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틴 잡앤조이 1618=박인혁 기자] 2019년 9월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멀티플렉스(복합 영화관)에서 특별한 단편 영화가 상영됐다. 도플갱어(자신의 환영을 만나는 것)를 소재로 만들어진 이 영상의 제목은 ‘나는 나를 죽였다’이다.



[1618] 한강미디어고 칸 “우리가 만든 단편영화를 영화관에서 관람했어요”



한강미디어고등학교 영상 제작 동아리 ‘칸’이 촬영하고 편집한 12분짜리 공포 영화는 영등포구청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비경쟁 부문 출품작으로 상영회를 통해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과 박수를 받았다. 일 년에 한 편 단편영화를 제작하고 전공 기술을 활용해 사진 봉사활동을 펼치는 한강미디어고 칸 동아리원들에게 촬영 에피소드를 듣고 영상에 대한 열정을 확인했다.

동아리 ‘칸’은 어떤 동아리인가요.

박채원(3학년) 단편영화 등 영상을 만드는 동아리로 한강미디어고 사진영상과 전공 동아리 중 유일하게 영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박수정(3학년, 회장) 주로 단편영화를 만들어 다양한 공모전에 참여하거나 자몽프로젝트(영등포구 청소년 자율동아리 지원 사업)에 지원합니다.

영상 제작 동아리에 가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승민(3학년) 동아리를 홍보하는 시간에 동아리 선배들이 두 가지 영상을 보여주셨는데 퀄리티가 높아서 가입했어요. 아이폰 광고를 패러디한 영상과 각종 효과를 넣어서 제작한 홍보 영상이었는데 활용된 편집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유진(2학년) 평소에 영화나 영상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홍보 기간에 자연스럽게 칸에 대해 알아보고 가입했습니다.



[1618] 한강미디어고 칸 “우리가 만든 단편영화를 영화관에서 관람했어요”


칸 주요 활동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안가은(3학년) 매년 한 편씩 단편영화를 제작해서 영상 공모전에 제출하거나 학교 축제 때 상영합니다.

승민 사진영상과의 전공 동아리인 만큼 영상에 한정하지 않고 사진과 관련한 봉사활동도 병행하고 있어요.

그동안 제작한 단편영화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가은 2018년에는 ‘코인’이라는 제목의 단편영화를 만들어 학교 축제 때 상영했습니다. 평범한 남학생이 특별한 코인을 얻고 그 코인에 집착하고 의지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수정 작년에는 도플갱어를 소재로 한 공포 장르 단편영화 ‘나는 나를 죽였다’를 제작했습니다. 이 작품은 영등포구청에서 지원하는 ‘자몽프로젝트Ⅱ’를 통해서 2019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출품했고 영등포 CGV에서 열린 상영회도 참여했습니다.

봉사활동은 어떻게 진행했나요.

유진 작년에는 치매를 앓고 있는 어르신들의 ‘만수무강 장수사진’을 찍는 재능 봉사를 진행했어요. 비록 영상은 아니지만 전공 지식을 활용해 사진을 찍고 편집해서 결과물을 전해드리는 뜻깊은 활동입니다.

승민 사진 촬영 봉사활동을 나가면 촬영과 편집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는데 저는 사진 편집과 보정을 맡았습니다. 어르신들 피부 보정을 하고 비 대칭된 부분을 조정하는 등 실력을 발휘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만 입술 생기를 활력 있게 불어넣고 싶었는데 기술이 부족해 아쉬웠습니다.



[1618] 한강미디어고 칸 “우리가 만든 단편영화를 영화관에서 관람했어요”


영상 제작을 하며 각각 어떤 역할을 분담하고 있나요.

가은 작가와 총괄 감독, 촬영감독, 편집감독, 배우 등으로 역할을 분담합니다. 1학년 때는 처음 들어가서 보조 역할을 했고 2학년 때는 배우를 맡아 연기했습니다.

승민 각자 촬영과 시나리오, 편집 등 자신이 하고 싶거나 잘하는 역할을 분담하고 있습니다. 저는 전체적인 보조 역할을 주로 해왔지만 올해는 편집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어요.

영상 제작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채원 각각의 장면을 하나씩 찍어서 연결하면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 탄생한다는 것이 영상 제작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진 영상은 표현이 자유롭고 누구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어서 가장 접하기 쉽습니다. 얼핏 보기에 가볍지만 속이 알차고 깊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입니다.

가은 제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영상에 담아서 쉽게 이해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완성된 영상을 보면 어떤 느낌을 받나요.

승민 영상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해왔는데 결코 혼자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배우들도 필요하지만 시나리오 작업을 하며 여러 의견이 모이면 더욱더 좋은 퀄리티를 낼 수 있으니까요.

유진 미숙한 점도 보이지만 “우리가 해냈구나”라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듭니다. 때로는 뿌듯하고 아쉽기도 하면서 복합적인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제작 초기에 막막하고 힘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가은 뿌듯합니다. 하지만 몇몇 아쉬운 점들도 보여서 다음에는 더욱 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구도도 생각보다 안 나오고 색 보정 등 편집에서도 부족한 점이 보여서 다음에는 더욱 퀄리티를 높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촬영하면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가은 영화 ‘나는 나를 죽였다’에는 친구를 죽이는 장면이 있어요. 옥상에서 촬영하다보니 구도도 안 나오고 위험하기도 해서 영상 대신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대체한 적 있습니다. 선배가 복도를 뛰면서 소리를 질렀는데 효과음을 따로 안 넣어도 될 정도로 실감이 나서 모두 놀랐어요.

