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이예림 대학생 기자]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2018년 12월 현재 기준)은 11.8%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노조 가입자의 평균 연령이 41.5세인 것에 주목했다. 생산 활동의 주역인 15~39세 청년들의 침체한 노조 활동이 우려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청년 노조 활동이 저조한 대한민국에서 청년 노조 대표를 자임하는 곳이 하나 있다. 2010년 3월 창립한 ‘청년유니온’이 바로 그곳이다.
김영민(34)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2016년부터 이곳에서 활동 중이다. 김 사무처장은 대학 재학 당시 등록금 문제로 청년 세대의 어두운 그림자를 처음 목격했다. 이후 청년 실업 문제로 방황하는 수많은 사람을 지켜보다 우연히 청년유니온을 만나게 됐다. 처음 그가 청년유니온의 조합원으로서 활동했을 당시, 청년 노동 문제는 단순히 청년들만의 문제라는 인식이 대부분이었다. 2019년 현재 청년 노동 문제를 대하는 사회적 인식은 변했지만, 여전히 ‘공정’이라는 키워드가 논란인 한국 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많은 청년 노동 문제가 남아있다. 김 사무처장을 직접 만나 청년유니온과 한국 사회 청년 노동 문제에 대해 들어봤다.
△김영민 사무처장. (사진=이예림 대학생 기자)
청년유니온에 대해 소개해 달라
“청년유니온은 한국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으로, 15-39세까지의 청년들이 고용형태에 상관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곳이다. 청년 취업 문제, 아르바이트·구직자·신입사원 등 청년이 겪는 수많은 노동문제들에 목소리 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다.”
고용형태에 상관없이 조합원을 받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청년 노동 현장에서의 문제뿐 아니라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현실에서 청년 노동 문제로 가장 중요한 건 일단 실업 문제인 것 같다. 청년들이 괜찮은 직장에 들어가기 자체가 너무 어렵다. 청년 유니온이 설립된 2010년 당시도 청년 실업 문제가 한창 심화되고 있던 시기이다. 청년 실업 문제는 노동의 문제로 해결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창립 당시 청년유니온의 핵심 과제는 무엇이었나
“창립 당시 핵심 아젠다로 2가지를 세웠다. 첫째는 최저 임금 인상, 둘째는 청년 실업 구조 도입이었다. 청년 실업에 대한 안전망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창립 당시의 2가지 핵심 아젠다는 최저 임금이 실제 인상되고 지자체에서 청년수당을 지급하면서 현실화됐다.”
현재 청년유니온의 핵심 과제는 무엇인가
“창립 당시의 핵심 아젠다 2가지가 실현됐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청년 실업을 대하는 인식의 문제다. 청년 실업의 근본적인 문제를 바라보려는 인식은 아직 부족하다. 경제가 활성화되면 청년 실업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생각은 청년 실업 문제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부터 지금까지 반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청년들이 실업으로 겪을 수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설치하고 동시의 노동시장에서의 격차를 해소해야만 한다.”
핵심 아젠다뿐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의 변화는 없나
“우선 조합원 규모가 달라졌다. 현재 후원형까지 2100명 정도가 함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출범 준비 중인 대구까지 합해 지역 지부가 총 7개로 늘었다. 또한 청년 노동 문제를 대하는 청년들의 인식 자체도 많이 변했다. 청년유니온 창립 당시에만 해도 주휴수당을 아는 청년들은 손에 꼽았다. 이제는 주휴수당이나 최저임금 미지급에 대한 문제를 모르는 청년이 손에 꼽는다.”
△청년유니온은 9일 홍대에서 ‘어쩌다 5인 미만’ 캠페인 및 플래시몹을 진행했다.
청년유니온의 최근 활동이 궁금하다
“최근에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의 근로기준법 적용 예외 문제에 대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모두가 동등하게 적용받아야 할 노동권을 사업장 규모별로 차등 적용하는 것은 분명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일자리 지대 격차도 확대될 수 있다. 12월 초엔 5인 미만 사업장 관련 사례 발표회를 열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경험한 여러 불합리한 조치에 대한 사례들을 조합원들과 공유했다.”
