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협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한국 총괄 “구글파워로 스타트업계의 BTS 발굴할 것”
-구글DNA는 ‘인간 친화’ “아이템보다 아이템 현실화할 ‘사람’을 중시해야”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올해 스타트업의 화두는 ‘글로벌’이다. 구글코리아는 구글이 가진 상징성을 바탕으로 최전방에서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돕는다. 2015년에는 전 세계 세 번째이자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 스타트업 지원공간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를 열었다.
한상협 총괄은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를 운영하는 범세계적 조직 ‘구글포스타트업(GFS)’을 2018년 11월부터 책임지고 있다. ‘헬로마켓’ 공동 창업자 출신의 한 총괄은 미국 이민자로서 또 예일대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의 수학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진출을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구글 스타트업 입주 프로그램(Google for Startups Residency)
2017년 시작된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참가 스타트업에게 입주사 전용 공간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입주 기회와 함께 교육과 멘토링을 지원한다. 구글은 최근 모집 방식을 상시 지원 체제로 변경했다. 입주사마다 최대 6개월까지 입주 기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되 특수한 경우에는 재계약 가능성을 열어뒀다. 자사만의 기술을 바탕으로 확장 가능성 있는 제품 혹은 서비스를 출시한 10인 이하 규모의 스타트업이면 지원 가능하다. 특히 2020년부터는 ‘현재 해외 진출을 했거나 향후 1년 안에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라는 신청 조건을 추가해 글로벌 스타트업을 위한 지원을 강화했다.
최종 선발된 입주사는 글로벌 스타트업 전문가가 상주하며 일대일 멘토링을 제공하는 ‘어드바이저 인 레지던시(Advisor in Residency)’, 2주간 구글 직원의 집중 컨설팅이 이루어지는 ‘스타트업 어드바이저 서밋(Startup Advisors Summit)’ 등과 같이 스타트업의 전략적인 성장과 글로벌 네트워킹 강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스타트업이 안정적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사업모델을 구축할 수 있도록 목표 및 핵심 결과지표(OKR), 디자인 스프린트(Design Sprint) 등의 비즈니스 프레임워크 워크샵과 업계 관계자와의 접점 확대를 위한 데모 데이(Demo Day) 등의 교육 기회와 혜택을 제공 받는다.
2017~2020 누적 성과
- 회원수: 3만 명
- 창업 프로그램: 190여 개
- 캠퍼스 커뮤니티 내 스타트업이 창출한 일자리 수: 1132개+
- 캠퍼스 커뮤니티에서 유치한 투자금액: 1130억원+
- 캠퍼스 입주 프로그램 졸업사: 35개
‘구글포스타트업’ 합류 당시 세운 목표가 궁금하다
“8년간 스타트업에 있으면서 꿈이 하나 생겼다. ‘우리 회사가 잘 되면 나중에 다른 스타트업도 도와주고 싶다.’ 당시만 해도 지원 사업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제안이 왔을 때, 마음을 굳힌 결정적 이유가 바로 구글의 ‘리소스’였다. 8년간 창업자로 있으면서, 국내 창업가들이 자부심을 갖게 하고 싶었다. 스타트업 하는 사람이 인정받아야 한다. 그 방법이 해외진출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구글이 가진 것을 활용해 기업들에게 스타트업의 생태계를 직접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앞으로도 계속 구글이 가진 힘으로 국내 스타트업들에 독특한 가치를 주고 싶다.”
정치학 박사 준비 도중 돌연 창업으로 방향을 튼 이유는 무엇인가
“학계는 어찌 보면 매우 안정적인 직업이다. 하지만 박사학위논문을 작성하면서, 문득 커리어를 고민하게 됐다. 그때 마침 친구가 창업을 제안해왔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세계와 부딪혀보고 싶었다. 그때 나이가 36세였다. 처음 몇 달은 정말 좋았다. 다들 에너지도, 아이디어도 넘쳤다. 그리고 그 뒤에 진짜 고생이 시작됐다. 3년간 한 푼도 못 벌었다. 공동창업자 5명이 모두 월급 100만원으로 3년을 버텼다.”
어떻게 극복했나
“어느 순간 스킬이 생겼다. 10원까지 아끼는 법, 조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법을 배웠다. 무엇보다 팀 빌딩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창업가들은 자기주장이 강하다. 하지만 회사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언젠간 타협하고, 내 생각과 정반대인 사람과도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스타트업 같은 수평적인 조직에선 더욱 그렇다. 즉 멘탈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스타트업은 역동적이고,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하루하루 위태로운 조직이다. 항상 위기 관리(Crisis Management)를 유념해야 한다.”
그럼에도 계속 이 업계에 머물게 한 스타트업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세상에 없는 걸 만든다는 것. 스타트업의 기본적인 DNA는 ‘상상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CEO는 상상을 실행하려는 의지와 욕심까지 있는 사람이다. 내 24시간과 인생을 걸고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 창업가를 매우 존경한다. 그리고 이렇게 재능을 가진 사람이 더 활발히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럼 세상이 달라질 것이다. 한국이 세계를 리딩할 수도 있다. 한국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BTS 이전엔 K-POP의 가능성이 이렇게 클 거라고 점치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해냈다. 내가 만난 한국인 창업가들은 하나같이 세다. 참을성도, 능력도 있다. 또 우리나라는 교육기반이 잘 마련돼 있다. 인프라나 IT기술도 훌륭하고 유저들도 똑똑하며 역동적이다. 여러모로 가능성이 충분하다.”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의 3가지 핵심 키워드
1. 구글 네트워크(Google Connection)
구글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세계 진출 기반을 마련해준다. 해외 스타트업 지원 기관과도 파트너십을 맺어,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을 만날 수 있도록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2. 구글 제품(Google Products)
구글 애널리틱스, G 스위트, 텐서플로우, 구글 클라우드와 구글 플레이, 유튜브 등 구글 제품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제품지원부터, 기술 멘토링, 트레이닝을 제공하며 구글 클라우드를 사용할 수 있는 크레딧도 지급한다.
