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995호 (2014년 12월 31일)





21세기 스피드 경영 ‘패스트웍스’

130년 역사의 거대 기업 GE, 벤처 정신을 품다

식스 시그마. 린 경영 등 경영 기법을 개발한 GE는 21세기 새로운 혁신으로 ‘패스트웍스’를 제안한다.


21세기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빠르게 변화하며 예측이 불가능하다. 기업들이 21세기 성공을 위한 핵심 경쟁력을 ‘속도’와 ‘리스크 절감’에서 찾는 이유다. 에디슨이 설립한 이후 130년 역사를 지속해 온 제너럴일렉트릭(GE)은 이러한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혁신 경영 기법을 개발했다.

바로 ‘패스트웍스(FastWorks)’라는 업무 툴이다. GE는 식스 시그마, 린 경영 등 전 세계 많은 기업이 벤치마킹한 혁신 경영 기법을 개발하고 전파해 왔다. 패스트웍스는 제품 안전과 품질을 유지하면서 절차를 간소화해 속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혁신 경영 기법이다. 21세기 경영 환경 변화에 발맞춰 가기 위해 도입한 글로벌 기업의 성공 전략이다.


절차 간소화·고객과의 지속적 소통이 핵심
GE는 ‘간소화(Simplification)’라는 전사적 이니셔티브를 통해 기업의 ‘문화적 변혁’을 추진하고 있다. GE는 패스트웍스를 사업 전략을 넘어선 전사적 문화 혁명으로 표현하며 모든 업무 방식과 절차, 사고방식까지 변화를 꾀하고 있다. 거대 조직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고객들에게 더 좋은 결과를 더욱 빠르고 낮은 비용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GE는 공급 체인의 15% 통합, 신제품 개발 사이클(NPI:New Product Introductions) 30% 이상 단축, 거래 사이클의 50% 단축, 고객 응대 속도 4배 개선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패스트웍스의 핵심 요소는 ‘절차의 간소화’와 ‘고객과의 지속적인 소통’이다. 제품 개발 진행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고객 피드백을 받고 이를 제품 개발 및 모든 과정에 수시로 반영함으로써 고객 만족도와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패스트웍스는 이러한 간소화 전략을 구체적으로 업무 과정에서 실현하는 업무 툴이다. GE는 거대 조직이 갖는 관료주의와 복잡한 절차를 극복하고 실질적인 벤처 정신을 반영하기 위해 스타트업의 새로운 경영 기법을 창시한 에릭 라이즈와 데이비드 키터를 초빙해 함께 연구했다.

패스트웍스는 다음 5가지 요소로 실행된다. 첫째, 고객의 문제를 파악한다. 둘째, 가정을 설정하고 구체화한 후 테스트 제품을 만든다. 셋째, 최소한의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만든다. 이는 가장 최소한의 투자로 고객이 원하는 성능을 구현한 제품으로 시제품일 수도, 완제품일 수도 있다. 넷째, 고객의 반응을 통해 새로운 측정 기준을 찾아 적용한다. 다섯째, 입증된 결과를 바탕으로 전략을 수정한다. MVP에 대한 고객의 반응이 긍정적이라면 기존 전략대로 진행하고 아니면 전략을 수정한다.

GE가 전파한 대표적 혁신 경영 기법인 식스 시그마가 품질 혁신과 고객 만족에 중점을 뒀다면 패스트웍스는 제품의 안전과 품질을 유지함과 동시에 절차를 간소화해 NPI(New Product Introduction)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변동성이 높은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품질을 높이면서도 보다 빠른 시장 진입과 긴밀한 고객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신제품 개발에 철저한 기밀 보안을 유지하고 완제품을 만든 후 공개하는 방식을 취해 왔다. 하지만 GE의 패스트웍스는 제품의 개발 과정에서 고객에게 제품을 공개하고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그것을 개발 과정에 반영한다. 이는 한 번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개발이 완료되기 전까지 수시로 행해지면 이를 통해 고객의 실질적인 니즈와 빠르게 변하는 시장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고객의 의사를 즉각적·지속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속도를 더 높이면서도 품질이나 정확성 또한 높일 수 있다. 오히려 최소한의 비용과 노력으로 전통적인 방식의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성공 확률을 높인다.


패스트웍스를 적용해 개발한 GE파워앤드워터의 7HA 가스터빈.


스마트업 벤치마킹한 새로운 스피드 전략
현재 GE는 전사적으로 패스트웍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커리큘럼을 개발해 글로벌 임원들뿐만 아니라 직원으로까지 확대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다수의 비즈니스에 패스트웍스를 적용해 제품 개발 및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현지 인력의 의사 결정권을 강화하고 더욱 빠른 속도로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한편 기업 내 관료주의를 제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GE는 간소화를 통해 신제품 출시에 소요되는 기간을 30% 단축하고 현장 직원의 의사 결정 승인을 50% 증가시키는 한편 딜 사이클(deal cycle)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패스트웍스는 항공·조명·오일&가스·운송을 포함한 15개 이상의 주요 사업부에 적용되고 있다. 운송 사업 부문에서는 고객의 비용 절감을 위한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충족하는 솔루션 개발을 위해 초기 단계에서부터 고객을 지속적으로 참여시키고 고객의 의견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패스트웍스 도입을 통해 목표 성능 설정에서 파일럿 제품, 고객에게 최종 전달하기까지 새로운 수준의 프로토타입을 구축했고 고객 중심 운영을 통해 업무의 효율성 및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GE파워앤드워터의 7HA 가스터빈이 대표적인 적용 사례다. GE는 7HA 가스터빈 개발에 패스트웍스를 적용해 신제품 개발(NPI) 사이클을 2년 단축했다. 하드웨어 엔지니어들이 소프웨어 엔지니어처럼 유연하게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동급 제품 대비 최고의 효율성과 최대 수준의 출력을 보유한 가스터빈을 개발할 수 있었다.