지금까지 진행한 여러 활동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2017년 고 이한빛 PD의 죽음에 대해 문제 제기하고 CJ E&M을 상대로 싸웠던 tvN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거대한 대기업을 상대로 그동안 조명되지 않았던 방송 드라마 제작 현장의 문제를 드러내고, 이 PD의 죽음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낼 수 있었다. 특히 이한빛 PD의 어머님과 대화하는 자리에서 수많은 청년이 자리해 눈물을 흘렸다. 이 문제가 어떤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 세대 전반의 문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실제 업주나 사장님들과 싸운 일은 없었나
“조합원 중 한 분이 임금도 다 받지 못한 채로 사업체에서 해고 통보를 받은 적이 있었다. 분명 받아야 할 초과근로 수당과 퇴직금이 남아있었는데도 회사 측에서 갑작스럽게 해고 통보를 한 것이다. 우리는 사업체에 바로 청년유니온 명의로 공문도 보내고 직접적으로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회사 측에서 별다른 답변을 주지 않아 결국 노동청에 진정서를 넣었다. 결과적으로 회사 측에서 보상해야 한다고 판정이 났긴 했지만, 그 과정 속에서 해고 통보를 받은 당사자와 지켜보는 조합원들 모두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청년유니온은 올 6월 30여 명의 조합원들이 모인 열린 회의를 개최했다.
현장에서 지켜봤을 때 현재 한국 청년들이 가장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권은 무엇인가
“시간에 대한 권리이다. 노동 현장에서 청년들이 우선적으로 바라는 것은 근로시간에 대한 보장이다. 근로시간에 대한 보장은 일과 삶의 균형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 사회에서 근로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청년들은 너무나도 많다. 또 다른 것은 조직문화와 관련이 있다. 취업 이후 청년들은 하루에 상당 부분을 직장에서 보내게 된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회사에서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은 아직 한국 사회에서 중요하지 않은 문제인 것 같다. 조직문화 차원에서 노동자가 출근해 있는 동안 자신을 잃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지켜줘야지만 노동자들이 출근하는 것을 괴로워하지 않을 것이다.”
취업을 앞둔 청년들이 꼭 알고 있어야 할 노동법이 있다면
“몇 년 전만 해도 주휴수당을 이야기 했을 텐데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웃음) 지금은 권고사직에 대한 대처 방안을 꼭 알고 있으라고 당부하고 싶다. 권고사직이나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았을 때 모르고 덜컥 사인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부당하게 임금을 받지 못했더라도 돌려받기 힘들다. 본인이 원하지 않은 경우라면 서명 하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면 안 된다.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회사에 본인이 원하는 것을 충분히 요구하고 나와야 한다는 것을 꼭 알아두셨으면 한다.”
△청년유니온 공식 로고. (사진=청년 유니온 공식 홈페이지)
청년 실업 문제의 근본적 원인과 해결 방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청년 실업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다. 대기업이나 공기업과 같은 극소수의 주류 노동 시장에서는 고용의 안정성과 높은 수준의 임금이 보장되지만, 대다수의 비주류 노동 시장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당연히 자연스럽게 구직자들은 소수의 좋은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좋은 일자리라고 일하는 경우도 과도한 노동시간에 시달리는 일이 흔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격차 해소를 위한 일자리 질 개선, 포괄임금제 폐지를 비롯한 노동시간과 관련 규제 강화, 일자리 나누기와 공공부문의 적극적인 고용 확대 등의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 더불어 청년이 겪는 노동시장에서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 위에서 점진적이고 중층적인 사회적 대화가 모색돼야 한다.”
2019년을 돌아봤을 때 청년유니온을 평가한다면
“대단히 힘든 시기였다. 청년유니온이 청년들의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정치적 제도적 문제 해결을 시도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잘 안됐다. 물론 쉬운 길이 아닐 거라 예상하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변화된 부분이 많이 없어 우리도 많이 아쉬웠다.”
앞으로 기대하는 점이나 목표가 있다면
“2020년은 청년유니온 창립 10주년이자 총선이라는 국가적인 행사가 있는 해다. 다양한 분야에 있는 청년활동가들과 연대해 내년을 기점으로 청년이 바라는 변화들을 구체적으로 제도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 더불어 한국 사회에서의 불평등 문제를 구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게끔 나아가고 싶다.”
min503@hankyung.com
[사진제공=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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