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2세 영양사의 이라크 취업 일기 上’에서 이어집니다.


[캠퍼스 잡앤조이=김남명 대학생기자] 박지혜씨는 최근 이라크 반정부 시위를 겪었다. 이라크 국민은 지난 10월, 수도 바그다드 등 곳곳에 모여 정부의 만성적인 부패에 항의했다. 이 시위는 한 달째 계속되고 있다.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이라크 남부에서 이어지는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군경의 강경 진압으로 사망한 시민은 약 330명에 이른다.


박씨가 있는 카르발라도 시위의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카르발라는 이슬람 시아파의 성지다. 그의 말에 따르면, 시위대가 한국인들이 머무르는 공간 근처까지 쳐들어왔었다. “안전, 시큐리티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엄청 고생했어요. 밖으로 나오면 위험하다고 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자세히 어땠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한국이 그립지만 잘한 선택인 것 같아요" 22세 영양사의 이라크 취업 일기 下



원래대로라면 10월 27일에 휴가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10월 23일, 공항폐쇄 얘기가 오가는 등 상황이 여러모로 좋지 않았다. 휴가를 언제 갈 수 있을지 예상할 수 없었다. 기본 2주 이상 밀릴 것 같다는 말이 돌았다.


“탈출계획도 짠다는 얘기도 있었고 제가 내부적인 상황을 다 알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잘 지나갈거라 믿었어요. 안전에 대한 걱정보다 휴가가 밀려서 죽을 맛이었어요.”


11월 11일로 휴가 날짜가 바뀌었다. 19일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래도 휴가를 갈 수는 있게 돼서 기뻤다.


일이 고되고, 휴가 날짜가 밀려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일을 하며 느끼는 ‘보람감’이었다. 박씨가 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직원들과 인사를 주고받을 때다.


“이라크 지사에 처음 왔을 땐, 사람들한테 아무리 “맛있게 드세요, 안녕하세요, 수고하세요”하면서 인사해도 제 인사를 받아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차츰 시간이 지나고, 꾸준히 인사하다보니 이제는 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받게 됐죠. 돌아오는 대답들이 생기더라고요. 눈으로 인사하거나, 표정이 밝아진다거나…. ‘이 사람들이 나를 구성원 중 한 사람으로 인정해주는구나, 나를 친근하게 생각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죠.”


타지에서 ‘친근감’을 느끼기 쉽지 않지만,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칭찬을 받으면 보람은 배가 된다. 박씨는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나서 ‘이 메뉴 누가 짰어요? 메뉴 구성이 너무 좋아요!’, ‘오늘 음식 너무 맛있었어요.’ 그런 칭찬을 해준다. 그럴 때 정말 보람차다”고 말했다.


이번이 두 번째 휴가라는 박씨. 휴가를 나와 어떤 일을 가장 하고 싶은지 물었다. “여기가 아무래도 여성 직원들도 적고, 사회생활 하는 곳이고 하다 보니까 사적으로 제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가 않아요. 친구들이랑 만나서 수다도 떨고 싶고, 있었던 일들 얘기해주고 싶어요. 가족들이랑 오랜만에 밥도 같이 먹고 싶고…. 제가 망고라는 고양이를 키우는데 망고가 진짜 보고 싶어요. 제 핸드폰 배경화면도 망고예요.” 망고의 사진을 보여주는 박씨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