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코로나19가 당장 상반기 공채시장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들은 보통 이르면 2월 말부터 상반기 공개채용을 시작한다. 대기업 공채는 연간 2회뿐이라 매번 기업 당 많게는 10만 명의 구직자가 몰린다. 하지만 공채 시즌 직전 코로나19가 전국을 휩쓸면서 일부 기업이 다급히 채용 계획 수정에 들어갔다. 구직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대학을 찾아 채용소식을 홍보하는 캠퍼스 리크루팅의 경우, 수십 명이 몰리는 행사이다 보니 진행 여부를 놓고 기업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한 대학 취업센터 관계자는 “기업들의 캠퍼스 리크루팅 관련 장소 협찬 의뢰가 예년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3월에는 국가공무원 9급 공채도 예정돼 있다. 한 고사장 당 20~30명이 몰리는 시험 특성상 공시생들 사이에서는 ‘시험 일정 연기’에 대한 걱정도 나오고 있다.


[현장이슈] 코로나19에 대기업 상반기 공채 '비상'… 인사혁신처 “공무원 시험 연기 없다”



코레일·NH농협은행 등 필기 연기… 삼성전자 “다음 주 채용공고할 지 미정”

채용포털사이트 사람인이 기업 35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곳 중 1곳(26.5%)이 ‘코로나19로 채용 계획을 변경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는 절반에 가까운 43.5%가 변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채용 일정 자체를 연기’한다는 답변이 64.2%(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면접 단계 최소화’(22.1%), ‘채용 규모 최소화’(18.9%), ‘상반기 채용 취소’(12.6%) 등의 순이었다.


삼성은 예년대로라면 이르면 다음 주 중 계열사별로 채용공고를 한다. 삼성전자는 아직 3급 신입 공채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인사팀은 다만 “3월 공채는 진행할 것이고 일정이나 세부사항 등을 아직 확정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지난 7일로 예정됐던 ‘삼성 소프트웨어(SW) 역량테스트’는 한 달 미뤘다.


SK그룹, 롯데그룹, LG그룹 등도 대학 개강 연기에 맞춰 공채 일정을 늦추거나 캠퍼스 리크루팅을 최소화하는 등 코로나19 대비책을 속속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기시험을 앞둔 기업들은 시험 일정을 늦추고 있다. 한국철도공사는 3월 21일로 예정됐던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필기시험을 4월 25일로 연기하기로 했다. 4월 중순으로 계획했던 면접시험도 6월 1일부터 6월 4일까지로 변경했다. NH농협은행도 2020년 상반기 신규직원 채용 필기시험을 2월 9일에서 23일로 미뤘고 (주)한진은 2월 10~12일로 예정된 상반기 채용 면접을 잠정 중단했다.


도서관 줄줄이 휴관에 2~3월 시험 앞둔 ‘공시생’ 비상
당장 이달 29일 국가공무원 5급 공채, 다음달 28일에는 9급 공채도 치러진다. 특히 9급 공채는 지난해 기준 전국에서 약 19만 명이 응시했다. 올해 9급 시험 접수는 15일로 예정돼 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서울시의 일부 도서관이 임시 휴관을 결정하면서 ‘당장 공부할 곳을 잃은’ 공시생들의 걱정이 쏟아지고 있다.


노원평생학습관은 2월 4일 문을 닫았다. 영등포평생학습관은 7일, 도봉도서관은 8일, 구로도서관은 9일부터 각각 휴관을 시작했다. 네 곳의 재개관 시기는 미정이다. 송파도서관은 2월 7일 문을 닫고 17일 다시 열 예정이다. 강남도서관은 8일부터 19일까지 휴관한다. 이밖에 마포평생학습관아현분관, 관악구내 12개 도서관 등도 줄줄이 휴관 소식을 알렸다.


[현장이슈] 코로나19에 대기업 상반기 공채 '비상'… 인사혁신처 “공무원 시험 연기 없다”



‘학원 공포증’도 공시생을 괴롭히고 있다. 이들은 ‘학원을 가니 마스크를 쓴 사람이 많지 않았다’ ‘옆 사람이 기침만 해도 놀라고 공부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며 걱정을 호소하고 있다.


동작구청은 노량진 고시원에 방역 권고 공문을 발송했다. 또 보건소에 자가 방역장비를 비치해 희망하는 개인들이 직접 장비를 대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공시생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다음달 9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예정이라는 한 공시생은 “매일 가던 도서관이 갑자기 휴관을 하면서 당장 어디에서 공부를 해야할 지 막막하다”며 “독서실은 비용부담이 있고 카페는 사람이 많아서 자칫 감염이라도 되면 시험 응시 자체가 불가능하니 걱정”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현장이슈] 코로나19에 대기업 상반기 공채 '비상'… 인사혁신처 “공무원 시험 연기 없다”


또 다른 공시생은 “학원을 안 가면 진도를 놓치게 돼서 주변에는 인터넷강의를 추가로 신청하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비용이 두 배가 되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험 연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무원 시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관련 질문을 주고받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시험은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인사혁신처 대변인실 관계자는 “현재로썬 시험 연기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상황이 계속 변화함에 따라 현재 보건당국과 안전대책을 상황별로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사혁신처는 다음 주 중 5급과 9급 시험 관련 구체적인 대비 사항을 발표한다.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