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무브 장효곤 대표

인터넷에서 미술 작품을 자유롭게 감상하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에게 작품을 의뢰할 수 있을까. 내 초상화도 의뢰하고 거실에 걸어 놓을 작품도 주문하고….

이런 생각을 하고 온라인을 통한 미술 작품의 대중화에 뛰어든 사람이 있다. 아트폴리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이노무브 장효곤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이노무브의 대표적인 서비스 아트폴리(www.artpoli.com)는 미술 작가와 대중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다. 아직 대중들에게 널리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에겐 대중들과의 접점을 마련해 주고 미술 작품을 쉽게 접하기 힘들어 어려움을 겪는 대중에게는 그 통로를 마련해 주겠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멀리 봐야 길을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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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서비스를 만든 장 대표는 그 이전의 경력이 미술과 전혀 무관한 사람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86학번인 그는 미국 노스웨스턴대의 켈로그 스쿨(Kellogg School)에서 MBA를 받았다.

“2007년 어느 봄날 갤러리를 운영하는 후배와 커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날도 기존 미술 시장의 한계와 새로운 시도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었고, 문득 ‘인터넷으로 미술 작가와 일반 대중을 연결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창업을 어떻게 하게 됐는지 얘기하다가 그는 불쑥 “멀리 봐야 길을 잃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이야기를 갑자기 왜 했을까. 그는 2000년 교보생명을 컨설팅하고 있었다. 당시 장 대표는 교보생명에 온라인자동차보험 사업을 제안했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보험을 판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죠. 그런데 당시엔 그게 엄청난 논쟁거리였습니다. ‘사람들이 설마 온라인에서 보험을 사겠어.’ 이런 생각들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임원진을 설득하기 힘들었죠.”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세계 최초에 벤치마크가 어딨습니까’라고 말하고 밀어붙였죠. 하하.”

장 대표는 그때 이런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흔들리지 않으려면 멀리 봐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의 반대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다.”

그는 미술 작가와 대중의 만남이라는 아트폴리를 기획할 때도 이런 생각을 했다. “앞으로도 미술은 사람들이 계속 오프라인에서만 접하게 될까. 미술 작품을 보려면 꼭 현장에 가서 감상하는 방법밖에 없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가 처음 생각한 것은 미술이 유독 음악에 비해 대중화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100여 년 전 에디슨이 축음기를 만들고 유럽에서 LP를 만들면서 일반인이 집에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물론 당시에 저항이 많았습니다. LP의 음악은 진정한 음악이 아니라는 둥…. 하지만 없는 것보다 나은(better than nothing) 것 아니겠습니까. 이 때문에 음악이 대중화되고 새로운 산업도 생겼습니다.”

그가 볼 때 미술 시장은 수요와 공급 모두 대중화에 대한 욕구가 크다.

“그림 그리기를 포기하고 좌절하는 작가들이 왜 그러는지 아십니까. 외로워서 그럽니다. 물론 돈도 중요하죠. 하지만 외로움이 가장 큽니다.”

그렇다면 아트폴리의 핵심은 가급적 많은 작가들이 그림을 올리고 많은 대중들이 여기에서 새로운 작품, 새로운 작가를 만나는 것이 아니겠는가. 장 대표는 아트폴리가 핵심 타깃으로 하는 작가들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아트폴리에서 말하는 미술 작가들은 어쩌면 이런 사람들일 겁니다. 평소엔 ‘내가 작가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죠. 미술가가 되고 싶은 꿈은 있는데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 자기 작업실도 갖고 있고 그림도 종종 그리지만 다른 일(이를테면 가르치는 일이라든가 등등)을 병행하는 사람들. 회사에서 전혀 다른 직종에 종사하면서 미술 작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이들, 작가가 되려고 하는 진지한 이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아트폴리에 작품을 올린 작가들이 기뻐하는 것은 자신의 작품에 누군가 댓글을 달고 관심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작품의 노출과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이 그의 자평이다.

