으로 생긴다. 내 몸을 방어해야 하는 면역 체계가 이상을 일으켜 외부 바이러스 침입을 방어하지 않고 자신을 공격한다.

피부뿐만 아니라 관절·뇌·신장·심장·폐 등 우리 몸 곳곳을 공격하기 때문에 치명적 손상을 일으켜 700가지 이상의 증상이 나타난다. 환자가 자살할 정도로 심한 통증을 유발하며 방치하면 죽음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다.

‘루푸스’가 발병해 사망에 이르기까지 진행 과정을 보면 기업이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서서히 붕괴되는 과정과 유사하다. 조직 내 개선 활동을 약화시키면 각종 문제점이 나타난다. 기업 조직의 개선 활동은 우리 몸의 면역 체계와 유사하다.

면역 체계가 완벽해야 바이러스의 침입을 방어할 수 있는 것처럼 조직의 개선 활동이 활발하지 않으면 ‘내부의 적’이 발생해 조직의 여러 곳을 공격,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방치해 두면 멸망의 길로 들어선다.

그렇다고 무조건 개선 활동을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개선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장을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한다. 현장을 볼 수 있는 눈 없이 개선 활동을 아무리 추진해 봐야 ‘겉보기 개선 활동’에 그치고 만다. 현장을 눈으로 본다는 말은 두 가지 뜻이 있다.

현장의 겉모습만 보는 것과 ‘현장의 본질과 가치’를 알아보는 것으로 구분된다. ‘현장의 겉모습’은 시력으로만 보기 때문에 본질에 다가설 수 없다. 본질과 가치는 ‘내면을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한다. 이 ‘내면의 눈’을 ‘안목(眼目)’이라고 한다.
안목 지능(眼目 知能), 숨은 가치를 발견하고 실행하는 능력
안목 지능 없으면 ‘내부의 적’

안목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 상황을 현재의 사물이나 흐름 등과 같은 여러 현실적 정황을 근거로 미래 상황을 실제에 가깝도록 판단하거나 추정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물건을 구입할 때 어떤 것은 좋고 어떤 것은 나쁘다는 것을 판단하고 골라낼 줄 아는 능력을 뜻하는데, 좋은 것을 골랐을 때 ‘물건 볼 줄 아는 안목이 있다’라고 말한다.

소나무 분재를 할 때 많은 묘목 중 어느 묘목을 선택해 기르면 향후 좋은 분재가 될 것인지는 분재에 대한 안목이 있는지에 달렸다. 이는 분재가 완성된 후 엄청난 가치의 차이를 가져온다. 산에서 죽은 나무의 토막을 봐도 나무 공예에 안목이 있는 사람은 그것을 깎고 칠하며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소재로 보며 농사짓는 사람은 땔감으로 본다. 이것은 안목이 있고 없고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할 때 안목이 있는 건축가라도 사람에 따라 집의 모양과 격(格)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렇게 서로 다르게 수준차가 나는 것은 안목의 수준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인데, 이 안목의 차이를 ‘안목 지능’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내면의 가치를 볼 수 있는 내면의 눈이 ‘안목’이고 내면의 눈 수준이 ‘안목 지능(眼目 知能)’이다.

일이 벌어지면 어떤 사람은 도전적으로 상황을 절호의 기회로 바꾸지만 어떤 사람은 좌절한다. 이 차이가 바로 안목 지능에서 나온다. 안목 지능은 현재에 내재한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잠재력을 인식하는 능력이다. 만일 안목 지능이 낮은 사람이 경영자로 있다면 내부의 적만 될 뿐 차라리 없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많은 기업에서 안목이 없는 경영자가 내부의 적으로 변해 있는 것을 우리는 종종 본다.

안목 지능은 사물의 이면을 인식해 숨은 가치를 발견하고 이것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은 물론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안목 지능이 있는 경영자는 보통 사람들이 이야깃거리가 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곳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낸다.

