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영의 소통 경영

우리는 일상에서 대화할 때 손을 많이 사용한다. 마치 손으로도 이야기하듯 바쁘게 손을 이렇게 저렇게 움직인다. 그런데 평소엔 자연스럽던 이 손이 막상 연단에만 올라가면 꽁꽁 얼어버릴 때가 많다. 손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차라리 잠시 어디에다 떼어 두거나 묶어 놓고 싶다고 말하는 이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어색하다고 스피치 내내 손을 가만히 놔두는 것은 성공적인 스피치를 멀어지게 하는 길이다. 손을 잘 활용하면 말만으로는 다 채울 수 없었던 부분까지 꽉 채워 스피치의 효과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스피치에서 손으로 하는 제스처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구체적인 효과를 살펴보자.

먼저 스피치를 시각화한 손동작은 메시지를 더욱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게 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손가락을 세 개 펼쳐 보이는 게 그 예다. 동작을 통해 주요 사항에 포인트를 주며 청중의 집중을 유도할 수 있다.

해외 사업 관련 이야기 도중 우리나라와 중국·일본의 지리적 관계를 말하게 됐다고 가정해 보자. 보통 “우리나라 서쪽에 중국이 있고 남쪽에 일본이 있죠”라고 말로만 설명하기 쉽다. 이때 손으로 위치를 잡아 보여주면서 “우리나라가 여기 있으면 중국은 여기 서쪽에, 일본은 이 아래 남쪽에 있지요”라고 말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세 국가의 위치를 시각화함으로써 정보를 더욱 쉽고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집중도를 높이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물론 무대 위에서 손을 활용한 모든 움직임은 반드시 청중이 보는 방향을 감안해 행해져야 한다. 이런 부분은 사전 연습을 통해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손동작으로 청중의 참여를 유도할 수도 있다. 전체 청중을 멀뚱히 바라보며 던지는 질문은 썰렁한 반응으로 돌아오기 일쑤다. 이에 따라 손으로 청중을 지목하는 동작을 활용해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때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은 다소 공격적이고 무례해 보일 수 있으니 피해야 한다. 대신 손바닥을 펼쳐 보여주는 자세를 활용하자. 두 팔을 모두 뻗고 손바닥을 위로 가게 하거나 비스듬히 하며 묻는 방법이다. 팔을 넓게 벌려 전체를 향해 물을 수도 있고 좁혀서 한 구역의 청중을 대상으로 물을 수도 있다. 아무런 반응이 없던 청중도 이런 손짓을 통해 자연스럽게 스피치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특유의 손짓은 자신만의 이미지를 대표

마지막으로 나만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손 제스처를 활용할 수 있다. 고유의 손동작을 가진 유명인들을 떠올려 보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농구공을 들고 있는 듯 양손을 어깨너비만큼 벌리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오바마 특유의 개방적이고 열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주고 연설에 긍정적인 힘을 실어 줬다.

또 오프라 윈프리는 자신의 TV쇼에서 테이블 위에 팔꿈치를 대고 양손의 손가락 끝을 마주 대 산처럼 뾰족하게 만드는 자세를 자주 보여줬다. 이 자세는 윈프리의 확신에 차고 당당한 자신만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것으로 자리 잡았다.
스피치를 말로만 한다? 손동작 잘 쓰면 전달 효과 두 배 된다
이처럼 각자가 가진 특유의 손짓은 그 사람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고 그 이미지가 스피치에도 힘을 실어준다. 그러니 자신의 장점을 잘 살린 손짓 하나 정도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손 움직임이 언제나 좋은 이미지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팔짱을 끼고 연설하는 이를 종종 목격할 수 있는데 사실 이는 부정적인 손 사용법의 대표적인 예다. 이런 자세는 청중으로 하여금 상대가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고 느끼게 해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이미지를 만든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이야기하는 것도 우리나라에서는 오만한 태도로 보인다. 또 스피치 중 손으로 머리나 코 등을 자주 만지는 것도 자신감 없고 나약한 사람으로 보이게 하니 주의하자.



김자영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전 KBS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