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100여 명의 아시아 대학생이 코로나19를 뚫고 한 자리에 모였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하고 KT&G와 메리츠종금증권, 국민대학교가 후원하는 ‘2020 KT&G 아시아 대학생 창업교류전’이 4월 2일 서울 중림동 한경 본사에서 열렸다.
이번 발표대회는 국내 유일한 국제 대학생 창업교류전이자 아시아 최대 규모의 대학생 창업경진대회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필리핀, 인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몽골 등 아시아 8개국 107명이 15개 팀을 이뤄 참가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인해 행사개최 여부가 불투명했으나 ‘온라인 이원 생중계’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이날 행사는 취소 없이 예정대로 마무리됐다.
△ '2020 KT&G 아시아 대학생 창업교류전' 발표대회가 2일 온라인으로 열렸다. 심사위원들이 서울 중구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온라인으로 말레이시아 참가자의 발표 내용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DB
심사위원과 화상 질의응답
참여 팀은 모두 각 국가에서 자체 선발과정을 거쳤다. 우리나라 역시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공모해 최종 2개 팀을 선발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행사가 취소될 위기에 처하면서 미리 한국행 비행기표를 예매해둔 참가자들은 실망이 클 수밖에 없었다. 대신 KT&G 등 주최 측은 지난해 연말부터 수개월 간 애쓴 각국의 대학생들을 위해 행사를 취소하는 대신 온라인 이원생중계로 운영방식을 수정키로 했다.
이는 사전 녹화 방식을 통해 가능했다. 이날 행사는 팀별 아이디어 발표와 심사위원과의 질의응답으로 이뤄졌는데 아이디어 발표는 각 팀원이 사전에 녹화한 영상을 송출하는 것으로 대체됐다. 이후 3명의 심사위원과 3분간의 화상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 참가자 전원은 이 모든 영상을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아시아 학생창업가의 공통관심사 ‘사회문제 해결’
제 20회 발표대회에는 유독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가 많았다. 특히 환경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대학생들의 노력이 돋보였다.
인도네시아 1팀은 음식물 쓰레기를 활용한 친환경 연료 어류 펠릿을 제안했다. 인도네시아2팀의 아이템은 친환경소재인 에어로젤로 만든 친환경 가로등 덮개였다. 2팀 발표자는 “이 제품은 공기 중의 오염물질을 흡수하고 여과해 산소로 바꿔준다. 또 여과 과정 중 생성된 탄소는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몽골 2팀은 유독성 화학물질로 인해 매년 3만5000명의 15세 미만 아이들이 사망하는 국가적 고민을 해결하고자 나섰다. 이들은 시더우드를 활용한 친환경제품을 개발해 플라스틱이나 배터리 등 화학물질 없이도 아이들이 건강하게 놀 수 있는 장난감을 아이디어로 제시했다.
소외계층을 위한 소액 대출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인 팀도 있었다. 말레이시아 1팀은 신용정보나 계좌가 없는 저소득층이 모바일 활동 데이터로 24시간 동안 자유롭게 대출을 받도록 하는 핀테크 사업을 제안했다.
이밖에도 노인을 위한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 노인의 꿈을 실현해주는 서비스 등 사회적 아이디어들이 대거 제시됐다.
대상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360도 센서 모자’를 제안한 대만 1팀에게 돌아갔다. 모자 위에 카메라와 센서를 부착하고 위험상황이 발생하면 모자에 연결된 이어폰에서 경고음을 울리게 했다. 심사위원들은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절히 활용했다”고 호평했다.
