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험 없는 스타트업 CEO, 사람 때문에 경영 힘들어 해


-어떤 사람을 채용하고,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스타트업의 성패 좌우


[스타트업은 곧 사람이다①] 누가 뭐래도 ‘사람이 전부’···스타트업의 성패는 ‘채용’에서 판가름



[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요? 좋은 인재죠. 전 지금도 좋은 인재에 늘 갈증을 느껴요. 우리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도 좋은 인재에 있다고 생각하고요. 참 그리고 좋은 인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제가 늦지 않게 깨달았다는 점도 감사해요.”

여행업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마이리얼트립의 이동건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인재’라고 단언했다. 좋은 인재야말로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라는 뜻이다. 라지브 수리(Rajeev Suri) 노키아 사장 역시 ‘기업의 성패는 사람에게 달렸다’라고 말할 정도로 기업과 사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기업에서 어떤 사람을 뽑느냐는 물론, 사람을 어떻게 활용하고 관리하는지도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중소기업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0대 미만 창업자는 2018년(13만8933명)에 비해 2019년(14만6766명) 5.6% 늘어났다. 특히 2019년 기술창업자는 2018년(2만2308명)에 비해 12% 증가한 2만4985명으로 집계됐다. 청년층 창업자 수의 증가는 취업이라는 한 길만 바라봤던 청년들에게 취업과 창업, 두 갈래 길로 기회를 넓혀준 셈이다.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하나, 30대 미만 창업자들이 창업 이후 겪는 우여곡절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청년창업자 대부분이 창업 전 사회 경험이 없어 조직을 어떻게 관리하고 운영해 나가는지에 대한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며 배우고 있다. 물론 사업의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지만 준비 없는 시작의 결과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스타트업의 비애, 사람 한 명 잘 못 뽑아 회사 문 닫을 뻔

2017년 제조업으로 창업한 A씨는 2018년 말경 어렵게 투자 기회가 찾아왔다. 그동안 이렇다 할 매출이 없었던 A씨는 누구보다 투자가 간절했다. 제대로 된 월급은커녕 매일 반복되는 야근에 지칠 대로 지쳐있었던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듬해 투자 유치와 함께 사업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인력부족을 느낀 A씨는 개발자와 서비스 기획자 각각 1명씩 그리고 대학생 인턴 두 명을 채용했다. A씨를 포함해 5명이 근무하던 작은 사무실은 새로운 직원들로 북적였다. 직원들의 동선이 꼬이고 책상도 나눠 써야 했다. 투자를 받은 이후 연봉이나 복지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직원들은 불만은커녕 오히려 전국 시장 확대를 외치며 서로를 독려했다.

A씨와 직원들은 희망대로 사업이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장되면서 더욱 바빠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경력직으로 뽑은 직원들로부터 시작됐다. 일은 배로 늘었지만 업무속도는 빨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경력직을 채용하기 이전보다 속도가 더뎠다. 그 무렵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새로 뽑은 직원들 사이에서 '일이 너무 많다, 연봉이 너무 적다, 지분을 나눠달라' 등등 불만이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처음엔 회사가 갑자기 바빠져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창업멤버인 친구들도 조금씩 생각이 바뀌는 것 같더라고요. 알고 보니 저를 빼고 술자리를 가졌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다른 회사는 이렇게 일 안 시킨다, 연봉도 더 많이 준다'는 얘길 나눈 걸 알았죠. 그때부터 사무실에 이상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어요. 일도 진척이 없고, 인사도 안하는 이상한 분위기가 되어 버렸어요.”

스타트업 구조상 작은 파장은 크게 다가왔다. 직원들의 사기 저하가 실적에 그대로 반영 됐다. A씨와 직원들이 바라던 전국 시장 확장은 물거품이 됐다.

“그 일이 생기면서 내가 왜 그 사람을 뽑았을까 라는 생각에 잠이 안 오더라고요. 회사를 접을까도 생각했었어요. 근데 너무 억울해서 안 되겠더라고요. 새로 뽑은 직원들을 내보내고 싶은데 그것도 쉽지 않았죠.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몇 달치 월급을 얹혀 주고 내보냈어요. 이후 창업멤버도 한 명 나갔어요. 다시 시작해야죠. 많이 힘들었지만 사람이 이렇게 중요하다는 걸 배운 계기가 되었으니까 두 번 실수는 안 해야죠.”


[스타트업은 곧 사람이다①] 누가 뭐래도 ‘사람이 전부’···스타트업의 성패는 ‘채용’에서 판가름


스타트업 CEO의 능력? 좋은 인재 볼 수 있는 ‘선구안’이 필수

마이리얼트립의 이동건 대표 역시 '회사와 맞지 않는 사람을 영입했을 때' 사업 위기를 맞게됐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좋은 인재를 파악하는 선구안이 잘못됐을 때가 가장 민망하고 난감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좋은 인재라고 설득해 모셔왔는데, 막상 같이 일해 보니 우리 회사와 맞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경력직 채용 땐 더욱 신중하게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력직 채용의 경우 그들이 몸담았던 회사에서의 좋은 경험들을 우리 회사에 녹여주는 일을 맡기는 것”이라며 “‘사람이 전부다’라는 이 진부한 말을 해가 거듭할수록 더욱 체감한다”라고 덧붙였다.

창업 시작부터 남다른 기업문화로 주목받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경영자가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좋은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경영자는 좋은 인재를 많이 모셔와 경영자 없이도 회사가 잘 굴러가게 하는 것이 능력”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대표는 좋은 인재 영입 이후 작고 사소한 규율을 지렛대 삼아 스스로의 원칙과 규칙을 세워 일할 수 있는 자율적인 문화를 조성하는 데 주력했다. 창업 초기부터 직원들을 관리 대상이 아닌 ‘관심’의 대상으로 바라봤다. 직원들이 회사에 오면 서로 눈 맞추며 인사하는 것을 시작으로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게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는 것을 기본문화로 만들 정도로 사람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한 HR전문가는 “창업 초기 기업 철학을 정해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시작할 땐 사람도 적고 비전도 명확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할 때부터 인사 철학과 규칙을 정해놓으면 규모가 커지더라도 당황하거나 고민할 일이 줄어든다”라고 말했다.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