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비 상승, 인건비 인상, 인력 구인난, 블랙 컨슈머의 활동 등 외식업을 둘러싼 환경이 나빠지면서 상대적으로 운영이 간편한 판매업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의 판매 업종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유통망이 거의 갖춰져 이미 정착된 분야다. 그래서 소자본 창업자들이 도전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판매 업종의 트렌드가 바뀌면서 최근 들어 새로운 트렌드로 재단장한 업종들이 대거 등장해 주부 및 베이비부머, 청년 창업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판매업 트렌드를 이끄는 키워드는 내추럴·스마트·프리미엄·캐주얼이다. 그중 그린 내추럴의 핵심 트렌드 중 하나는 천연 화장품 전문점이다. 최근에는 저가 시장 중심에서 탈피, 중간 가격대의 프리미엄급 천연 화장품 마니아들이 늘고 있다.

천연 화장품 전문점 창업자들은 대부분 마니아 고객으로 출발했다가 창업에까지 이른 이가 많다. 이탈리아 천연 화장품 1위 브랜드인 엘보라리오를 독점 판매하는 일나뚜랄레(www.ilnaturale. co.kr)는 가맹점주 대부분이 엘보라리오의 마니아 고객들로, 30~40대 전후의 커리어 우먼이나 주부 출신 창업자들이 많다.
[창업] 사양 산업?  유망 사업으로 거듭난다
키워드는 내추럴·스마트·프리미엄·캐주얼

서울 송파구에서 천연 화장품 전문점을 운영하는 허정인(일나뚜랄레 올림픽 점주) 씨 역시 신선하게 가공한 식물과 채소, 꽃의 향과 수액, 약초와 과즙이 주성분이고 천연 원료 비율이 99% 이상이라는 점이 마음에 끌려 엘보라리오를 사용하게 됐다고 한다. ‘내가 자신 있고 좋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극 권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게 창업 동기’였다고 허 씨는 말했다.

최근에는 프리미엄급 페인트 전문점도 새로운 판매 업종으로 관심을 끈다. 경기도 판교에서 프리미엄 페인트 전문점을 운영하는 윤기범(페인트박스 대표, www.paintbox.kr) 씨는 온·오프라인을 결합해 월매출만 1억 원대를 올린다. 기존 페인트 전문점들은 대부분 페인트 전문가들이 운영하고 고객의 70% 이상이 상업용 건물이나 사업자들이다. 이에 비해 윤 씨는 프리미엄급 가정용 페인트를 주로 취급한다. DIY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주부들이 주 고객의 70% 이상이다.

프리미엄급 가정용 페인트는 주부들이 스스로 칠할 수 있을 정도로 제품의 완성도가 높고 칠이 간편해 페인트 전문가가 아니어도 창업이 가능하다. 윤 씨의 성공을 보고 주변에서 가맹점을 내달라는 문의가 늘어나 지난해부터 프랜차이즈 사업에도 도전해 천안에 가맹점을 내주기도 했다.

그린과 카운슬링을 접목한 이색 판매업도 등장했다. 도시 농업을 모티브로 하는 친환경 수족관과 텃밭 키트 판매업이 주인공이다.

(주)녹색건강나눔은 에코라이프(www.ghshop. co.kr)라는 브랜드로 우렁이 생태 어항과 유기농 도시 농업 키트를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우렁이 생태 어항은 물갈이 청소가 필요 없는 게 특징이어서 관리가 손쉬우면서도 천연 가습기 역할을 한다는 점 때문에 인기가 높다.

녹색건강나눔의 허인회 대표는 친환경생활관리사를 육성하고 이들이 협동조합 형태로 에코라이프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유치원과 관공서는 물론 일반 가정을 대상으로 판매해 매출이 급신장하고 있는데 에코라이프의 그린 컨설턴트들이 미래의 유망 사업 분야인 도시농업에서 판매와 컨설팅을 결합한 새로운 업종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에서 신발 사업은 사양길 업종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기능성 프리미엄 신발이 인기를 얻으면서 신성장 사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화장품·페인트·원예처럼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판매 업종들이 프리미엄과 스마트한 기능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전망되므로 예비 창업자들은 이들 신성장 분야에서 생기는 새로운 창업의 기회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