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김남명 대학생 기자] 취업난에 해외로 직장을 구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취업자는 5786명이었다.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약 2.6배 증가한 수치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취업한 국가 1위는 일본이었다. 미국, 싱가포르, 호주, 베트남 등이 뒤를 이었다. 대부분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시아권 국가들과 서양권 국가들로 진출 중이다.


반면, 중동지역으로의 취업 사례는 생소하다.


박지혜(22)씨는 최근 이라크로 취업했다. 올해 3월 퍼스트그린F&B 이라크 지사에 입사해 8개월째 일하고 있다.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이름 다음으로 나이를 말했다.


“사회생활 할 때는 빠른 년생을 안쳐줘서 22살입니다” 바짝 군기 든 말투에서 사회초년생의 풋풋함이 느껴졌다.



"한국에선 길이 보이지 않아 이라크행 선택했어요" 22세 영양사의 이라크 취업 일기 上

△ 박지혜씨가 생활하는 이라크 현장. 하루일과가 끝난 시간, 석양이 지고 있다.(사진=박지혜)



“한국에선 길이 보이지 않아 해외취업 선택”… 해외취업 사이트에 들어간 게 시작

그는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에서 한국인 식당 영양사로 일한다. 이곳엔 카르발라 정유공장 프로젝트(KRP, Karbala Refinery Project)를 위해 일하는 한국인들이 있다. 현대, SK, GS 등 대기업 건설업체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들과 협력업체 사람들을 모두 합쳐 800명이다. 박씨는 이들 800명의 식수를 담당한다.


“한국인 식당을 담당하면서 메뉴를 짜고, 배식 체크하고…. 한국에서 영양사들이 하는 일을 이라크에서도 똑같이 하고 있습니다.”


한국엔 3개월에 한 번씩 온다. 3개월 간 이라크에서 근무하면 2주간의 휴가를 받는다. 인천공항에서 이라크 나쟈르 공항까진 꼬박 15시간이 걸린다. 경유는 필수다. 직항 노선이 없기 때문이다. 박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땐 그가 마침 한국에 있었다. 운이 좋았다.


대구에 있던 박씨와 카카오톡을 통해 인터뷰 내용을 주고받았다. 서울에서도 한 차례 만나 인터뷰했다. 회사를 언급할 땐 신중에 신중을 기울였다. 신입사원은 조심해야 할 게 많다.


“한국에서 더 취준했다가는 막연히 기다릴 수 밖에 없겠더라고요. 취업이 안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해외쪽으로 눈을 돌렸죠.”


영양사 자격증 취득 후, 국내 취업을 준비하던 박씨는 작년 12월부터 해외 취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마침 ‘영양사 도우미’ 사이트에 이라크 해외 파견 영양사를 구한다는 모집공고가 떴다. 현재 박씨가 일하고 있는 퍼스트그린F&B였다.


처음 지원할 당시엔 친구와 함께였다.


공고엔 ‘이라크 해외 파견’에 대한 내용만 나와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둘이 같이 이라크에 가게 될 줄 알았다. 나중에서야 인도로 1명, 이라크로 1명씩 보내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인도에 가게 될지 이라크에 가게 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속을 끓였다.


마침내 1월 말, 박씨는 이라크로 발령을 받았다. 그의 친구는 인도에서 영양사 생활을 한다.


주변의 반대는 없었냐는 질문에 “생각보다 없었다”고 답했다. “사실 처음 지원할 땐 ‘얘가 되겠나’ 이런 반응이었어요. 합격문자를 받고 난 뒤에야 ‘진짜 갈거냐’는 질문을 받았죠. 전 당연히 간다고 했어요. 근데 친구들은 가지 말라고 잡았아요. 위험하다고.(웃음)”


박씨의 오랜 친구인 권승원(23)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혜가 사회초년생이라 회사에 적응하고, 일을 배우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많을 것 같았아요. 테러와 전쟁의 위험이 도사리는 국가고, 자유롭게 어딘가를 다닐 수 있는 환경도 아니어서 더 걱정이 됐죠.”


