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조수빈 인턴기자] “폰트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지구력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폰트를 5~6개월 동안 작업하고 끊임없이 검수하는 과정이 쉽지 않아요. 보통 폰트가 시중에 활성화되기까지도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제 폰트를 마주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어요. 지구력, 끈기 싸움이 아닐까요? (웃음)”


[합격 비밀노트] “거리에서 제가 만든 폰트 볼 때마다 뿌듯함 느끼죠” 산돌 김슬기 PD


Profile

김슬기(27)

산돌 타입디자인팀 PD

학력 건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디자인과 졸업(2018)

입사일 2019년 3월

제작 서체 달슬, 초행

산돌의 타입디자인팀은?

산돌의 타입디자인팀은 올해부터 리테일(산돌구름), 커스텀(기업전용서체), 글로벌(해외 파운더리와 협업 등) 세 가지의 스크럼 팀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산돌 채용 시에는 상·하반기로 나눠 팀 별로 상시 채용 형태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3개월의 수습 기간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 시 적절한 팀으로 배치한다. 현재 산돌 내 타입디자이너는 20명 내외다.



폰트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

“학과 자체가 시각디자인의 전반을 공부하는 학과다. 그중에 폰트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 개인적으로 서체를 만들기도 하면서 폰트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산돌에 지원한 이유가 있다면

“국내에서 가장 큰 폰트 디자인 회사라는 점? (웃음) 산돌에서는 산돌구름이라는 폰트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서 매달 신규 폰트를 출시하고 있다. 디자이너들이 한 달에 하나씩 산돌만의 폰트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신기했다. 기업 전용 서체를 만드는 커스텀 팀보다는 산돌구름에 조금 더 관심이 갔던 것 같다. 흔히 ‘외계어’라고 하는 폰트와 호환이 안 되는 글자들이 있다. 그런 글자도 포용할 수 있게 표준규격을 새로 만든 곳이 산돌이었다. 폰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크게 봤던 부분이다.”

산돌만의 복지는?

산돌은 스마트워크라는 재택근무 보장 제도를 운영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파견 및 학습을 원하는 직원들이 해외에서도 근무할 수 있도록 확장 운영을 목표로 두고 있다. 또한 직원들의 사전 신청을 받아 도수치료사의 치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산돌은 자유 복장을 원칙으로 하며 근무 시간은 10시-7시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6-7시는 자기계발 시간으로 퇴근하거나, 영화를 보는 등 자율적으로 쓸 수 있게 보장하고 있다. 2년마다 돌아오는 해외여행, 직원 대상으로 하는 아파트 에어비앤비 서비스, 육아근로단축제도 등 다양한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합격 비밀노트] “거리에서 제가 만든 폰트 볼 때마다 뿌듯함 느끼죠” 산돌 김슬기 PD

△김슬기 PD 제작 폰트.(사진 제공=산돌)



입사 후 첫 폰트 출시를 앞두고 있다고 들었다

“작년 7월부터 기획해서 올해 초부터 제작에 들어간 폰트가 있다. 가제로 CT Sans(Contrast Sans)라고 부른다. 글자의 가로 획과 세로 획의 굵기 차이를 심하게 둬 주로 제목용이나 아이덴티티 용으로 쓸 수 있게 제작된 폰트다. 보통 폰트가 regular, bold처럼 굵기에 따라서 패밀리(공통 디자인 폰트 집합)를 구성하는데 비해 이번 폰트는 획 대비에 따라 패밀리를 구성하기 때문에 조금 독특하다. 현재는 기획, 파생 단계라 내년쯤 산돌구름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폰트 제작 과정은 어떻게 되나

“프로젝트별로 디자이너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다. 산돌에서는 대부분 ‘Prototype, Product, Publishing’의 단계로 진행된다. Prototype은 프로젝트 초기 단계다. 서체의 전반적인 방향성을 기획하고 시안을 제작하는 단계다. Product 단계는 폰트를 직접 채워나가는 과정으로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제작이 끝나면 흔히 사용하는 otf, ttf파일로 변환한다. 그다음 클라이언트에게 납품하거나 산돌구름에 오픈하는 Publishing 단계로 마무리한다.”