그러면 돈은 어디서 벌까. 아트폴리를 통해 매매나 작품 의뢰가 발생하면 가장 좋다. 이노무브는 수수료 수입을 얻을 수 있고, 작가는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고 사람들은 저렴한 가격에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아직 이 부분은 갈 길이 멀다.

“사람들이 그림에 관심이 있는데 가격이 비싸서 작품 구입을 망설이는 줄 알았죠. 그런데 막상 해 보니 관심 자체가 없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관심을 갖도록 교육하고 토양을 만들어 주는 일도 직접 나서서 해야겠더군요.”

그의 말을 들으면서 이렇게 생각해 봤다. “앞으로도 과연 사람들이 계속 미술에 무관심하게 살까. 온라인으로 그림을 구매하고 내 사진이 아닌 내 초상화나 나를 주제로 한 아트워크로 소셜 네트워크 프로필 사진을 장식하는 것에 계속 사람들이 관심이 없을까.”

그렇지 않을 것 같았다. 최소한 지금보다는 사람들의 관심이 훨씬 많아질 것 같았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활성화될수록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다양한 표현에 목마를 것 같았다. 미술관에 가기가 힘들 만큼 생활이 바빠질수록 좋은 작품을 온라인에서 찾아서 감상하고 주문하는 일이 늘어날 것 같았다.
[한국의 스타트업] ‘안방 미술관’시대 여는 주역 떠올라
아트 2.0 미술의 새로운 세계

장 대표 역시 그런 생각을 한 것이다. 그는 미술 대중화의 첫걸음으로 초상화 의뢰 사업을 시작했다. 누구나 아트폴리 사이트에 들어와 작가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의뢰할 수 있다. 작가와 직접 대화도 가능하고 자신의 원하는 바를 주문할 수도 있다. 그는 이것을 ‘아트 2.0’이라고 표현했다.

초상화 의뢰는 글로벌로 진행해도 될 것 같았다. “해외에서 더 잘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이미 장 대표는 영어 버전을 준비해 놓았다.

장 대표는 지금의 전자책이 결코 책의 미래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그가 지난해 9월 말에 선보인 것이 리드빌드(www.readbuild.com)다.

“리드빌드는 책의 미래를 보여주고 미래의 책 비즈니스를 하는 사이트입니다.”

리드빌드는 웹 기반의 책이다. 오프라인의 책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겨 놓은 것이 아니라 웹을 기반으로 책이 만들어지고 책을 통해 사람들이 연결되고 소통하는 구조다. 책별·페이지별·문단별 인터넷 주소가 다 있다. 인용·댓글 등이 가능하고 책과 책의 내용이 링크로 이어지는 것도 가능하다. 책을 쓸 때 사람들이 고민하는 분량 부담도 없고 출판사를 정하는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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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와의 차이는 요금 부과 기능이다. 그는 리드빌드가 정착돼 나가면 구독 모델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저자는 꾸준히 글을 쓰면서 구독료를 받을 수 있고 독자와 대화를 해 나갈 수 있다. 독자는 싼값에 짧은 호흡의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할 수 있으며 자주 업데이트되기까지 한다.

“기존 책은 읽는데 많은 끈기를 필요로 합니다. 200~300페이지의 책을 만들기 위해 비핵심적 내용도 포함될 수 있죠. 만연체적 구조여서 저자의 생각을 알기 어려울 때도 많습니다. 리드빌드는 읽기 편한 ‘화두+문단’ 구조에 페이지의 요점을 화두로 제시하고 자세한 내용은 이하의 문단들로 풀어 쓰죠.”

짧은 호흡과 잦은 소통, 반복되는 이동과 다양한 만남이 계속 이어지는 요즘 사회의 움직임과 맞아떨어지는 출판 모델인 것 같다. 그리고 그는 이것이 전자책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임원기 한국경제 산업부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