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SKK GSB 조경아 교수의 ‘마케팅 관리’

[MBA 명강의 지상 중계] 일반인 모델로 ‘미의 기준’에 도전한 도브
기업들은 제품과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실로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과거의 소비자들이 일방적인 마케팅을 통해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구매를 결정한 것과 달리 현대의 소비자들은 능동적인 형태로 기업과 소통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 성향의 변화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이전과 다른 형태로 진화시키고 있다. 새롭게 변화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소통’이다. 소비자와의 소통을 통해 기업은 장기적으로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강력한 브랜드 자산(Brand Equity)을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경아 SKK GSB 교수의 마케팅 관리 수업에서는 다양한 마케팅 이론을 여러 사례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토론하며 배울 수 있다. 이번에는 마케팅이 단순히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만이 아니라 소비자의 니즈(needs)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통하는 것이라는 것을 도브(Dove)의 혁신적인 행보를 통해 살펴본다.


‘완벽한 아름다움’ 거부한 리얼 뷰티 캠페인
도브는 유니레버(Unilever)의 개인 생활용품 카테고리의 대표 브랜드다. 도브의 역사는 브랜드가 소비자와 어떻게 소통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만들어 가는지 보여준다. 1957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들이 다친 부위에 자극을 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순하게 만든 비누인 도브는 스스로를 비누(Soap)가 아닌 뷰티 바(Beauty Bar)라는 새로운 품목으로 정의하며 주목 받았다. 또한 세안 크림(Cleansing Cream), 보습 크림(Moisturizing Cream)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소비자들의 건조한 피부에 대한 걱정을 덜어줬다. 1980년에는 의사들이 홍보하는 제품으로 이미지를 구축했고 2000년대까지는 기능성을 강조하며 성장세를 이어 나갔다.

2000년 유니레버는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 도브를 개인 용품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이미지화하고자 했다. 이러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도브는 미용 및 건강 산업 분야에서 흔히 사용되던 모델과 유명인들을 통해 그려지는 완벽한 아름다움에 대한 고정관념에 도전하기로 한다.

2002년 도브 브랜드팀의 소비자 심리학자 그룹은 10개국 18~64세 사이의 여성 3200명을 대상으로 연구 조사를 실시했고 이를 통해 2%의 여성만이 본인의 모습을 아름답다고 느낀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도브는 ‘리얼 뷰티(Real Beauty)’ 캠페인을 기획한다. 리얼 뷰티 캠페인은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다양화하고 여성들이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한 캠페인이다. 소비자들의 숨겨진 니즈를 바탕으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캠페인인 셈이다.

2002년 캠페인의 첫 발판으로 옥외광고 시리즈를 진행했다. 이 캠페인에는 유명 여성 사진작가인 애니 레보비츠(Annie Leibovitz)가 참여해 전문 모델이 아닌 일반 여성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았다. 행인들은 광고판의 여성이 뚱뚱한지 아니면 풍만한지(Fat or Fab), 주름졌는지 아니면 멋진지(Wrinkled or Wonderful)에 대해 즉각적으로 투표하고 그 결과를 광고판을 통해 볼 수 있었다. 2004년 퍼밍 캠페인(Firming Campaign)은 모델이 아닌 6명의 여성이 흰색 속옷 차림으로 포즈를 취하는 광고를 통해 사회가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던 일반적인 ‘미’에 대한 기준을 거부하는 파격적인 캠페인은 도브가 기존의 기능성 제품에서 그 이상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라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줬다.

도브의 파격은 옥외광고에서 영상으로 옮겨갔다. 2006년 도브는 어린 소녀들의 자존감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짧은 영상을 제작했다. ‘주근깨가 싫어(Hates her freckles)’, ‘금발로 태어났더라면(Wishes she were blonde)’ 등 일반적인 미의 기준에 소녀들이 느끼는 좌절감을 담아낸 이 영상은 배경음악 ‘트루 컬러(True Colors)’와 함께 사회적으로 큰 파급효과를 가져왔고 같은 해 슈퍼볼 광고에 쓰이기도 했다. 또한 도브는 ‘진화(Evolution)’라는 이름의 디지털 영상을 선보였다. 한 평범한 여성이 화장, 헤어 스타일링, 포토샵 효과를 통해 모델로 변신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기존 아름다움의 허구를 꼬집은 것이었다.


TV 대신 유튜브를 핵심 커뮤니케이션 매체로
이러한 광고와 영상물들은 캠페인으로서 소비자의 관심과 공감을 얻는 데 성공을 거뒀지만 정작 이러한 긍정적 메시지가 긍정적 브랜드화로 이어졌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업계 관계자들은 상품과 브랜드를 언급하지 않는 형식의 광고가 소비자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영향을 줬는지 회의적으로 생각했다. 또한 기존에 성립된 브랜드 이미지를 저해하고 일반 여성들을 이용한 캠페인이 도브를 모호한 이미지의 브랜드로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낳았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도브는 리얼 뷰티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브랜드가 추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도브의 리얼 뷰티 캠페인 사례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로 주목할 만하다.

우선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에 문제를 제기했고 이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함으로써 성공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도브는 캠페인에 앞서 설문 조사를 통해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심리적 불편함을 인지했다. 그리고 이를 토론 주제로 공론화하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직간접적으로 도브의 리얼 뷰티 캠페인을 비롯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주목하고 참여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소비자의 생각을 읽고 소통하고자 했던 노력은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소비자 태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도브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채널에 혁신을 마다하지 않았다. 많은 비용이 드는 TV 광고 대신에 온라인 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를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매체로 선택했다. 유튜브를 통해 도브의 메시지를 접한 사람들은 온라인 지인들과 캠페인을 손쉽게 공유했고 적극적으로 캠페인에 참여했다. TV 광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유명 인사들과 사회단체들은 도브가 제기한 이슈를 방송에서 직접 언급하며 지지를 표명했다. 또한 도브는 공개적인 비판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맞서며 이슈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나갔다.

그리고 도브는 회사가 가지고 있는 미션과 일치하는 캠페인을 진행함으로써 높은 지속 가능성을 부여했다. 또 여성을 주요 소비자 층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소통의 대상이자 회사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대상으로 봤다. 이 같은 인식의 변화는 도브 자신감 펀드(Dove Self-Esteem Fund)와 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으로 이어졌고 이를 통해 10대 소녀를 비롯한 여성들의 교육과 삶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캠페인포리얼뷰티닷컴(campaignforrealbeauty.com)이라는 온라인 사이트를 운영하며 전 세계 여성들이 서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형성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도브는 리얼 뷰티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고 단순한 뷰티 브랜드가 아니라 소비자를 우선으로 하는 브랜드로 새롭게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도 도브는 리얼 뷰티 스케치 영상을 통해 ‘여성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아름답게 비쳐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내면적인 가치를 중요시하는 긍정적인 브랜드로서 다시 한 번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같은 도브의 통합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그들의 니즈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다.


정리 요하네스 난츠·마영정 성균관대 SKK GSB MBA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