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파리의 IT 이야기

구글이 ‘구글 글라스’라는 안경처럼 생긴 기기를 개발자들한테 팔기 시작했습니다. 값은 1500달러. 비싼 편이죠. 애플이 ‘아이워치(iWatch)’라는 손목시계형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문도 무성합니다. 이에 따라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착용 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둘 다 연말쯤 상용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합니다. ‘착용 컴퓨터 시대’가 열리나 봅니다.

아이워치에 대해서는 애플이 확인해 주지 않았습니다. 특허를 출원한 사실이 밝혀졌을 뿐입니다. 구글 글라스는 거의 매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 글라스를 착용한 채 뉴욕 지하철 의자에 앉아 있는 사진이 돌기도 했고 개발자들이 찍은 사진과 풍자 동영상 등이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구글 글라스가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구글 글라스는 일단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형태로 나왔습니다. 블루투스라는 근접통신 기술을 통해 폰과 연동합니다. 이 기기는 음성인식 기능을 갖춰 말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OK 글라스, 사진 찍어”, “OK 글라스, 동영상 찍어.” 이런 식으로 안경에 달린 카메라를 작동해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습니다. 아기를 두 손으로 안아 올리면서, 또는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눈에 들어오는 것을 촬영할 수 있습니다.
<YONHAP PHOTO-0235> Google Glass, smart glasses under development by Google, are seen in an undated handout picture released February 20, 2013.  As shown in a YouTube video uploaded by Google, the glasses feature a small, translucent square in the top right of the field of view which provides an interface to features such as map directions and photography.  REUTERS/Google/Handout  (UNITED STATES - Tags: SOCIETY SCIENCE TECHNOLOGY BUSINESS) NO SALES. NO ARCHIVES. FOR EDITORIAL USE ONLY. NOT FOR SALE FOR MARKETING OR ADVERTISING CAMPAIGNS. THIS IMAGE HAS BEEN SUPPLIED BY A THIRD PARTY. IT IS DISTRIBUTED, EXACTLY AS RECEIVED BY REUTERS, AS A SERVICE TO CLIENTS/2013-02-21 06:01:05/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Google Glass, smart glasses under development by Google, are seen in an undated handout picture released February 20, 2013. As shown in a YouTube video uploaded by Google, the glasses feature a small, translucent square in the top right of the field of view which provides an interface to features such as map directions and photography. REUTERS/Google/Handout (UNITED STATES - Tags: SOCIETY SCIENCE TECHNOLOGY BUSINESS) NO SALES. NO ARCHIVES. FOR EDITORIAL USE ONLY. NOT FOR SALE FOR MARKETING OR ADVERTISING CAMPAIGNS. THIS IMAGE HAS BEEN SUPPLIED BY A THIRD PARTY. IT IS DISTRIBUTED, EXACTLY AS RECEIVED BY REUTERS, AS A SERVICE TO CLIENTS/2013-02-21 06:01:05/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Google co-founder  Sergey Brin wears Google Glass glasses at an announcement for the Breakthrough Prize in Life Sciences at Genentech Hall on UCSF’s Mission Bay campus in San Francisco, Wednesday, Feb. 20, 2013. (AP Photo/Jeff Chiu)
Google co-founder Sergey Brin wears Google Glass glasses at an announcement for the Breakthrough Prize in Life Sciences at Genentech Hall on UCSF’s Mission Bay campus in San Francisco, Wednesday, Feb. 20, 2013. (AP Photo/Jeff Chiu)
증강현실(AR)을 이용하면 눈에 보이는 사람이나 사물에 관한 정보도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강사의 얼굴을 쳐다보기만 해도 그 강사의 학력·경력 등이 허공에 뜹니다. 굳이 인터넷 검색창에 강사 이름을 쳐 넣고 검색할 필요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음성으로 문자나 e메일을 보내거나 확인할 수 있고 전화를 걸거나 받을 수도 있고 음성 길 안내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구글 글라스를 깬 채 운전하면서 “광파리한테 전화 걸어”라고 말하면 그대로 되겠죠. 문자가 들어오면 “OO님한테 문자가 왔습니다”란 알림이 나오고 “읽어줘”라고 하면 읽어줍니다. 길을 걸으면서 “독수리다방 길 안내”라고 말하면 독수리다방까지 가는 길을 알려줄 수 있죠. 상상만 해도 멋진 신세계가 열릴 것 같습니다.

착용 컴퓨터를 무조건 환영할 수는 없습니다.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크기 때문이죠. 최근 구글의 소셜 서비스인 구글플러스에서는 구글 글라스가 상용화된 후의 상황을 가정한 동영상이 화제가 됐습니다. 남녀가 카페에 앉아 얘기하는데 남자는 구글 글라스를 끼고 여자의 취미와 관심사 등을 확인하면서 “강아지 좋아하시죠?” 이런 식으로 환심을 사다가 글라스 착용이 발각돼 틀어진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누군가 구글 글라스를 비롯한 착용 컴퓨터의 이런 기능을 악용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구글 글라스를 이용해 몰래 은밀한 장면을 촬영한다든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게 사진을 찍고 녹음을 한다면 사생활 침해 소지가 매우 큽니다. 구글 글라스가 상용화되는 시점에는 이 문제를 놓고 입법 논란도 벌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법으로 규제한다고 막아지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일 수 있습니다.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구글 글라스는 ‘생활 혁명'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각종 전통 산업을 혁명적으로 바꿔 놓을 게 분명합니다. 인터넷 매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최근 구글 글라스가 바꿔 놓을 9가지 산업으로 위치 기반 산업, 영화, 항공 여행, 건축 및 주택 관리, 건강 및 의료, 여행, 교육, 법집행, 광고 등을 꼽았습니다. 현재 추세라면 착용 컴퓨터 시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닥칠 것 같습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 운영자·트위터 @kwang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