업무 과정은 어떤가

“지금 같은 폰트 파생 단계에는 글자를 계속 채우는 작업을 한다. 글자방이라고 개별 글자의 폴더에 한 글자씩 채워넣는 작업이다. 퇴근 전에는 그 날 완성한 작업물을 출력해서 보고 수정사항을 체크한다.


[합격 비밀노트] “거리에서 제가 만든 폰트 볼 때마다 뿌듯함 느끼죠” 산돌 김슬기 PD



입사하고 가장 좋은 점은 뭔가

“대학생 때부터 혼자 계속 폰트를 만들었다. 3000자에 가까운 글자들을 혼자 본다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같은 분야의 디자이너들과 주기적으로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매주 월요일마다 스크럼회의를 한다. 공유하고 싶은 이슈가 있거나 의견을 듣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자유롭게 소통하는 피드백 시간이다.

시중에 많은 폰트들이 나와 있어 표절문제도 있을 것 같다

“사실 디자이너 사이에서는 예민한 문제이기는 하다. 본인의 미감에 따라 만들어지는 폰트들이기 때문에 분명 다 다른 폰트다. 그래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출시되는 폰트도 항상 눈여겨본다. 폰트 디자인 자체에는 저작권이 따로 없다. 그래서 폰트디자이너 개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일이기도 한 것 같다.”

일을 하면서 조심해야 할 점은 없나. 오탈자 검수는 어떻게 하나

“산돌 기술개발팀에서 오탈자 검수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셨다. 그래서 눈으로 일일이 보던 기존 운영방식 보다는 편하게 됐다. 다만 폰트 출시 이후에는 수정이 어렵기 때문에 출시 전에 디자인, 구성에 대한 검수를 철저히 해야 한다. 폰트의 간격을 바꾼다든지 너비를 바꾼다든지 하는 변화를 줄 경우 폰트 전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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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폰트에 5~6개월의 제작이 걸린다는데, 힘들지는 않나

“입사 전에 혼자 했던 작업은 2년이 걸렸다. 사실 폰트 하나를 디자이너 한 명이 관리하고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자신과의 싸움인 것 같기도 하다. 6개월 정도는 양호한 편이다. 그래서 폰트 디자인을 하려면 지구력이 요구된다고 보면 된다. 특히 커스텀 프로젝트의 경우 클라이언트와 지속적으로 소통을 해야 해 난이도가 조금 더 있는 편이다. 그래도 누군가가 폰트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면 뿌듯함이 앞선다.

입사 과정은 어땠나

“산돌은 서류 과정을 면밀하게 보는 편이다. 서류 지원 합격 시 회사에서 부서별로 간단한 테스트를 진행한다. 개발자라면 코드를 짜는 법, 폰트디자이너라면 작도 등 테스트 내용은 부서별로 상이하다고 한다. 그 이후 1, 2차 면접으로 진행됐다. 꽤 많은 단계를 거쳐 입사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개개인의 가치관이라든지, 특징이 가감 없이 드러나게 되는 것 같다.”

산돌 입사나 폰트디자이너를 준비 중인 후배들에게 조언해 준다면

“폰트디자이너 직무 특성상 아예 폰트에 대한 정보가 없거나 관심이 없으면 합격이 어렵다. 폰트 하나를 만드는 것이 상당히 장기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입사 전에 서체 한 벌을 완성해보고 들어오는 것을 추천한다. 꼭 디자인 전공이 아니더라도 관련 경험이 있다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

나만의 합격팁

서체 한 벌을 완성해보는 경험. 일종의 포트폴리오라고 보면 된다. 개인의 개성이나 스타일이 반영된 서체를 한 벌 완성해보면 폰트디자이너의 일에 대해서 더 깊이 있는 이해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혼자 폰트를 만들 때는 거의 2년이 소요됐다. 그래서 면접 때도 서체 한 벌을 완성했던 스토리를 좋게 평가해주셨다. 뭐든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subinn@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