3. 구글 우수 사례 공유(Google Best Practices)
장ㆍ단기적 목표와 핵심 결과 지표(Objectives and Key Results)를 설정해 팀을 구성하는 방법부터, 마케팅, 홍보, 인사관리 등 스타트업 운영에 필요한 노하우를 공유한다.
구글스타트업캠퍼스 입주프로그램의 선발기준이 궁금하다
“올해는 특히 ‘글로벌 역량’을 많이 본다. 구글스타트업캠퍼스 입주프로그램은 스타트업과 회사가 함께 해외진출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방법을 찾아 실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즉 해외시장에 얼마나 잘 맞는지를 중요하게 평가한다. 못지않게 기술력도 필요하다. 기술은 해외 시장에서의 중요한 보호막이 된다.”
참가 기업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곳이 있나
“모든 곳이 다 기억에 남는다. 지난해 함께한 오디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코클리어닷에이아이’는 능력 있는 엔지니어들이 모여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보유했지만, 이걸 사업적으로 풀기 어려워했다. 그래서 발표나 세일즈 비법을 공유해줬다. ‘인포크’는 대학생 창업팀인데 겁이 없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디플리’는 아기울음소리를 연구하는 곳이다. 요즘은 워낙 오픈소스가 충분해 원천기술을 만들기보다, 있는 기술을 활용하는 게 중요해졌는데 ‘디플리’가 이 오픈소스를 잘 활용했다. 세계의 ‘엄마’들에게 얼마나 큰 편리함을 줄지 기대가 크다. ‘딥메디’는 손가락을 영상 촬영해 손 안의 피 흐름과 심장박동을 바탕으로 고혈압 등을 진단한다. 이 회사를 통해 디지털헬스 시장을 엿볼 수 있었다.”
입주 프로그램 운영 시 주력하는 부분은
“최대한 스타트업의 필요에 맞추려고 한다. 그래서 가장 중요시 하는 게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잘 듣고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각 분야의 전문 구글러를 초청한다. 고맙게도 항상 많은 구글러들이 신청을 해준다. 덕분에 스타트업과 일대일로,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우리의 철칙은 ‘스타트업이 우리에게 맞추는 게 아닌, 우리가 그들에게 맞추는 것’이다.”
청년창업가에게 구글의 철학 중 한 가지만 추천해준다면
“‘인간 중심’이다. 구글은 기업문화나 직원의 만족도에 매우 신경을 쓴다. 창업할 때, 웹사이트나 앱 만드는 데 집중하기 전에 우선 이걸 만드는 사람에게 집중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적은 인력으로 빠른 속도를 내려면 그 인력들에게서 200%를 뽑아내야 한다. 즉 사람이 재산이다. 아이디어만으로 덤비면 백전백패다. 누가 이 아이디어를 잘 실현할지, 직원들이 가진 열정을 어떻게 계속 이어하게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또 회사의 모티베이션이 직원의 모티베이션으로 연결되도록, 그래서 직원이 계속 케어 받는 느낌을 줘야 한다.”
글로벌 진출 노하우도 알려 달라
“회사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중요한 건 현지 사정을 이해하는 것이다. 물론 다른 회사와의 조인트 방식으로도 가능하겠지만 나만큼 내 회사에 열정을 가진 사람은 없다. 그리고 직접 진출하기 위해서는 현지통이 필요하다. 대표급이 가장 좋고, 그게 아니라도 내부에 한 명쯤은 있어야 한다. 물론 이런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쳐달라고 요구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사람이 그 어떤 금전적 투자보다 중요하다. 만약 대표가 직접 드라이빙 한다면, 그 공백을 채우는 과정 역시 깔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
“한국의 창업가들은 확실히 능력이 있다. 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강하다. 올림픽에서의 성적이 좋은 것 역시 멘탈의 힘이 크다. 그리고 스타트업에도 충분히 이렇게 강한 사람들이 많다. 대신 구글같은 기업은 이들이 가치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올해 GFS도 ‘소프트스킬’ 교육에 집중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큰 변화를 겪으면서 멘탈이나 리더십스킬들이 매우 중요해졌다. 대표가 흔들리면 회사가 흔들린다. 하지만 많은 스타트업 대표가 이 교육을 받지 못한다. 멘탈 스트렝스는 이미 업계의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한국은 이걸 경시한다. 대표라면, 항상 평정심을 가지고 판단도 빠르게, 자신 있게 해야 한다. 이번에 ‘웰빙 기업 운영’이라는 주제로 입주프로그램 선발 기업들에게 온라인 교육을 실시한다. 우리가 일조할 수 있는 부분에 앞으로도 계속 집중할 예정이다.”
tuxi0123@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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