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143호 (2017년 10월 25일)





황인학 한국기업법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왜 대기업만 겁박하는가”

[커버 스토리=혁신성장의 조건 ④기업가 정신]
공무원·회사원도 기업가 될 수 있다…기업가 정신의 정의부터 바로 알아야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황인학 한국기업법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수년간 기업가 정신에 대해 연구해온 전문가로서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의 정의부터 바로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의 경제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의 기업가 정신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고도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라며 “각종 규제가 기업가 정신 발현의 가장 큰 적”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김기남 기자

▶기업가 정신의 명확한 정의가 궁금합니다.

“흔히들 기업가 정신이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것엔 동의하는데 지금까지 경제학에서 한 번도 기업가 정신을 분석 체계에 넣어 살려보겠다는 노력을 해본 적이 없어요. 경영학에서는 성공한 기업인을 중심으로 기업가 정신을 얘기하는데 사실 기업가는 흔히 말하는 비즈니스맨과 달라요. 비즈니스맨이 가장 중요한 플레이어이긴 하지만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통해 전에 없던 일을 만드는 것을 기업가 정신으로 보는 게 맞죠. 예를 들면 특정 직장인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줬다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한 사례로 보는 것이 맞는다는 것이죠. 기업가 정신적 측면에서 보는 기업가는 특정 최고경영자(CEO) 등으로 국한하기보다 누구나 기업가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도 비슷하게 정의했어요. 그러한 관점에서 정치인이나 공무원도 기업가가 될 수 있습니다.”

▶과거 한국의 기업가정신지수가 높았던 이유는요.

“한국의 경제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민간 부문에서만 기업가 정신이 활발했던 게 아니라 공공 부문에서도 기업가 정신이 활발했기 때문에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고도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정부와 민간이 따로 놀면서 이룩한 성과가 아닙니다. 공공이 제도를 뒷받침했죠. 잘되는 쪽에는 칭찬하고 잘못한 기업에는 규제를 가했는데 지금은 모든 게 무너졌어요. 과거에는 기업가 정신을 뒷받침하는 제도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 제도가 오히려 엉성해졌죠. 규제만 계속 쌓여가면서 제도가 민간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이고 융·복합적인 기업가 정신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입니다. 틀에 박힌 규제는 그대로 둔 상태에서 교육이나 창업자 지원 등을 통해 땜질 처방하기 때문에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정부가 허가하지 않는 것은 다 불법이라거나 불법인지 합법인지 알 수 없게끔 해 놓고 정부의 판단을 구하게 만든다거나 부처별로 인증 기준을 만들어 놓고 해당 부처의 인증 없인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규제들이 기업가 정신 발현의 가장 큰 적입니다.”

▶기업들이 ‘피터팬 증후군’에 사로잡힌 원인도 여기에 있겠네요.

“제조업 부문에 국한해 보면 인구 1만 명당 대기업의 수는 한국이 0.07개로, 일본(0.14개)의 2분의 1, 독일(0.21개)의 3분의 1에 불과합니다. 반면 인구 1만 명당 소기업 수는 한국이 9.7개로 독일의 7.1개, 일본의 5.8개에 비해 월등히 많죠. 상당히 우량해 대기업으로 성장할 여지가 충분해 보이는데도 실제로 성장한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성장 가능성 있는 기업이 중소기업으로 남고자 하는 ‘피터팬 증후군’과 관련해 IBK기업은행경제연구소가 조사한 결과가 있는데, 충격적이에요. 응답 기업인의 59%가 ‘사업을 축소하거나 외형적 확대를 포기하는 등의 방법을 동원해 중소기업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답했어요. 최근 들어 정부는 대·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을 강조합니다. 대기업이 더 양보하고 솔선해 협력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성장을 지원하라는 일종의 압박이죠. 그런데 정작 기업을 키우지 않는 것이 유리한 선택이 되도록 만든 정부 정책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진정한 동반 성장이 가능할까요. 기업을 키우는 게 유리한 선택이 되도록 경제 제도의 인센티브 구조를 개선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기업가 정신은 어떻게 되살려야 할까요

“정부 차원에서 기업가 정신을 살려야 해요. 정부 주도하에 융합에 기초한 신산업이나 신기술을 직접 육성하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이는 과거 정부의 산업정책과 차이가 없고 성공을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기업가 정신이 쇠퇴하게 된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에서는 일찍부터 ‘리스본유럽위원회’를 통해 EU 회원국의 ‘기업가 정신의 고양’을 핵심 의제로 채택해 정기적으로 회원국의 기업가 정신 실태 조사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오랫동안 대책 마련에 고심해 왔어요. 우리도 더 늦기 전에 정부 차원의 종합적이고 효과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한 번의 실패가 자산이 아니라 패망이 되는 사회, 융·복합화 기술이나 상품을 개발해도 칸막이 규제 법령에 막혀 좌절하는 사회, 애써 만든 아이디어나 비즈니스 모델이 손쉽게 남의 손에 넘어가는 사회, 성공해도 인정보다는 질시와 규제가 가해지는 사회에서 어떻게 기업가 정신이 발현될 수 있겠습니까. 기업가 정신은 단지 개인의 도전 정신 등 ‘정신’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정책’에 반응하는 함수입니다. 정부는 창의와 혁신에 기초한 기업가적 발견 과정이 자유롭고 충분히 일어나도록 제도적 환경을 정비하고 조성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choies@hankyung.com

[‘혁신성장’의 5대 조건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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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보기 < '혁신성장'의 5대 조건 >

입력일시 : 2017-11-0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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