△ '2020 KT&G 아시아 대학생 창업교류전' 발표대회가 2일 온라인으로 열렸다. 심사위원들이 서울 중구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온라인으로 말레이시아 참가자의 발표 내용을 경청하고 있다.(왼쪽부터 박태제 심사위원, 이재진 심사위원장, 김세진 심사위원) 사진=한국경제DB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실현하려는 열정적 모습 인상적”
박태제(액셀러레이터 ‘테크시티랩’ 대표) 심사위원
이날 심사위원 구성도 눈에 띄었다. 3명의 심사위원 중 심사위원장은 이재진 USPAS컨설팅 부회장이며, 박태제 ‘테크시티랩’ 대표, 김세진 ‘탈환’ 대표는 모두 ‘2020 KT&G 아시아 대학생 창업교류전’ 출신이다. 현재 각각 액셀러레이터와 VC를 운영하고 있는 두 심사위원은 “현장에서 느낀 경험과 고민을 후배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특히 박태제 대표는 영국에서 액셀러레이터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스타트업 에코시스템 대한 리서처로서 활동하고 있다. 산업공학과 출신으로 기업 이노베이션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영국에서 창업생태계 학술연구를 하면서 현재는 한국 초기창업가와 영국을 연결하는 가교역할도 하고 있다. 액셀러레이터로서 한국과 영국의 청년창업가와 접점이 많은 그를 만나봤다.
이 대회 학생 참가자 출신이다
“대학 1학년 때인 2006년도에 참가했다. 당시 행사 포스터를 보고 호기심이 생겼고 프레임 조작이 가능한 조립식 자전거를 아이디어로 제출했다. 한국에 있는 중국, 일본 등 해외유학생과 함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작업이나 혁신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이를 계기로 스타트업 업계에 진출하게 됐다.”
창업의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온전히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 창업자는 새로운 기술이나 새로운 시장이 등장하면 가장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심사위원으로 돌아온 이유는
“한국과 영국을 잇는 액셀러레이터로서 아시아 청년들에게 해외에서 느낀 것들을 공유해주고 싶었다.”
심사 소감은. 2006년 참가당시와 무엇이 다른가
“2006년에는 공모전 형태였고 가볍게 임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참가자들은 일단 목적이 뚜렷해 보인다. 창업에 대한 관심은 기본이고 아이디어를 직접 기업이나 정부를 통해 실현하겠다는 욕심도 많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기업가정신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 같다. 단순히 아이디어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국가적 혹은 도시적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고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기억에 남는 아이디어가 있나
“은행 거래가 불가능한 저신용층을 위한 모바일 소액대출 앱을 제안한 말레이시아 팀이 기억에 남는다.(이날 이 팀은 금상(2위)을 받았다.) 휴대폰을 통한 각종 위치 정보, 모바일 활동 등 행동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을 만든 뒤 소셜 펀딩을 통해 대출을 해주는 아이디어다. 핀테크 기술을 소외계층을 위해 활용한다는 아이디어가 인상적이었다.”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아이디어는 참신했지만 기존 시장이나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팀들이 아쉽다.”
영국과 한국의 학생 창업에 차이점이 있다면
“영국은 ‘테크시티 런던’이라는 창업생태계 지구에서 교수와 학생이 자유롭게 어울려 창업을 논한다. 재택근무나 프리랜서 마켓도 잘 돼있어 직장인 창업이 활발하다. 무엇보다 영미권 학생들은 창업에 자부심이 있다. 영국은 산업혁명이 시작된 나라인만큼 혁신에 친화적이고 새로운 비즈니스에 도전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반면 아직 한국 학생들에게는 취업이 더 중요해 보인다. 기업들조차도 ‘퍼스트 무버(first mover)’보다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에 가깝다.”
현재 우리나라 학생창업 환경은 어떻다고 보나
“최근 정부지원사업이나 기업가정신교육프로그램이 굉장히 많이 생겼다. 하지만 ‘풍요속빈곤’이라는 말처럼 정작 창업가들은 본질적인 것을 많이 놓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창업생태계 자체가 더 성숙해져야 한다.”
청년창업가들에게 한 마디
“대한민국은 이미 경제 강국에 올랐다. 하지만 이제 더는 기존 방식으로는 더 나은 국가로 갈 수 없다. 세계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청년들부터 퍼스트무버라는 목적성을 가지고 다양한 혁신모델을 많이 개발해야 한다.”
tuxi0123@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