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채용인줄 알고 지원했는데, 업무에 능숙한 인재를 원하고 있었어요. 적어도 1년 이상 경력을 가진 인재를 뽑는 것 같더라고요.” -생산직 지원자 Y(26) 씨


“제가 바로 현장에 투입돼 일할 수 있는 사람일지 혼란스러워졌어요. 지원하는 직무와 전공분야도 달라서 합격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마케팅 지원자 B(23) 씨


[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 지난 달 성남시 ‘청년채용 박람회’ 현장에서 만난 구직자들의 이야기다. 국내 기업의 채용 규모 축소, 수시채용 확대 등 채용 환경이 변화하는 가운데 이러한 채용박람회는 구직자들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반가운 행사다. 평소 구직활동을 해왔던 구직자라면 현장채용이라는 중요한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9월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131곳을 대상으로 ‘2019년 주요 대기업 대졸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했다. 그 결과 33.6%는 신규채용 규모에 대해 ‘작년보다 감소’라고 응답했다. 반면 ‘작년보다 증가’는 17.5%, ‘작년과 비슷하다’는 48.9%였다. 올 하반기 채용 계획이 없는 기업도 지난해 보다 늘었다. 8월 인크루트가 상장사 699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반기 대졸 신입을 뽑지 않겠다고 한 기업이 11.2%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한 기업은 6.7%였다. 대기업 채용 규모도 줄었다. 올 하반기 대기업 채용 규모는 4만4821명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4.1%p 감소했다.


이렇듯 기업들의 채용 규모는 줄어드는 반면, 구직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여기에 ‘경력자 같은 신입사원’을 원하는 기업이 늘어 채용박람회 현장 분위기도 밝지만은 않다. 경험이 없는 구직자들은 1~2년의 경력을 가진 경력자들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장이슈] ‘경력 같은 신입’ 원하는 기업들…'중고 신입'만이 정답일까?

△지난달 12일 분당구 백현동 판교 알파 지하광장에서 ‘2019 청년채용 박람회’를 열렸다. (사진=김지민 기자)



채용박람회에 참여한 중견·중소기업의 대부분은 신입과 경력직을 함께 채용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기업에선 이력서에 기재된 내용 중 직무와 관련한 경험 혹은 기업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진 지원자를 선호했다. 박람회에 참여한 한 채용담당자는 “회사에서 적은 인력으로 많은 업무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일해본 사람이 수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채용담당자는 “비슷한 규모에서 일해 본 사람이 회사 분위기에 적응을 잘 한다. 이 경우, 이직률이나 퇴직률이 적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인사담당자들은 1~2년 경력있는 지원자를 선호하는 추세다. 앞으로도 채용환경에서 직무역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올 10월 잡코리아가 인사담당자 4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55.1%)이 ‘향후 채용환경에서 직무역량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지금과 다를 바 없을 것’이란 응답은 41.5%, ‘지금보다 덜 중요해질 것’이란 응답은 3.4%였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50.3%)은 직무역량이 직원채용 평가에서 70% 이상의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현장이슈] ‘경력 같은 신입’ 원하는 기업들…'중고 신입'만이 정답일까?



신입사원 서류전형에서 인사담당자들이 가장 많이 보는 평가 항목으로는 ‘직무경험’이 꼽혔다. 사람인이 기업 263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력서에서 ‘인턴 등 직무경험’(48.3%)을 가장 중요하게 평가한다고 답했다. 이어 ‘전공’(19%), ‘자격증’(8.7%), ‘대외활동 경험’(6.5%) 등이었다. 주로 실무 경험이나 잠재력을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이었다.


냉혹해지고 있는 채용환경에서 많은 대학생들이 졸업 유예를 선택하거나 졸업 후 공백기를 갖고 ‘취업 스펙’을 쌓고 있다. 구직자들은 직무와 관련된 경력을 쌓지 못하면 면접 현장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



[현장이슈] ‘경력 같은 신입’ 원하는 기업들…'중고 신입'만이 정답일까?



그렇다면 ‘경력자 같은 신입사원’이 되기 위해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채용 관련 전문가들은 자신의 진로를 찾고 그와 관련한 직무 지식과 경험을 쌓는 것이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사재욱 한양대학교 ERICA 캠퍼스 커리어개발센터장은 “현실적으로 대학교 저학년부터 취업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앞으로는 취업이 더욱 힘들어진다”면서 저학년 때부터 직무 적합성을 쌓을 수 있는 준비가 탄탄하게 된다면 관련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합격 희망이 보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권준영 해커스아카데미 강남 대표 컨설턴트는 지원 직무에 대한 전문성 어필을 강조했다. 권 컨설턴트는 전공 등 이론 배경을 기반으로 자신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채우기 위한 노력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직무 관련 학습을 통해 실력을 쌓고, 6개월 내의 직접경험으로 연결지어야 한다. 직업훈련기관에서 학습과 단기간 직무 경험을 해보길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2019 성남시 청년채용 박람회에 참여한 에스에너지는 모듈영업·법무·품질관리·구매 직종에서 신입과 경력직 사원을 채용했다. 에스에너지 채용담당자는 “법무 파트는 졸업 전 직무 관련 경험을 쌓기가 어렵긴 하다. 경험이 없다면, 재학 중 모의재판 등의 전공실무 경험을 이력서에 기재하면 된다. 해당 경험을 하면서 어떤 역할을 했고 무엇을 얻었는지 등을 기술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에선 이론에 뛰어난 지원자보다 직간접적인 경험을 가진 지원자를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대기업들의 채용 규모 축소와 연이은 수시채용 도입 등 변화하고 있는 채용 환경에서 경력자 같은 신입이 유리하다고 보는 시선들도 있다. 이에 한 채용전문가는 “현대자동차그룹 최종 합격자들 중 3개월이 넘는 경력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았다. 경력이 있어도 지원자만의 학습 과정과 경험을 직무에 연결 지어 어필하지 못하면 줄줄이 불합격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학 내 경력개발센터에서 운영하는 취업 프로그램, 정부 취업성공패키지 등 구직자들을 위한 다양한 취업 지원 사업이 많다. 또 대기업 보다 적은 규모의 회사에서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도 있다. 구직자들에게 이 기회들을 놓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남들보다 먼저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는 것이 좁은 취업의 문도 뚫고 나갈 수 있는 경쟁력이 될 것이다.


min5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