이라크에 가기 위해 여권을 만들자 그제서야 부모님도 두어번 말렸다. 하지만 한국에 있으면 본인이 원하는 목표치를 이룰 수 없을 것 같다고 설득했다. 힘들더라도 일단 겪어보자는 생각에 마음을 굳혔다. 딸의 뜻을 꺾을 수 없었던 부모님은 “일단 부딪혀보라”고 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하지만 “이런 경험 누가 해보겠어요”

박씨의 하루 일과는 새벽 2시 30분부터 시작된다. 3시에 사무실에 가서 서류 정리를 하다보면 4시다. 조식을 위해 3개의 식당 중 2개를 열고, 5시부터 시작될 배식을 위해 음식을 준비한다. 조식엔 토스트, 우유, 요구르트 등이 고정 메뉴로 나간다.


그 외 미리 짠 메뉴에 맞춰 음식을 준비한다. 주방에서 요리하는 인력엔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이 동원된다. 음식이 완성되면 박씨는 검식 후 부족한 점을 체크한다. 음식을 수정할 수 있으면 수정해서 음식을 낸다. 이라크는 아침부터 기온이 30도 이상 올라가기 때문에 동절기엔 5시, 하절기엔 4시 30분부터 조식 시간이 시작된다.


분주했던 아침이 끝나는 시간은 오전 6시 30분. 그제야 박지혜씨와 동료 주임이 함께 아침을 먹는다. 이후엔 1-2시간 정도 휴식시간을 가진다. 식당 바로 앞이 숙소라 잠깐 눈을 붙이기 좋다.


아침 9시에 다시 숙소에서 나온다. 서류 업무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 업무 일지, 검식일지, 식재료 정보를 담은 인앤아웃 서류, 코스트 단가서류 등 챙겨야 할 것이 많다.


일주일에 2번, 수요일과 일요일은 식재료들이 배송되는 날이다. 이때는 평소보다 30분 일찍 숙소에서 나와야 한다. 여름철 이라크는 체감 온도가 50도에 육박하므로 식재료들의 상태를 꼼꼼히 검수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오전 11시. 다시 식당 문을 열 시간이다.


3개의 식당을 돌며 배식대를 체크한다. 12시부터 1시 30분까지 점심 배식이 끝나면, 점심을 챙겨 먹고 잠시 숨을 돌린다. 3시 20분부터 4시 30분까지 서류 업무를 마쳐야 저녁 배식 체크와 검식을 할 수 있다. 주변 청소가 제대로 되었는지에 대한 검사도 해야 한다.


방글라데시인들과 박씨의 위생 관념이 다르기 때문에 지적할 부분이 많다. 작은 부분도 놓칠세라 꼼꼼히 주변을 체크한다. “위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변 체크를 제일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이후 배식 체크와 검식이 이루어진다. 5시 30분부터 하루의 마지막 일과인 저녁 배식을 실시한다. 저녁 배식은 6시 30분에 끝이 나지만, 일을 마무리 지으면 실질적인 퇴근 시간은 7시 정도다.


매일 정신없이 직원들의 삼시 세끼를 챙기다 보면 어느새 휴가일이 훌쩍 다가와있다.


“처음 휴가 나왔을 때는 가족들, 친구들이랑 시간 보내는 걸 보름 동안 한 것 같아요. 정말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 같네요.(웃음)”


외출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한 달에 두 번, 상사들과 함께 숙소 3분 거리의 마트를 간다.


그의 말에 따르면, 낮에 3분 거리의 마트를 가는 것 정도는 안전상 괜찮다고 한다. 그렇지만 혹시 모를 일들을 대비해 다른 직원들의 차를 타고 함께 이동한다. 마트에 가면 주로 숙소에서 먹을 간식을 산다.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나눠줄 선물도 빼먹지 않고 구입한다. 그 덕에, 한국으로 돌아오는 그의 두 손은 선물로 가득하다.


이 기사는 ‘22세 영양사의 이라크 취업 일기 下’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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