이 또한 제품 개발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적용함으로써 보다 이른 기간 내에 훨씬 낮은 개발 비용으로 고객 만족을 높이는 우수한 제품을 시장에 선보일 수 있었다. 또한 가스터빈을 완전히 새롭게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제품을 보다 업그레이드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기술팀과 영업팀 및 각 지역의 담당자들과 크로스펑셔녈(Cross-functional) 조직을 구성, 보다 효율적으로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적용하고 있다.

GE헬스케어 사업부는 작년 패스트웍스를 적용해 개발한 한글 표기 멀티오믹스(MultiOmyx) 기술을 선보였다. 멀티오믹스는 조직에서 하나의 슬라이스만 채취해 여러 개의 단백질을 관찰하고 분석할 수 있게 해주는 혁신 기술이다. 종래에는 각각을 관찰하기 위해 조직에서 여러 번 슬라이스를 채취해야 했다. 하지만 이 기술이 개발돼 하나의 조직 슬라이스로 여러 가지 검사가 가능해 조직 검사를 반복적으로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검사 시간을 절약하며 더욱 일관된 검사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

GE는 이 기술 개발을 위해 패스트웍스를 적용하고 제조·R&D·품질관리·소싱팀으로 구성된 80여 명의 내부 태스크포스(TFT)팀을 조직, 기술 연구·개발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고객의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받았다. 이를 통해 조직 검사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보다 효율적인 검사가 가능한 혁신 기술을 개발, 병원과 환자의 불편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GE는 전 세계 중소기업·벤처·개인과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서도 패스트웍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실천한다. 내부적으로도 패스트웍스를 적용하고 패스트웍스를 본래의 경영 방식으로 실행하고 있는 벤처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GE의 기술력과 자본력을 벤처기업이 가진 효율성과 신속성과 접목하고 있다. GE는 2013년 4월 미국의 벤처기업이자 소셜 제품 개발 플랫폼 기업인 쿼키와 제품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실제 파트너십 체결 6개월 만에 제품을 출시했다.

최근에는 3개월 만에 에로스(AROS) 스마트 에어컨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고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 밖에 오픈 소스 자동차 제조 회사인 로컬모터스와 올해 4월 ‘퍼스트빌드(FirstBuild)’라는 아이디어 플랫폼을 론칭했다. 패스트웍스를 협력을 통해 구현함으로써 통상적으로 대기업에서 제품을 개발하는 데 수년의 시간이 소요됐던 한계를 넘어 혁신해 나가고 있다.


GE는 패스트웍스를 통해 신제품 개발 사이클을 2년 단축할 수 있었다.


업무 효율 향상, ‘디지털 역량’ 지원 중요
GE는 신속한 대응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이를 지원해 줄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직원들의 디지털 기술 사용 역량을 높이고 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속도와 효율을 높이는 새로운 업무 지원 시스템을 도입했다.

내부 정보기술(IT) 시스템인 GE 스마트아우티지(GE SmartOutage), GE 어드밴티지(GE Advantage), IT 심플리피케이션 인사이드 GE(IT Simplification Inside GE) 등이다. GE 스마트아우티지는 고객들의 피드백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모바일 기술이고 GE 어드밴티지는 제품의 개발에서 출시까지의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제품과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GE와 고객 모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솔루션이다. IT 심플리피케이션 인사이드 GE는 직원들이 업무를 볼 때 필요한 내부 절차들을 간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IT 시스템이다. 이러한 기술 개발을 통해 GE는 직원들이 사내 및 고객 간에 보다 편리하고 신속한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한다.

GE의 IT 역량을 통한 간소화 실천 의지는 새로운 최고정보책임자(CIO) 임명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작년 부임한 제이미 밀러 CIO는 최고회계책임자(CAO:Chief Accounting Officer) 출신이자 파이낸스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 온 재무 전문가다. 통상적으로 기술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 온 이들이 CIO가 된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눈에 띈다. 재무 업무를 통해 키워 온 각 비즈니스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IT 부서와 각 사업부 간의 이해를 높이고 실무에서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시스템 개발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린 스타트업’의 저자 에릭 리스는 “스타트업은 반드시 차고에서만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제 스타트업은 신생 기업을 의미하는 것뿐만 아니라 하나의 ‘기업가 정신’을 의미하기도 한다.

경제 환경의 변화에 따라 사업을 새로 시작하는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거대 규모의 기업도 관료주의·형식주의·복잡성·부서 간 장벽 등을 허물고 민첩성을 추구하는 스타트업 정신이 요구되고 있고 ‘사내 기업가 정신(Intraprenuership)’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빠르게 변화하고 예측할 수 없는 경제 환경에서 규모가 큰 데 따른 관료주의와 느린 속도로는 더 이상 불확실성의 시대에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GE의 제프리 이멀트 회장은 올해 초 주주 서한을 통해 “GE가 지난 100년 이상 경쟁력을 유지한 비결은 우리가 완벽하기 때문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더 나은 방식과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멀트 회장은 도그마(dogma)와 슬로건에 사로잡혀 새로운 도전과 혁신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미래 성공을 이끌 수 없으며 특히 GE와 같은 대기업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시장 환경에 적극 대처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의 성장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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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4-12-3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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