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5년 이상 서울 소재 여행업체 1000곳에 500만원씩 지원
-1차 정량평가, 2차 정성평가 거쳐 5~6월 경 지원···소상공인들 “급한 불부터 꺼야”
-지원금 기대한 여행업 소상공인들, 3000자 글짓기에 “이럴 줄 몰랐다”
[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작년과 비교해보면 막막합니다. 작년 초 월 평균 매출이 3천만원 정도였는데, 올해 3월 매출은 0원입니다. 1,2월에는 매출이 몇 십만원이라도 있었지만, 3월부터는 답이 없네요.”
항공·호텔·렌트카 예약중개업체를 운영 중인 김 모(37)씨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달 매출 0원을 기록했다. 2015년 창업한 이후 처음 겪는 상황에 김 대표는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3월까지는 어떻게든 버텨왔다는 그는 4월 말부터 5월 초 징검다리 연휴에도 마땅히 대안 없이 보내야 한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저희가 일본여행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일본여행은 작년 7월 불매운동이 시작되고 난 이후 지금까지 0건이에요. 유럽은 작년 하반기 월 50~60건 정도 있었는데, 올해는 예약 4건이 전부네요. 큰 여행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저 같이 작은 여행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폐업까지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 여행사 창구가 한산하다.(사진 제공=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해 피해 입은 자영업자들은 셀 수 없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의 피해가 막심한 가운데 최근 국내 대표 여행사의 대량 임직원 정리해고설이 나돌면서 타격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정부를 비롯해 대구 등 지자체에서는 소상공인들의 피해 극복을 위해 자금지원에 나섰다. 서울시도 서울관광재단과 함께 ‘서울형 여행업 위기극복 프로젝트’를 통해 진화작업에 뛰어들었다. 서울 소재 여행업체 1000곳에 500만원씩 지원하는 이 프로젝트는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체의 피해를 덜어주자는 취지로 4월 17일까지 서울관광재단 사이트를 통해 신청을 받고 있다.
하지만 김 씨에게선 서울시 지원사업에 박수는커녕 볼멘소리부터 나왔다. 1차 정량평가, 2차 정성평가로 구분돼 있는 이 지원사업에 준비해야할 서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 2차 정성평가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씨는 누구보다 지원금을 기다렸지만 이번 프로젝트에는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서울형 여행업 위기극복 프로젝트’ 공고문.(사진 출처=서울관광재단 사이트)
김 씨는 “하루하루 어떻게 버텨야 할지 막막한데, 준비해야할 서류가 너무 많고, 2차 정성평가에서는 내가 지금 얼마나 힘든지를 3000자 이내로 글짓기를 해야 할 판”이라며, “서울시에서 지원금을 준다기에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나 같이 작은 여행업체를 운영하는 영세업체 대표들은 지금 물류센터나 배달 알바를 뛰면서 근근이 버티고 있다. 모두 힘들지만 지원을 하려면 현실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토로했다.
△‘서울형 여행업 위기극복 프로젝트’ 지원접수 화면.(사진 출처=서울관광재단 사이트)
김 씨 뿐 아니다. 여행업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이 모씨 역시 하루가 급한데 선지원을 해주고 나중에 증빙을 하는 게 어떻겠냐는 입장이다. 이 씨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재난상황이라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히 모를 수도 있지만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라고 털어놨다.
‘서울형 여행업 위기극복 프로젝트’를 운영 중인 황미정 서울관광재단 여행업긴급지원 TF팀장은 “현재 지원금을 서울시에 등록된 모든 여행사에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당장 폐업할 곳에 지원하는 것보다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곳에 지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2차 정성평가의 기준은 현재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를 분석하는 자료로 쓰일 계획”이라며 “사업 타당성이나 계획 현실성 등을 반영해 실제 지원금을 받고 난 이후 실행이 가능한 선에서 평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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