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태그룹으로 편입된 첫해인 95년도 영업실적은 어떠했습니까.작년엔 불황이었죠. 내수시장에선 3~4%의 매출신장에 그쳤습니다.경기2원화로 중소기업의 일종인 소매영업(retail)에도 많은어려움을 겪었죠. 반도체만 좋았습니다. 반면에 수출은 지난해 30% 늘어났습니다. 해외시장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확장할길은 해외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이후를 대비하여 올해를 「인켈 세계화의 원년」으로 선포했습니다. 올해는 내수가 5% 늘고 수출은 50%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수출시장도 지역에 따라 부침이 심할텐데요.먼저 동남아 시장이 부상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작년에는베트남과 인도에도 수출했습니다. 물론 일본메이커들은 「베트남은끝났다. 인도로 가자」고 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에는 올해 3천만달러를 수출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남미는 약간 침체된 편이지만일시적인 침체에 그치고 앞으로 다시 부상할 걸로 봅니다. 미국과유럽은 새롭게 부상하는 소비자시장은 아니지요.▶ 중국공장에 대한 기대가 큰 것으로 생각됩니다만.중국 심천에 있는 공장은 생산기지이자 마케팅전초기지라는 두가지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 생산된 제품은) 중국내에서 30%를소비시키고 나머지 70%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로 수출할 예정입니다. 중국공장은 작년 11월에 생산을 개시해 4개월밖에 안됐지만 품질은 25년된 국내 생산품의 90%나 따라가는 수준입니다. 어디서 생산하건 역시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관리를 위해 네사람이 나가 있습니다. 국내에선 17명이 1개 라인을 담당하는데 비해 중국은 50명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조립공정이 많기도 하지만 일종의 인해전술인 셈이죠. 라인당 생산대수는2백50대로 국내와 비슷합니다. 지금은 라인이 2개인데 올해안에4개로 늘릴 계획입니다.▶ 국경없는 경제(borderless economy)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만 인켈의 경우는 어떻습니까.한국이 일본을 뒤따라가기만 해가지고 언제 따라잡겠느냐는 지적도있습니다만 일본메이커들이 해외에 진출하고 생산해 현지판매한 것은 10여년 전입니다. 우리도 그럴 생각입니다. 유통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국내시장도 이제 국제시장이라고 봐야 합니다. 유럽의 수출전진기지인 영국 현지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미국시장에도 수출되고 있습니다. 전세계가 하나의 생산기지인 동시에 하나의 시장이라는 얘기지요. 이게 바로 세계화(globalization)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지역별 생산 및 판매의 연계전략에 대해선 어떻게 구상하고계신지요.오는 7월이면 천안공장이 완공됩니다. 총 3백억원을 투자한 천안공장에선 오디오를 비롯해 첨단AV 멀티미디어TV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게 됩니다. 또 영국현지공장은 유럽수출의 전진기지로서유럽형CDP와 카스테레오 리시버 등을 비롯해 생산을 전부문으로 확대해나갈 생각입니다. 중국현지공장에선 중저가형 미니컴포넌트와뮤직센터 등을 생산하는등 글로벌 영상체제를 구축하게 됩니다.▶ 작년 9월에 나우정밀을 인수하셨는데 앞으로 해태전자를 포함한 그룹내 전자 3사의 역할분담은 어떻게 정립되나요.해태그룹은 나우정밀을 인수한 이후에 정보통신사업 육성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나우정밀이 자체적으로 기술력을 확보해온 케이블TV장비기술과 차세대 무선단말기, 광역삐삐사업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봅니다. 특히 국제전화사업에 진출하는 해태전자와 나우정밀을 한데 묶어 정보통신사업으로 나아가고 오디오사업은 해태전자의관련부문을 인켈과 통합하게 되면 상당한 시너지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성숙산업인 오디오산업 부문을 정보통신과는 별도로 육성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향후 인켈의 청사진은 어떻게 그리고 계십니까.금년도 매출목표는 작년의 2천4백50억원보다 28.6% 늘어난3천1백50억원으로 잡고 있습니다. 앞으로 「해외매출 드라이브」를적극 추진하고 그 일환으로 세계화전략을 가속화해나갈 것입니다.이를 통해 오는 2000년에는 10대 하이파이 메이커로 부상하고2005년엔 소니 파이어니어 켄우드 테크닉스 JVC등과 어깨를 겨루는5대 메이커에 진입할 것입니다. 현재 세계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이1.5%인 것을 5년후엔 5%로 끌어올리고 10년뒤에는 10%로 늘린다는계획입니다. 그때 가면 지금의 하이파이 메이커중 절반가량이 탈락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요즘은 미니컴포넌트가 유행입니다만 급격한 소비트렌드 변화를 따라가기 위한 대책이 있으시다면 소개해 주시지요.1~3년정도의 단기적 시장변화가 수시로 일어납니다. 옷깃이 넓어졌다 좁아졌다 하는 것처럼 소비패턴이 변화하면 메이커가 반드시맞춰야 합니다. 