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현 소셜 벤처 ‘터치포굿’ 대표

용도가 다된 헌 현수막과 광고판들에 새로운 의미와 착한 마음을 담아 예쁜 에코백, 아이디어 넘치는 생활용품으로 변신시키는 곳이 있다. 바로 착한 물건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세상을 꿈꾸는 소셜 벤처 ‘터치포굿(Touch4 Good)’이다. 4년여 전, 사회적 기업 세미나에 참가했던 박미현 터치포굿 대표와 뜻을 함께하는 친구들이 모여 만든 회사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쳐 나가야 할 점들이 너무나 많지만 그중에서 우리가 주목한 건 바로 ‘현수막’과 ‘광고판’들이었어요.”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았다. 품질이나 디자인 면에서 구매욕을 자극할 만한 상품으로 변신시키는 일이 힘들었다. “처음에는 제가 봐도 쓰고 싶지 않은 제품들이 대부분이었죠.” 쉽게 생각하고 접근했던 부분을 반성하고 처음부터 냉정하게 다시 현수막의 특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수막의 장점과 단점을 찾아냈다. 그렇게 모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부각한 상품들을 기획해 나갔다.

“헌 현수막 중에서도 좋은 소재들을 골라 친환경 세제로 세탁, 추가 오염을 방지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해 소재의 안전성을 높였고 감각적인 제품을 선호하는 요즘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디자인에도 각별히 공을 들였죠.” 현수막들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완성된 제품들은 전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제품이 된다. 그렇다고 아무 현수막이나 소재로 쓰는 것은 아니다. 제품에 사용되는 모든 현수막은 사전 업사이클링 협약에 따라 수거한다.



원래보다 더 가치 있는 쓰임, 업사이클링

“단체나 기관 등에서 1년 단위로 현수막의 기증 의사나 재활용 의사를 밝히면 협약을 체결하고 재활용되는 현수막을 상징하는 마크를 드려요. 현수막에는 그 마크가 인쇄되는데, 현수막 사용 기한이 다 지나고 나면 그 현수막을 기부 받아 현수막을 사용한 기관에서 원하는 형태의 제품이나 프로그램으로 돌려 드리곤 하죠.” 물론 대부분의 제품은 홈페이지나 오프라인 매장, 비정기 마켓 활동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판매된다. 이렇게 얻은 수익금 일부는 환경 재해, 그중에서도 환경성 피부 질환(아토피)으로 고통 받는 아동들을 위해 쓰인다.

“처음에는 가습기와 보습제 등의 물품을 지원하다가 요즘에는 습관 개선을 위한 아토피 캠프에 참가비를 지원하고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데 쓰고 있어요.” 조금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지 4년, 이제는 그 창의성과 아이디어, 좋은 뜻까지 인정받는 소셜 벤처로 성장했지만 처음에는 주변의 오해도 많이 샀다. “취업이 안 돼 창업한 거냐, 이 이력으로 대기업에 취직하려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웃음) 그때마다 우리를 믿어주고 기꺼이 동참해 주신 분들이 있어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많은 오해와 역경을 거치고 지금에 이르렀지만 터치포굿과 박 대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한다. “우리의 목표는 습관적으로 불필요하게 사용하는 현수막을 없애는 것이에요. 현수막이 없어져서 터치포굿이라는 회사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것, 그리하여 스스로 즐겁게 문을 닫는 것이 바로 우리의 최종 목표죠.”
헌 현수막을 에코백으로 변신시키다
박미현 대표는… 1985년생.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2008 터치포굿 설립, 대표이사. 2009 소셜 벤처 경연대회 최우수상(노동부장관상). 2010 법인 설립. 2010 서울형 사회적 기업 지정. 2011 우정사업국 공익사업 담당.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