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익의 눈

최근 미국의 출구전략이 구체적으로 언급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매우 불안해지고 있다. 자금 유출로 신흥 시장의 주가와 통화가치가 급락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주가지수가 2012년 6월 이후 처음으로 1800 선 아래로 떨어졌고 시장 금리와 환율도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에서 이른바 ‘트리플’ 약세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6월 들어 5조 원어치 이상 우리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주식과 채권을 더 팔까. 외국인 증권 매수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한미 금리 차이가 더 이상 축소되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 매도는 점차 둔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올해 4분기에는 미국의 출구전략이 실행되지 않으면서 다시 외국인들이 우리 주식과 채권을 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6월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자료가 아시아개발은행(ADB)·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유럽중앙은행(ECB)에서 연거푸 발표됐다. 출구전략의 방향과 그 영향을 분석해야 하는 시점에서 양적 완화 효과를 분석하는 것은 시기에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양적 완화가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먼저 파악해야 출구전략 효과를 추론해 볼 수 있다.

이들 보고서의 내용을 요약해 보면 이렇다. 미국의 양적 완화로 미국의 금리가 하락하고 주가는 상승했다. 그리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변동성 지수(VIX)가 하락하고 리스크가 줄어들면서 양적 완화로 풀린 돈이 신흥 시장으로 들어왔고 이에 따라 신흥 시장의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프리미엄이 떨어졌고 환율이 안정된 가운데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금리가 하락했고 주가는 상승했다. 이와 함께 홍콩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집값까지 올랐다.

실제 통계를 보자. 2009년 6월 3.94%까지 상승했던 미 국채(10년) 수익률이 2012년 7월에는 1.39%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도 올해 5월에는 1669까지 상승해 사상 최고치까지 올랐고 2009년 7월에 비해 86% 상승했다. 미국의 양적 완화는 우리 금융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2008년 11월~2011년 4월 사이에 외국인들이 우리 주식을 56조 원어치 순매수했는데, 이 시기에 코스피 지수가 970에서 2229까지 2.3배나 상승했다. 물론 이 기간에 원화 가치가 상승했고 시장 금리도 하락했다.
<YONHAP PHOTO-0077> Chairman of the the U.S. Federal Reserve Ben Bernanke speaks at the London School of Economics in London March 25, 2013. The situation in the euro zone has shown the difficulties of operating a single currency across several countries, Federal Reserve Chairman Ben Bernanke said on Monday. REUTERS/Jason Alden/POOL  (BRITAIN - Tags: BUSINESS EDUCATION)/2013-03-26 05:32:23/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Chairman of the the U.S. Federal Reserve Ben Bernanke speaks at the London School of Economics in London March 25, 2013. The situation in the euro zone has shown the difficulties of operating a single currency across several countries, Federal Reserve Chairman Ben Bernanke said on Monday. REUTERS/Jason Alden/POOL (BRITAIN - Tags: BUSINESS EDUCATION)/2013-03-26 05:32:23/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미 실물경제 반등, 아직 더뎌

그러나 지난 5월 20일 벤 버냉키 미 Fed 의장이 노동시장이 개선되면 점진적으로 양적 완화를 축소하겠다고 말한 후 금융시장 상황이 역전됐다. 미국의 국채 수익률이 2.61%까지 상승하면서 2011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신흥 시장의 금리가 급등했고 주가는 급락했다. 우리나라 국채(3년) 수익률도 2012년 7월 이후 다시 3%대로 올라섰고 주가는 1800 선 이하로 주저앉았다. 원·달러 환율도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1160원대로 상승했다. 6월 들어 25일까지 외국인들이 주식을 5조4000억 원어치 순매도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우리 주식을 언제까지 계속 팔까. 최근 Fed에서 나온 한 연구 보고서는 미국의 양적 완화가 신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서 경제성장률과 금리 차이가 신흥 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필자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외국인의 증권 투자를 설명하는 변수로 한미 경제성장률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지만 금리 차이는 유의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한미 국채(10년 기준) 수익률 차이가 2.01% 포인트였다(미국 1.62%, 한국 3.63%). 그 후 금리 차이가 계속 줄어들어 올해 3월에는 0.95% 포인트로 축소됐다. 그러나 4~6월에는 1% 안팎에서 더 이상 낮아지지 않고 있다.

외국인은 금리 차이가 축소되기 이전인 지난해 4월부터 우리나라 증권을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했으며 올해 4월까지 순매도액 규모가 127억 달러에 이르렀다. 6월 중순 이후로는 양적 완화에 대한 구체적인 출구전략 일정이 제시되면서 외국인 매도 규모가 더 확대되고 이에 따라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과 금리는 급등하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 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려면 미국이 출구전략을 실행에 옮기거나 한미 금리 차이가 더욱 축소돼야 한다. 필자는 미국 주가가 경제에 비해 앞서가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최근에 주가 상승률과 경제성장률 간의 간격이 너무 벌어졌고 그 간격은 양적 완화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지만 미 의회 추정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이 2013년 1분기 현재 잠재 수준보다 약 6% 정도 낮다. 그만큼 미국 경제에 디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올 들어 5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에 그치는 등 매우 안정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지난 5월 실업률도 7.6%로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매월 고용이 15만 명 이상 증가해야 내년 하반기에 가서 미 Fed가 목표로 하는 ‘실업률 6.5%’를 달성할 수 있다.

올해 4분기 가서는 이런 데이터들이 구체적으로 나타나면서 미 통화 당국은 또 다른 출구전략을 찾을 가능성도 높다. 그러면 미국 금리가 다시 하락하고 한미 금리 차이가 다시 확대되면서 지금처럼 외국인들이 우리 주식을 팔지 않을 것이다. 그때까지는 미국의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미국 주가가 더 조정을 보이고 우리 주식시장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4분기에는 미국의 양적 완화가 지속되고 우리 금융시장에 외국인 자금이 다시 들어올 전망이다.
글로벌 증시 어디로, 호주·스위스 화폐가치, 코스피의 나침반
4분기 무렵 안정 예상돼

올해 4분기 이전까지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불안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 글로벌 리스크를 나타내는 여러 가지 지표를 보고 대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시카코 옵션 거래소의 S&P500 지수 옵션의 내재 변동성을 측정하는 변동성(VIX) 지수다. 또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에서 작성하는 금융스트레스 지수(St. Louis Financial Stress Index)도 참고할 만하다. 6월 이후 이런 지수들이 금융시장 불안을 예고해 주고 있다.
이와 함께 필자는 호주 달러·스위스 프랑의 상대 환율 추이를 보면서 우리 금융시장 불안 정도를 측정한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리스크가 줄어들 때 투자자들은 금리가 낮은 스위스에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호주에 투자한다. 이와 반대로 리스크가 높아지면 투자자들이 수익성보다 안전성을 선호하기 때문에 돈이 스위스로 이동한다. 또한 호주는 원자재를 주로 생산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세계경제가 좋을 때 호주 달러가 스위스 프랑보다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게 된다. 우리나라 주가는 호주 달러·스위스 프랑의 상대 환율과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5월 이후 이 지표가 급락했고 그 후 우리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채권시장과 외환시장도 같이 불안해졌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겸임교수 solchan0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