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나예은 대학생 기자]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인간이 내놓은 해답은 살처분이었다. 때문에 지금까지 약 15만 마리의 돼지가 산 채로 매장당했다.
돼지 열병이 퍼지기 시작한 9월경 ‘아프리카 돼지 열병에 의해 한국의 돼지가 멸종할 수 있다’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사람들은 돼지를 걱정했다. 정확히는 돼지가 아닌, 돼지고기를 걱정했다. 사람들에게 돼지의 죽음은 고기의 죽음에 불과했다.
비거니즘의 대두
동물 윤리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빠질 수 없는 비건(채식주의). 이제는 한 발짝 나아간 ‘비거니즘’이주목 받고 있다. ‘비거니즘’이란 채식주의(비건)에서 확장된 개념으로, 비건보다 넓은 범위를 지칭한다. 기존의 비건은 동물로부터 얻는 제품을 섭취하지 않는 채식주의를 지칭하는 데 한정된 개념이었다면, 비거니즘은 식품뿐 아니라, 패션, 뷰티 등 동물성 소재가 사용되는 모든 제품의 사용을 지양한다. 이들 산업에 투입되는 동물들이 비윤리적인 환경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동물성 소재 중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것은 의류이다. 울(wool) 코트, 캐시미어 니트, 오리털 점퍼, 가죽 장갑, 퍼(fur) 재킷 등 종류 또한 다양하다. 이런 동물성 소재들이 많은 동물들을 비윤리적인 환경에 밀어 넣고 있다.
오리털 점퍼 “산 채로 오리의 목을 잡고 털 뜯어내”
부드러운 오리 털을 얻기 위해서는 오리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털을 얻어야 한다. 때문에 산 채로 오리의 목을 잡고 털을 뜯어낸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있는 털이지만, 오리들은 겨울이 되면 털을 잃는다. 이렇게 털이 뜯긴 오리들은 털이 다시 자랄 때까지 좁은 철장에 갇히고 털이 자라면 다시 위 과정이 반복된다. 오리들은 오직 털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
△ 공장식 사육 양
울코트, 구더기를 막기 위해 양의 엉덩이 잘라야
울코트는 어떨까. 코트에 가장 많이 쓰이는 재료인 양모를 얻기 위해서는 자연의 양이 아닌 계량 된 양을 사용한다. 자연의 양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양들은 감당할 수 없는 양털을 짊어지게 되고 이는 구더기들이 양에 기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은 가장 쉽고 잔인한 방법을 택했다. 구더기가 주로 생기는 양의 엉덩이 살을 잘라내는 것이다. 양은 고통스러워하지만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양털이므로 개의치 않는다.
△ 케이지 속 토끼
부드러운 토끼털은 “살아있는 토끼의 털을 천천히 뜯는 방식으로”
앙고라는 어떨까. 앙고라는 앙고라 토끼의 털이다. 앙고라 역시 부드러움이 생명이다. 때문에 앙고라 토끼 역시 산 채로 털이 뜯긴다. 이 과정에서 토끼의 피부가 벗겨지고 살점이 뜯긴다. 부드러운 털을 얻기 위해서는 털을 천천히 뜯어야 하기 때문에 토끼는 배로 고통받는다. 이후 어떤 치료를 받지 못하고 다시 좁은 철장 속에 갇혀 털이 자랄 때까지 방치된다.
이처럼 동물성 소재는 인간의 이기와 맞물려 동물의 고통을 수반한다. 동물성 소재의 수요가 많아짐에 따라 공장식의 사육이 불가피해지고, 이는 동물 학대라는 결과를 낳았다. 학대받는 동물들을 없애기 위해 동물성 소재를 지양하고 비거니즘에 동참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비건패션, 어떻게?
겨울에 다운(오리 털, 거위털) 점퍼를 포기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비거니즘 패션은 대체재를 함께 제안한다.
△ 동물성 소재 대체재 표
일일이 소재를 확인하고 구매하기가 번거롭다면, 비건패션 브랜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패션계에도 비거니즘 열풍이 불며 많은 브랜드가 비건패션을 선언했고, 올해 2월에는 LA에서 비건패션위크가 열리기도 했다. 해외 브랜드 구찌, 샤넬 등의 명품 브랜드부터 캘빈클라인, 랄프로렌, 타미힐피거 등 대학생들에게 익숙한 브랜드까지 ‘퍼 프리’(fur free)를 선언하며 비건패션에 동참했다 나아가 오직 비건 소재만을 사용하는 비건 브랜드들도 탄생하기 시작했다. 국내 브랜드 ‘비건타이거’ , ‘낫아워스’ 등이 대표적인 비건 패션 브랜드이다.
동물성 소재의 대체재로 꼽히는 합성 소재들은 대부분 동물성 소재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동물성 소재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단지 ‘멋’이라면 소재를 위해 학대 받는 동물들을 떠올리길 바란다.
‘나 부터’라는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나부터 실천하고, 나부터 지양한다면 학대 받는 동물들이 없는 세상을 기대할 수 있다. 당장 채식주의자가 되긴 어렵더라도, 패션에서 만큼은 비건이 되어보는 것이 어떨까.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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