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자의 ‘없이 살기’ ②] 노브라&노메이크업에 도전해봤습니다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김해인 대학생 기자] 설탕 없이 살기의 뒤를 이을 ‘없이’ 살기의 두 번째 도전은 ‘꾸밈’이다. 평소에 화장 없이 못 사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꾸며야만 비로소 나 자신이 좀 더 나은 사람이 된 거 같은 기분을 느낀다. 주변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는 타입이라 남들이 꾸미는 자리에선 나도 남들만큼, 아니 남들보다 더 꾸미고 싶어 한다. 내 자신감의 원천이라고도 할 수 있는 화장을 벗어던지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소극적이고 자신감 없는 사람이 될까 아니면 편하고 자유로운 사람이 될까.

<대학생 김해인 씨의 외출 과정>

○ 샤워 후 머리를 말리며 렌즈를 끼워준다: 20분

○ 수딩젤, 스킨, 로션 등을 바른다: 5분

○ 색조 화장을 한다: 립밤-> 컨실러 1-> 프라이머-> 파운데이션-> 컨실러 2-> 섀도우4개 바름-> 뷰러-> 마스카라-> 블러셔-> 입술 제품 4가지 바르기: 30분

○ 앞머리 고데기: 20분

○ 어울리는 액세서리 찾고 착용하기: 10분

○ 외출 시 립스틱, 인공눈물, 렌즈 통 빗, 거울 등 챙기기: 5분

=>총 준비 시간: 약 90분


일주일 동안 이 과정들을 차츰 줄여나가 자연인이 되는 것이 이번 도전의 목표다.


[대학생 기자의 ‘없이 살기’ ②] 노브라&노메이크업에 도전해봤습니다


1일 차: 노브라

브래지어를 하지 않아도 크게 티가 나지 않는 편이라 큰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조금 가려줄 필요가 있었기에 오버핏 검정색 티를 입고 니플 패치를 붙였다. 처음 패치를 붙여보는 데 걱정만큼 불편하진 않았다. 브라의 불편함을 생각하면 이 정도 불편함은 충분히 감수하고 남을 정도. 집에서만 느끼던 해방감을 밖에서도 느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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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차: 노브라+ 눈 화장 X

내가 화장 단계에 있어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는 곳이 눈이다. 쌍꺼풀이 없어 작은 나의 눈을 어떻게든 키워보기 위해 마스카라와 섀도우를 열심히 칠하는데, 이 과정이 빠지니 화장 시간만 절반이 넘게 단축됐다. 하품 때문에 나오는 눈물이 섀도우를 지우진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필요 없다. 다만 밋밋한 나의 눈을 보자니 자신감도 같이 줄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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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차: 노브라+ (눈 화장, 피부 화장) X

피부 화장을 하지 않으니 얼굴 가려운 부분을 맘껏 손으로 긁을 수 있었다. 전에는 팔자주름 사이에 파운데이션이 낄까 봐 웃는 것도 조심했는데 이제는 잇몸 웃음도 두렵지 않다. 프라이머, 파운데이션, 컨실러, 팩트. 서너 겹의 화장품을 벗고 나니 피부에 느껴졌던 답답함이 사라졌다. 기름 때문에 화장이 지워질까, 건조해서 화장이 떴을까 수시로 확인하던 거울도 이제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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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차: 노브라 + (눈 화장, 피부 화장, 렌즈) X

렌즈를 끼기 위해선 렌즈 세척, 인공 눈물, 렌즈 통 등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아 꽤 번거로운데 안경 하나면 전부 생략할 수 있다. 렌즈를 끼면 신데렐라처럼 통금시간이 생기는데 (건조 때문에 8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집에 들어감) 안경이면 밤샘 피시방도 가능하다. 그리고 화장을 하지 않은 눈엔 안경이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다만 사진 찍을 때 눈이 조금 더 작아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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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차: 노브라 + (눈 화장, 피부 화장, 렌즈, 고데기) X

외출할 때, 이것만은 포기 못 한다 하는 게 딱 2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앞머리다. 앞머리는 내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만큼 신경을 많이 쓴다. 항상 꼬리 빗을 주머니에 넣어 다녀 앉을 때마다 배를 찔러 꽤 불편했다. 꼬리 빗으로부터의 해방에 두 손과 배가 자유로워졌다.

앞머리 뽕이 쳐지는 바람 부는 날, 비 오는 날, 습한 날도 더는 피할 이유가 없어졌다.


