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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업은 지속 가능 경영을 도모한다. 계속 발전해 나가길 바라고 영원한 성장을 계획할 것이다. 개인들이 불로장생을 꾀했던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올 들어 한 분기에만 수조 원대의 이익을 내는 삼성전자가 “10년 후에는 뭘 먹고 살 것인가”라며 걱정하는 것이 그렇고, 이건희 회장이 “신수종 사업으로 미래를 대비하자”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잘나가는 회사, 탄탄한 기업이 지속적인 발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듯하다.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고 항구적인 발전을 하자면 무엇을 해야 할까.

수많은 경영 이론과 기법이 제시되는데 그중 하나가 윤리 경영이다. 외신을 통해 들어오는 해외 기업들의 이런저런 신경영이나 기업 전략을 봐도 윤리적인 요소는 갈수록 중시되는 기류다.

윤리 경영이 현대 기업에 주요한 관심사인 것이 분명하고, 이제는 선택 요소가 아니라 피할 수 없는 기업 경영의 중요한 축이겠지만 이론이나 측정 기법이 충분히 발달해 있는 영역도 못된다.
기업 윤리경영 평가 모델 만들기
해외에서는 영국의 BITC(Business in the community)와 같은 측정 방식이 있고 국내에서도 일부 연구 기관과 언론사를 중심으로 한 시도가 있었지만 아직은 시작 단계라는 것이 관련 학계나 산업계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국내의 윤리 경영 평가 지표로는 2003년에 개발된 산업정책연구원의 KoBex와 2007년에 개발된 전경련의 윤리경영자율진단지표(FKI-BEX) 정도가 선두 지표에 속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경영연구소가 새 지표 개발에 나서 주목된다. ‘서강대 윤리경영지표(Sobex)’ 발족을 앞두고 최근 산업계 등의 전문가들까지 함께한 학술 세미나도 열렸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기업이나 매출 규모 상위 100대 기업 등을 대상으로 개별 순위를 매기고 공표하겠다는 것이 서강대 경영연구소의 복안이다.

서강대, 새 지표 개발 ‘관심’

Sobex지수의 특징은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넘어 연구소가 대상을 정하고 주관적 평가 항목보다 공시된 기업의 객관적 자료를 기반으로 하겠다는 점이다. 윤리 경영 실천을 위한 인적·물적 투자와 그에 따른 경영 결과를 양과 실천으로 구분하되 기업별로 나오는 점수로 순위를 매겨 발표하겠다는 것도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측정 영역은 고객, 종업원, 주주 및 투자자, 사회 공헌, 환경 경영 등 5개 분야가 될 전망이다. 이들 5개 카테고리별로 다시 세분화된 평가 항목으로 개별 기업의 윤리 경영 실태를 측정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고객 부문에서는 고객의 보호와 만족도, 품질과 협력업체와의 관계가 측정된다. 종업원 부문에선 산업 안전, 노사 관계, 인재 양성, 고용 안정, 다양성 관리가 하부 평가 항목이다. 주주와 투자자 카테고리에서는 기업의 지배 구조, 공시 활동, 감사 의견과 내부 통제 평가, 재무 건전성 및 수익성이 기준이다.

사회 공헌 쪽에서는 사회 공헌의 철학과 투자 규모, 언론 노출도, 사회 공헌을 향한 전문성과 조직이, 환경 경영 부문에서는 환경 영향의 정도, 배출물과 폐기물, 투입 자원과 재무지표, 환경 경영 인증이 계량화될 예정이다.

이제 출발점인 만큼 한계점도 있을 수 있고 보완돼 나가야 할 사항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객관성과 신뢰성 확보는 물론이다. 윤리 경영도 쉽지 않지만 이를 평가하는 좋은 지표를 만든다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Sobex지수가 탄탄히 뿌리를 내리고 학계와 산업계에서 주목받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미리 생각해 둬야 할 점도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지표는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되 ‘사회성·시의성’까지 적절히 반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고령화사회, 다문화 가정 시대, 외국인 근로자 대량 도입 시대에 적절한 평가가 필요할 것 같다. 청년 실업 문제에서 적극성과 같은 항목에 가중치를 둘만도 하다. 초기 평가 기업을 어떤 식으로 공개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평가의 객관화가 중요하겠지만 기계적으로 정량평가에 치중해 정성평가를 도외시함으로써 획일적인 점수화에 매몰되지 않게끔 보완해 가는 것도 미리 염두에 둬야 한다. 중앙과 지방의 공기업으로도 범위를 넓혀 공공 부문에서도 윤리 경영의 새바람이 일도록 적극 유도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다.

결국은 윤리 경영이 기업과 산업계를 겁주는 또 하나의 감시·감독·간섭형 지표가 아니라 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되고 이 평가 지표로 기업 경영이 과학화되고 현대화돼 기업의 항구적인 성장에 기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허원순 한국경제 국제부장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