유진 연기를 배우는 학생이 아니라서 로맨스가 있는 오글거리는 장면을 표현할 때 어려워하고 웃음이 나옵니다.

동아리에 참가하며 생긴 긍정적인 변화가 있나요.

승민 우리가 무심코 보는 영상에도 얼마나 큰 노력이 들어가는지 알게 됐습니다. 영상을 보면서 단순히 별로라고 평가하기보다는 이런 ‘편집 기술을 썼구나’ 생각하며 보게 됩니다.

가은 단편영화에 대한 부담감이 많이 없어지고 자신감이 생겨나는 기분이 듭니다.

유진 원래 영화와 영상을 좋아했는데 동아리에 참가하며 더 깊게 공부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영상을 만들기 위해 영화를 보는 취미를 가지게 됐습니다.

동아리 ‘칸’만의 전통이 있다면요?

수정 신입 동아리원 환영회 때 같이 고기도 먹고 노래방도 가면서 어색한 사이를 풀어나가려 노력합니다.

가은 마늘이랑 고추가 들어간 쌈을 후배들에게 먹이기도 합니다. 대신 선배가 고기값을 계산하는 것도 훈훈한 전통입니다.(웃음)

동아리 활동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채원 모든 인원이 작은 활동이라도 참여할 수 있도록 업무를 분배하는 일이 가장 어렵습니다. 특히 1학년 학생들은 배운 것이 적어서 참여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2학년과 3학년 위주로 진행되기는 하지만 1학년에게 작은 역할이라도 맡겨서 무엇이라도 배워가도록 합니다.

가은 자율동아리가 아니라서 동아리 활동 시간에만 하다 보니 제작 시간이 부족합니다. 물론 방학 때도 시간을 내서 동아리 활동을 하지만 참여를 유도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수정 처음에 장르를 정할 때 의견이 충돌해서 가장 힘들었습니다. 작년에는 공모전에 학생들이 많이 출품했기 때문에 공포라는 장르가 희소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의견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나는 나를 죽였다’입니다.



[1618] 한강미디어고 칸 “우리가 만든 단편영화를 영화관에서 관람했어요”


언제 가장 동아리 활동에 보람을 느끼나요?

채원 단편영화를 완성해서 축제 때 친구들이 저희 작품 을 보러 찾아왔을 때 보람을 느꼈습니다.

수정 사진 촬영 봉사활동을 위해 치매 센터에 방문한 후 2주 후에 한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때 저희가 찍어드린 사진을 잘 써주셨다는 이야기를 들어 슬프지만 보람을 느꼈습니다.

올해 계획된 동아리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수정 우선 신입생을 모집하고 작년처럼 공모전 출품과 단체봉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가은 그동안 어두운 영화만 만든 것 같아서 졸업하기 전에 밝은 느낌의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나에게 영상은 ‘무엇’이다. 한마디로 표현한다면요.

채원 제 인생에서 영상은 불가결(없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영상은 제 삶 그 자체이며 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도 있으니까요.

수정 저에게 영상은 ‘새로운 길’입니다. 사진을 전공하기 위해 한강미디어고에 왔는데 호기심에 영상 동아리에 들어 왔기 때문입니다.


올해 신입생들에게 ‘칸’에 대해 어필해주세요.

수정 칸은 사진영상과에서 유일한 영상동아리입니다. 영상에 관심 있거나 해보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 편하게 지원해 주세요. 환영합니다.

채원 특히 취업이나 진학을 영상 쪽으로 하고 싶은 친구들은 칸에서 단편영화 제작에 도전하세요.




[1618] 한강미디어고 칸 “우리가 만든 단편영화를 영화관에서 관람했어요”

이윤옥 ‘칸’ 지도교사

“촬영과 편집은 물론 상영회까지 학생들이 스스로 진행합니다”


2014년에 설립돼 단편영화를 만들어온 한강미디어고 영상제작 동아리 칸은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 영화제’에서 이름을 따왔다. 칸은 다문화가족 사진 촬영, 치매 어르신 사진 촬영 등 전문성을 살려 지역사회와 연계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2019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동아리 칸은 ‘학교의 주인은 나’라는 주인의식을 바탕으로 자치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어떤 활동이든 학생들 스스로 계획하고 활동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동아리 지도를 담당하는 이윤옥한강미디어고 사진영상과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시나리오는 물론 촬영과 편집, 축제 기간을 활용한 상영회까지 진행한다”며 자율성을 강조했다.


이 교사는 동아리 활동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각종 특강과 진로 관련 업체 탐방을 통해 학생들의 의욕과 열정을 고취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올해 코로나19로 아직 1학년 신입 부원을 뽑지 못했고 활동도 지연되고 있지만 상황이 좋아지면 작년에 이어 단편영화 제작과 봉사활동을 진행할 것”이라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답을 찾는 동아리 칸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hyuk@hankyung.com

사진 제공=한강미디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