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싸이월드 열풍 재현하나

데이비(Daybe). 우리만 아는 오늘. 진짜 친구들과 나의 하루를 나누는 슬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2000년대 중반 ‘싸이월드’로 ‘싸이 돌풍’을 일으켰던 SK커뮤니케이션즈가 이런 기치를 걸고 ‘데이비’라는 소셜 서비스를 내놓았습니다. 친구 수를 50명으로 제한하는 폐쇄형 서비스입니다. 웹사이트(daybe.com)도 열었고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용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도 내놓았습니다.
[광파리의 IT 이야기] 친구끼리 돌려 보는 미니 일기장 ‘데이비’
8월 말께 서비스를 시작했으니까 아직은 단정적으로 평가하기엔 이르지만 가능성과 과제를 짚어볼까 합니다. 데이비는 친구 수를 제한하는 폐쇄형 서비스라는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사용자는 대부분이 수백 명 내지 수천 명과 친구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진짜 친한 친구들이 올린 글이나 사진을 보지 못하고 놓치기 십상이죠. 이런 단점을 해소하겠다는 게 데이비를 만든 취지입니다.

그동안 ‘트위터 피로감’이니 ‘페이스북 피로감’이니 하는 말이 많이 나왔습니다. 친구 수를 마구잡이로 늘린 탓에 타임라인이나 뉴스피드가 어지럽혀져 그만두고 싶은 심정을 표현한 말입니다. 특히 트위터에서는 작년 12월 대통령 선거 이후 피로감이 여실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친한 친구들이 올린 글이나 사진만 보고 싶은 수요는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폰에 데이비 앱을 깔아 사나흘 사용해 봤는데 ‘친구들과 공유하는 미니 일기장’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이든 메모든 하루 한두 개 올리면 날짜순으로 차곡차곡 쌓입니다. 이걸 스와이프(손가락을 화면에 대고 좌우로 긋는 행위) 하며 둘러보면 최근 일기를 훑어보는 느낌이 듭니다.



친한 친구 50명으로 제한

사용자 환경(유저 인터페이스, UI)은 깔끔한 편입니다. 홈에서는 친구들이 오늘 올린 사진이나 글을 최신순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댓글을 달 수도 있고 ‘러브잇(love it)’을 누를 수도 있고…. ‘러브잇’은 페이스북의 ‘좋아요’와 같습니다. 포스팅 방식은 6가지입니다. 생각을 짤막하게 메모할 수도 있고 사진을 찍어 올릴 수도 있고 현재 위치를 지도 위에 표시해 공유할 수도 있고 음악이나 영화 포스터를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친구 50명을 선정하는 과정에는 ‘자의 반 타의 반’이 작용합니다. 친구를 초청하는 건 자의입니다. 주소록에 저장된 친구, 페이스북 친구, 카카오톡 친구를 클릭 두세 번으로 초청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초반이어서 친구 50명을 채우는 게 쉽지 않지만 50명을 넘어서면 ‘친구 감별’이 시작됩니다.

데이비를 이용해 보면서 ‘친한 친구라면 미니 일기장을 공유하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에서 제법 인기를 끄는 ‘패스(Path)’란 서비스와 비슷하다는 말도 듣지만 한국에서는 새로운 서비스죠. 어딘가에 하루 일과를 짤막하게 메모하고 싶은 생각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겁니다. 친구 일기장을 슬쩍 훔쳐보고 싶은 욕구도 있을 테고요. 이런 점에서 데이비는 가능성이 있는 서비스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데이비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트위터도 있고 페이스북도 있고 카카오톡도 있고 밴드도 있고…. 이 많은 서비스를 모두 이용하려면 머리가 아픕니다. 재미있어야 할 소셜 서비스가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친구들이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 한두 개만 쓰고 새로 나온 서비스는 좀체 손대지 않으려고 하죠. 이것이 데이비가 넘어야 할 가장 큰 난관입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