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30년 동안 대학생들이 이끌어 여기까지 온 거죠”
대학생들이 일일호프로 보증금과 월세를 마련해서 공부방 꾸려
학점이수 NO, 교육이 좋아 모인 대학생들의 모임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장수민 대학생 기자] 서울시 성북구 장위동에 위치한 다솔지역아동센터를 찾았다.
언뜻 보기에 이곳은 다른 지역아동센터와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다솔은 1991년, 대학생들이 함께 도봉구에서 무료 다솔공부방을 시작한 후로 지금까지 약 30년 간 지속되고 있는 몇 안되는 공부방이다.
그동안 대학생들은 일일호프로 보증금과 월세를 마련해 성북구 정릉동에 새 보금자리도 마련했다. 2004년부터는 정부 지원을 받는 민간 공부방으로, 2007년부터는 아동센터로 전환됐다.
△ 책 읽기 수업을 하는 모습
△ 다솔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아이들의 흔적
“불평등한 사회를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걸 찾다가 이곳에 왔죠”
다솔에서 9개월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박서인(고려대 사회학과·3) 씨가 다솔 지역아동센터에 오게 된 계기는 조금 특별하다. 사회학과에서 불평등한 사회에 대해 공부하면서,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위해 막상 ‘실천’한 일이 없다는 게 부끄러웠다는 것이 이유다.
“아이들을 엄청 좋아라 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 바뀐 것 같아요. 얼마 전 아이들이 축제 연습으로 합창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울컥 하는 것 같더라고요.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웃음)”
△ 다솔 축제를 위해 준비하는 대학생 교사와 아이들의 모습
△ 다솔 축제에서의 모습
“별거 아니잖아요,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가지지 못했던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게….”
다른 지역아동센터와 달리 대학생들이 모여 시작한 만큼, 다솔에서는 지금까지도 대학생들이 주체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은영 센터장과 박서인 자원봉사 교사에 의하면, 대학생 교사와 실무자 교사가 기획회의를 거쳐 한 학기 동안 아이들과 함께할 프로그램을 정한다. 영어, 수학 같은 교과 공부뿐만이 아니라, 특정한 요일에는 색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번 학기에는 금요일마다 생각토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생 교사들이 직접 주제를 논의하고, 토론 기법을 논의하며 영화나 기사와 같은 참고자료를 준비한다.
“생각토론을 하면서 낯설어하긴 하지만, 아이들이 사유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과 같은 이런 기회를 좀 더 많이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지금까지 해 보지 못했던 것들을 좀 더 해 봤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했죠. 사실 별거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는 쉽게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또 누군가는 쉽게 못 가지고 있는 거니까….” 이번 학기에 생각토론을 진행하고 있다는 박서인(고려대 사회학과·3)의 말이다.
“두 학기 이상 가능하신 분만 오셨음 해요”
다솔에서의 봉사는 형식적이지 않고, 대학생 주체적이다. 우선 학점이수를 위해 들어와서 시간만 채우고 나간다거나, 한 학기만 하고 나가는 건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대학생 교사와 센터장님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아이들과의 라포 형성을 위해 처음부터 1년 정도는 해 줄 수 있는 교사들만 모집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아이들과 자연스레 친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박서인 대학생 교사(고려대 사회학과·3)는 “아이들이 편하게 대해 주는 게 정말 고마운 일이며, 이곳 다솔지역아동센터에서는 아이들을 위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게 뭘까, 계속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은영 센터장은 “다솔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던 학생이 대학생 교사로 자원봉사를 할 만큼 성장한 사례도 있었다”며 “그 친구 소원 중 하나가 ‘다솔 후원회장 되기’일 만큼 다솔을 거쳐간 이들 중에서도 다솔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을 보이는 사례도 많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 다솔 축제에서 아이들의 소원을 쓴 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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