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9개월간 TF팀 만들어 ‘새로운 맛’ 연구…SNS 입소문 타며 ‘대중 영향력’ 확산

[올해의 히트 상품 30] 허니버터칩, ‘역발상’으로 입맛 잡았다
국민 과자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새우깡과 초코파이도 제친 지 오래다. ‘품귀 현상’에 ‘인질 마케팅’까지 그야말로 태풍의 핵과 맞먹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 히트 상품 식품 부문 1위에 올랐다. 점수 차도 압도적이다. 총점 2095점으로 2위인 설빙(838점)보다 2배 이상 높다. 진보성, 대중 영향력, 성장세, 신규성 등 항목별 점수를 살펴보더라도 다른 상품들과 비교해 압도적이다. 진보성 406점, 대중 영향력 632점, 성장세 498점, 신규성 558점을 획득했다.


SNS 입소문, 영향력도 덩달아 커져
허니버터칩 신드롬의 비결로 가장 먼저 손꼽히는 것은 다름 아닌 ‘역발상 전략’이다. 기존의 감자칩 제품이 ‘짭짜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에 중점을 뒀다면 허니버터칩은 ‘달콤한 감자칩’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를 위해 해태제과는 태스크포스(TF)팀까지 만들어 감자칩 개발에 나섰고 1년 9개월 연구 끝에 새로운 맛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감자칩은 달콤하면 안 된다’는 시장의 고정관념을 깬 선택이 오히려 지금과 같은 열풍의 동력이 된 셈이다. 그 결과 허니버터칩은 지난 8월 27일 출시 이후 불과 4개월여 만인 지난 11월 13일 누적액 1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는 해태제과가 당초 연말까지 목표로 한 100억 원 판매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지난 11월 30일 기준 허니버터칩의 누적 매출액은 136억 원 정도로 연말까지 200억 원 매출을 추정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허니버터칩의 대중 영향력이다. 실제로 식품 분야뿐만 아니라 이번 조사에서 전 항목에 걸쳐 대중 영향력 항목에서 600점 이상의 고득점을 획득한 것은 허니버터칩이 유일하다. 이는 허니버터칩의 인기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한 ‘입소문’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허니버터칩은 방송 광고 등을 전혀 하지 않았지만 인스타그램 등 SNS에 “허니버터칩 맛있는데 살 수가 없다”는 구매 실패 경험담이 증가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얻게 됐다. 이 같은 분위기에 업계에서는 허니버터칩의 인기가 죽어가던 과자 시장을 살렸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과자 시장은 질소 포장 논란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지만 허니버터칩이 인기를 얻으며 오리온의 포카칩 등 비슷한 종류의 과자들까지 덩달아 매출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CU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BGF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11월을 기준으로 CU에서 판매된 감자 스낵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껑충 뛴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 부문 히트 상품 2위는 코리안 디저트 카페 ‘설빙’이 거머쥐었다. 진보성 236점, 대중 영향력 224점, 성장세 194.5점, 신규성 184점을 받았다. 설빙 또한 기존 팥빙수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난 전략으로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알갱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곱게 간 우유 얼음 위에 팥 대신 쫄깃한 인절미를 넣어 새로운 맛을 추구했다. 2012년 4월 부산에 1호점이 문을 연 이후 2년여 만에 전국 점포 수 500개를 돌파하며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3위는 봉구비어 등 스몰 비어 프랜차이즈가 차지했다. 진보성 183점, 대중 영향력 138점, 성장세 169점, 신규성 143점으로 총점 634점을 받았다. 2012년 부산 상권에서 생겨나기 시작한 스몰 비어 아이템은 33~66㎡(10~20평) 내외의 ‘작은 호프집’을 표방한다. 서민적인 분위기의 편안함, 저렴한 가격대로 최근 맥주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CJ푸드빌의 ‘계절밥상’, 이랜드의 ‘자연별곡’ 등 한식 뷔페들이 총점 625점으로 4위에 올랐고 5위는 전년 동기 대비 100% 성장하며 올해 시장 규모만 400억 원대에 육박한 탄산수가 483점을 얻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