장사를 하려면 당연한 일이죠. 집집마다 큰 오디오컴포넌트는 다 있지만 젊은 세대들은 이를 아버지 엄마 것이라고생각하죠. 자기방에 놓아둘 자기만의 것을 찾는데서 미니컴포넌트에 대한 추가수요가 발생합니다. 우리도 좀 늦기는 했지만 작년초부터 미니쪽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미니하이파이(HiFi)제품도 작년에는 3개 모델이던 것을 올해는 14개 모델로 늘려나갈 것입니다.일본도 자주 그런 경향을 보입니다만 작으면서도 좋은 소리를 내는고급제품쪽으로 가고 있죠.▶ 모델 변경을 위해선 디자인이 중요한데요.소리를 음질로 듣기 보다는 디자인을 보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미니컴포넌트는 앞모양보고 사는 경향이 있죠. 대형 하이파이는 안그렇지만 미니쪽의 디자인 개발능력은 일본보다는 약한편입니다. 그래서 영국과 미국 일본에 디자인을 의뢰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모델 1개를 의뢰하는데 7만달러가 들죠. 또 산학협동으로 대학 등에 대외용역도 의뢰하고 있습니다. 자체적으로는 지난2월1일자로 영업본부에서 독립된 상품기획실을 발족시켰습니다. 인원은 20명입니다. 돈도 아끼지 않고 투자할 생각입니다. 특히 젊은세대용을 개발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도테헤란로에 자주 다니라고 얘기하죠.▶ 오디오 전문업체로 만족하지 않고 금융업등 사업다각화도 적극 추진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기존의 오디오 전문업체에서 탈피해 종합전자업체로 변신하기 위해멀티미디어 부문에 발디딘 것이 사실입니다. 금년부터 98년까지2백억원정도를 투자할 계획입니다. 뿐만 아니라 대형 컬러TV도 자체개발해 93년부터 양산하고 있습니다만 앞으로 5년간 1백억원을들여 와이드TV도 개발해나갈 생각입니다. 또 할부금융업에도 진출했습니다. 인켈이 30% 지분으로 참여한 「외환할부금융」이 지난1월 문을 열었습니다. 앞으로 본격적인 금융시장 개방에 따른 금융업 진출의 교두보는 물론 매출증가와 자금상의 호전도 기대됩니다.▶ 요즘 대리점에서 취급하는 품목도 다양화되고 있는것같은데요.멀티미디어 기기의 보급이 늘어나 오디오시장이 위축될 전망이어서대리점의 이익을 보전해준다는 뜻에서 소형가전제품을 함께 팔기로했습니다. 독일 AEG사의 세탁기 청소기 식기세척기 빨래건조기와영국 브라운사의 면도기 전동칫솔 핸드브랜더 등입니다. 오는 7월천안공장의 DVD(디지털비디오디스크) 등의 첨단 멀티미디어 생산라인이 완공되면 그때에 맞춰 각 대리점을 AV기기 가전 멀티미디어기기를 모두 판매하는 종합전자판매점 체제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지난 80년 세계적인 오디오메이커인 셔우드(Sherwood)를 인수할 당시 일화도 많았을 텐데요.주문자상표부착(OEM)의 서러움을 벗어나기 위해 「인켈」이란 자기브랜드로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린 게 76년이었습니다(최 사장이 임원으로 승진하던 해다). 그러자 미국의 인텔이 자기상표를 침해했다며 강력한 항의를 해왔습니다. 그래서 OEM브랜드였던 「셔우드」가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졌을 때 이를 인수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인수협상이 쉬웠던 것은 아닙니다. 당시 셔우드의 회장은 65세였고저는 40대 초반이어서 뛰어넘지 못할 벽이 있더군요. 결국 당시 조동식 회장을 모셔와 협상에 임했더니 동년배끼리 쉽게 네고가 성사됐습니다. 80년 당시에는 상당히 리스크를 지고 한 것이지만 그때결정은 역시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수출은 모두 셔우드 브랜드로 나가고 있지요.▶ 대개 다른 기업에 인수되고 나면 임원부터 물갈이되는 것이 보통인데 계속 경영을 맡게된 비결이라도 있으신지요.(옛)사주와 관련이 있는 경영자라면 몰라도 저는 전문경영인입니다. 또 우리나라의 M&A는 기업이 안될 때 이뤄지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판매가 부진하거나 자금이 부족한 경우등이죠. 반면에 외국에선 벤처캐피털 등으로 기업을 만들어 잘 될 때 팔아버립니다.94년 12월 인켈이 해태그룹에 인수될 적에도 영업이 가장 잘 될 때였습니다. 때문에 직원들의 동요도 거의 없었고 그룹 회장께서도(경영진 교체를) 않는다고 공언하셨죠.▶ 경영철학이랄까 좌우명이 있으시면 소개해 주세요.특별하다기 보다는 저는 요즘 자리가 있을때마다 「변화」와 「전략」이라는 두 단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남보다 앞서 변해야만낙오하지 않고 생존과 발전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과거 수십년간 지녀온 사고는 새롭게 펼쳐지는 환경에 지배당하고 맙니다. 그렇게 안되려면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바로 전략이 있어야만 합니다. 변화에 대응할수 있는 전략을 가져야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인켈아트홀(지하1층)을 운영하는등 문화사업에도 관심이 많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지난 90년에 인켈아트홀을 개관해 주로 연극공연을 하고 있습니다.방학때에는 국민학생 과학교실을 열어 1주일동안 기업체도 방문하고 과학교사의 강연도 듣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정리·손희식 기자 사진·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