이런 사람들은 혁신적인 해법을 찾고 사람들의 니즈(needs)를 발견해 새로운 제품을 창출해 낸다. 이런 안목 지능이 있는 사람은 ‘모든 현재를 재구성하는 능력’과 ‘긍정성을 인지하는 능력’, ‘현재에서 미래로 전개되는 방법’을 아는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안목은 있어도 사람마다 보는 각도가 서로 다르므로 추구하는 방향이 문제가 된다. 사진을 찍을 때 우리는 배경에 중심을 두고 찍는다. “이 배경을 넣어 찍어줘”라는 식의 사고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배경보다 “나를 멋지게 찍어 달라”고 요구하며 인물 중심으로 찍는다. 이는 루소의 ‘행동 지배 원리’에 의해 개인이나 집단에 따라 세상을 다르게 보기 때문이다.



4단계 훈련으로 안목 지능 키워야

생산 현장을 볼 때도 전문 분야에 따라 관심의 대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생산기술을 담당하는 사람은 자동화나 설비를 관찰하고 자재를 담당하는 사람은 물류 흐름이나 자재 등에 관심을 갖고 자세히 관찰한다. 이렇게 ‘관심’이 있어야 ‘관찰’하게 되고 ‘관찰’해야 현장을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

현장을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우기 위해서는 ‘관심→관찰→안목→안목 지능의 4단계 순서대로 훈련돼야 한다. 이 4단계 훈련을 위해 개발된 훈련 방법이 ‘현장의 5분 관찰’ 훈련 방식이다. 1단계는 ‘현장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관심은 내면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행동을 일으키게 하는 동기가 되며 이 동기가 관찰 행위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그러므로 관심을 같게 한다는 것은 안목을 기르는 첫 단계다. 2단계는 현장 라인(line) 옆에 서서 문제가 보일 때까지 관찰하는 활동을 일정 기간 동안 계속해 시키면 현장 관찰 능력이 향상되며 현장의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때 5S(정리·정돈·청소·청결·습관화)라는 기본 교육을 실시한다.

그러면 기본적인 개선 사항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3단계로 문제점의 발견과 개선을 의무적으로 1일 10건의 개선에서 점점 늘려 1일 20건, 30건으로 시간 흐름에 따라 계속 늘리면 처음에는 부분만 보는 수준에서 다음에 1일 100건 정도까지 건수를 늘리면 큰 문제가 대부분 도출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자세히 보게 돼 ‘디테일 관찰’이 이뤄진다.

이때 ‘낭비’, 즉 3불(불합리·불필요·불균일에 따른 낭비)을 교육하면 전체를 볼 수 있는 눈이 생기며 이후 ‘IE 교육’과 ‘부가 가치 개선’ 방법을 교육하면 현장을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 4단계로 ‘개선반(改善班)’을 만들어 직접 현장의 문제점을 찾아 개선 활동을 실시하게 하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안목 지능이 증가하게 된다.

이런 단계를 무시하고 무조건 실시하는 회사가 대부분인데, 그저 상식으로 추진하면 열심히 활동은 하는데 결과가 없고 뿌리를 내리지 못하게 된다.
안목 지능(眼目 知能), 숨은 가치를 발견하고 실행하는 능력
어느 분야에서 일하든 안목이 없는 임원이 열심히 일하면 할수록 자신은 ‘내부의 적’으로 전락하고 조직은 약화돼 멸망의 길로 빠져든다. 안목 없이 하는 일이 조직을 약화시키는 일인지는 당장 알 수 없다. 조직의 업무는 관성의 법칙에 따라 기존에 하던 일을 그대로 하는 것으로 흘려가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허약해진 체질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 ‘내부의 적’들의 활동이 체질 약화의 원인이라고 판단하기 어렵게 환경이 변화돼 있는 탓에 알 길이 없게 된다. 그 결과 문제 발생 당시의 책임자만 추궁 받고 과거 원인 제공자는 잃어버리게 돼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따라서임직원 전원의 안목 지능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경쟁력을 기르기 위한 기본을 확립하는 것이다.


백대균 월드인더스트리얼매니지먼트 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