[대학생 기자의 ‘없이 살기’ ②] 노브라&노메이크업에 도전해봤습니다



6일 차: 노브라 + (눈 화장, 피부 화장, 대망의 입술 화장까지) X

위에서 말한 그 2개 중 나머지가 바로 입술이다. 립스틱을 집에 두고 온 날이면 입술을 깨물어서라도 붉게 만들었다. 이날은 정말 얼굴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채로 지하철을 타고 카페에도 갔다. 특히 ‘갬성’ 카페라서 꾸미고 온 사람들이 유독 많았는데 괜히 주눅이 들기도 했다. 편한 점이 있다면 밥 먹을 때 틴트가 지워졌을까, 웃을 때 치아에 틴트가 묻었을까 수시로 확인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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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차: 완벽한 자연인 돼 보기 #노 필터

화장, 브래지어, 렌즈, 액세서리 모두 없애고 자연인의 상태로 돌아갔다. 외출 시 손에 쥔 것은 색 없는 립밤 하나. 딱히 얼굴을 꾸미지 않으니 옷도 자연스레 편하고 튀지 않는 거로 찾아 입었다. 유리창에 비친 나의 화장기 없는 모습과 자유분방한 머리들이 낯선 적도 있지만, 일주일째 되니 첫날보다 남들의 시선이 덜 신경 쓰였다. 입술만이라도 바를까? 하는 생각이 들 때면 ‘인생은 마이웨이!’를 외치며 식당도 가고 카페도 갔다. 이렇게 마지막 도전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일주일 후기-내 삶의 달라진 점>

소화가 잘된다

자연인으로 돌아가 브래지어를 하지 않으니 달라붙는 옷, 배가 보이는 옷을 입지 않게 됐다. 이런 옷을 입을 때면 배에 늘 힘을 주고 있어 소화가 안 되는 날이 많았다. 노브라가 편한 옷을, 편한 옷이 편한 몸을 만들어 소화까지 잘됐다. 소화 불량을 달고 살았던 내가 체할 걱정 없이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눈 건강

장시간 렌즈 착용과 눈 주변에 바르는 섀도우 때문에 알레르기성 결막염에 걸렸다. 그런데도 안약을 넣은 채 렌즈를 끼고 아르바이트를 나간 날이 많았다. 눈 딱 감고 한 번 안경을 끼고 나가니 두세 번은 별 어려운 것이 없었다. 특히 눈이 건조하지도 가렵지도 않았고 더는 인공 눈물도 들고 다닐 필요가 사라졌다.

시간의 절약

앞서 보듯이 외출 준비 시간이 약 한 시간가량 줄어들었다. 외출 준비 이외에도 외출 후 돌아와서 정리하는 시간까지 절약됐다. 얼굴 씻는 시간, 액세서리 빼고 정리하는 시간, 렌즈 빼고 세척하는 시간이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소엔 친구를 만나면 필터 고르고 셀카 찍는 데에 적게는 30분 많게는 한 시간 넘게 시간을 허비했다. 화장이 주니 셀카를 찍는 횟수도 줄었고 굳이 필터를 고를 일도 없었다. 그 시간에 같이 과제하고 얘기 몇 마디 더 나누는 것이 좋았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 그리고 깨달음

이번 도전을 하면서 가장 걱정하던 부분이기도 했다. 안 그래도 스스로 주눅이 들었는데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더 신경 쓰였다. 화장하지 않고 아르바이트에 간 날, “00(다른 여자 알바생)이가 ‘카페 브이로그’ 같은데 해인이(본인)는 ‘체험 삶의 현장’ 같다”라는 소리를 들었다. 또 다른 친구는 보자마자 “너 오늘 왜 이렇게 후리하냐”, “왜 입술만 시뻘거냐”라고 말하기도 했고 심지어는 나더러 “왜 그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왜 그래’라는 세 글자의 짧은 말을 듣고 긴 생각에 빠졌다. 나는 내가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게, 화장하지 않은 게 해명까지 해야 할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불과 2개월 전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도 얼마 전에 친구에게 “**이(대학 동기)는 예쁘게 생겼는데 왜 갑자기 화장을 안 하고 다닐까. 나라면 겁나 꾸미고 다닐 텐데”라며 아무렇지 않게 남의 외모에 관해 얘기하고, 화장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했다.


내가 겪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얼마나 지금까지 남의 외모에 대해 쉽게 말하고 다닌 지 깨달았다. 나의 행동이 얼마나 무례했는지. 나를 비롯해 저 사람들 모두 악의가 없다 할지라도 상대방의 동의 없는 평가는 해서는 안 될 일임을 이제야 알게 됐다.

처음 도전을 시작할 땐 “뭐 별 어려운 거 있겠어? 편하고 좋지”라며 완벽한 성공을 자부했다. 그래서 일주일이 지난 지금 이번 도전이 완벽하게 성공했냐 물으면 나는 “70% 정도 성공했다” 말할 수 있다. 자연인이 되려 했던 나의 궁극적인 목표는 외적인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적인 모습까지 자연스럽고 편한 마음을 갖고자 했다.


그러나 화장을 안 한 나의 모습이 어색하고 낯설어 자신감이 위축되기도 했고, 남들의 시선에 완전히 신경을 끄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내적인 모습까지 자연인이 되는 것은 하루아침에, 일주일 만에 이뤄낼 순 없다. 그래서 나는 100% 성공을 위해 앞으로도 천천히 도전해나갈 생각이다.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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