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3000명 전 직원에 재택근무 권고

화상채팅·원격근무 등 시스템 갖춘 IT업종이 전환 유리

스타트업 단체로 입주한 공유오피스도 휴관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국내 IT기업에 다니는 개발자 A(29)씨는 이번 주초부터 사무실 출근을 하지 않는다. 대신 작업 마감 기한이 있기 때문에 집에서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쉼 없이 일을 하고 있다. 협력사 중에도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곳이 많아 화상 미팅도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코로나19가 국내 기업의 업무환경 판도를 바꿔놓았다. 기업들의 유례없는 ‘단체 재택근무’로 협력관계에 얽힌 기업들도 줄줄이 동반 재택에 돌입했다.

이 같은 흐름은 IT업계에서 두드러진다. 개발자나 디자이너가 주를 이루는 IT기업들은 개발이나 디자인 등 기존에도 프로젝트 중심으로 움직이는 구성원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비교적 재테크 근무 전환이 쉽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IT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도 이 같은 흐름에 가세했다. 하지만 공유오피스 등 스타트업 밀집 지역의 상권들이 갑작스러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LG CNS, 출근 시 사유서 작성”… SK브로드밴드··카카오 등 IT대기업도 합류
몸집이 큰 대기업 중에서도 IT기업은 비교적 근무환경 전환이 자유로운 모양새다. SK브로드밴드는 3월 2일까지 운용부서 외 전사 직원이 재택으로 근무한다. 11번가도 현장근무가 필요한 인력만 출근한다. SK텔레콤도 2월 28일까지 재택으로 근무한다. LG CNS는 출근 시 사유서를 작성해야 한다. 한국휴렛팩커드도 내달 6일까지 재택근무를 한다.


G마켓, 옥션, G9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권장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24일 오후 4시부터 일주일간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외근직 직원들도 외부 미팅을 최소화하도록 하고 있다.

[현장이슈] “데드라인만 지키면 OK”… 코로나19 대비 재택근무, IT업계 중심 확산

[현장이슈] “데드라인만 지키면 OK”… 코로나19 대비 재택근무, IT업계 중심 확산

[현장이슈] “데드라인만 지키면 OK”… 코로나19 대비 재택근무, IT업계 중심 확산

△ 재택근무 시행 기업. 자료=잡플래닛



같은 날, 쿠팡도 잠실 사옥의 3000명 전원에게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쿠팡은 1주일에 하루만 허용되던 재택근무 원칙을 완화해 필요한 경우 주 5회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위메프와 야놀자도 이달 28일까지 본사 전사 재택근무를 실시한다.


카카오는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지역 방문자 및 휴원·휴교 기관에 자녀를 보내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한다. 네이버는 24일 코로나19 TF를 통해 업무공간 소독을 확대하고, 임산부나 기저 질환자, 영아 및 노부모를 돌보는 직원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다.


페이스북코리아는 기존에도 재택근무를 자율로 시행해왔다. ‘status tool’에 근무국가와 지역만 기재하면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미팅도 화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블리자드코리아, 라이엇게임즈 등 게임 기업도 전 직원 재택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불가피하게 출근해야 할 인원이 아닌 경우 1~2주 가량 재택근무를 이어갈 예정이다. 넥슨은 제주에 있는 넥슨컴퓨터박물관을 다음달 12일까지 임시 휴관한다. 모바일게임을 개발하는 에이스프로젝트는 전사 재택근무를 목표로 하되, 즉각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팀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대신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원격 근무를 지원한다.



[현장이슈] “데드라인만 지키면 OK”… 코로나19 대비 재택근무, IT업계 중심 확산

코로나19의 전국 확산으로 23일 서울 도심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한국경제DB



스타트업도 재택돌입… 왓챠·버즈빌, 출근자에 택시비 지원
IT업종이 많은 스타트업도 재택근무를 속속 추진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26일부터 2주간의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28일까지는 조직별로 자율로, 3월 2일부터 6일까지는 전사 재택근무를 진행한다.


웹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레진엔터테인먼트도 현재 전사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중이다. 틱톡코리아도 다음달 6일까지 전 직원이 재택근무하도록 했다. 왓챠는 24일부터 우선 대상자 먼저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26일부터 전사가 재택근무를 진행한다. 불가피하게 출근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택시비 등 교통비를 지원한다.


데이터 금융 플랫폼 뱅크샐러드는 2월 25일부터 3월 6일까지 전체 임직원의 재택근무를 시행한다. 온라인 취미 클래스 서비스 기업 하비풀 역시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화요일과 목요일에만 오후 출근해 회의만 진행한다.


모바일 광고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버즈빌은 2월 25일부터 한 주간 재택근무를 시행할 예정이다. 전 직군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허용 및 권장하고, 오피스 출근이 필요한 경우에는 출퇴근하는 직원에게 택시비를 지원하고 있다.


스타트업 공유오피스 휴관에 주변 상권도 ‘불안’
이처럼 기업들이 속속 사무실을 비우면서 주변 상권의 상인들은 때 아닌 불황을 맞았다. 특히 스타트업이 밀집해 있는 강남이나 을지로의 공유오피스 근처 상권의 피해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양한 스타트업이 입주해있는 공간인 공유오피스의 경우, 회의실, 카페테리아 등 공유공간이 많아 아예 휴관조치를 내리는 경우도 있다.


[현장이슈] “데드라인만 지키면 OK”… 코로나19 대비 재택근무, IT업계 중심 확산



서울 강남구의 구글 스타트업캠퍼스는 27일부터 휴관에 돌입했다. 구글 스타트업캠퍼스 측은 공식 SNS에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캠퍼스 카페 공간을 임시휴관 조치함을 알려드린다고 설명했다. 다른 곳들도 곳곳에 손소독제를 비치하고 종이컵 제공을 중지하는 등 대책을 세우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강남구 역삼동의 한 커피숍 대표는 “높은 임대료에도 근처 직장인들 덕에 영업을 근근이 이어가고 있었는데 최근에 출근을 안 하는 기업이 늘면서 이제 점심시간에도 손님이 없다”며 “이곳 대다수의 상인들이 같은 처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대표들도 어려움을 토로한다. 표면적으로는 재택근무가 무리는 아니지만 직접 얼굴을 맞대고 논의해야할 것도 많아서 일이 잘 진전되지 않는다는 것.


앱 서비스 스타트업의 김모 대표는 “요즘 사무실에 혼자 출근하고 있다”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직원들을 재택근무하도록 했지만 앱 출시가 코앞이라 조급한 마음에 혼자라도 회사에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예 잡플래닛 이사는 “직원들의 근태 관리 때문에 재택근무의 필요성을 미루고 있다면 재택근무 계획서를 받은 다음 일시적으로 매일 간단한 업무 보고 등을 도입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