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잡앤조이=이진이 기자] 다수의 기업이 화상면접과 온라인 인·적성검사를 도입하는 등 비대면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원자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녀 앞으로 비대면 채용 전형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취업준비생들은 비대면 채용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대기업 인사담당자 출신 유튜버 ‘인싸담당자 제이콥’에게 비대면 채용 준비법에 대해 들어봤다.
비대면 채용 전형이 확산되고 있다. 자소서나 면접 전략도 달라져야 하나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온라인 시스템이나 채널에 의해 생기는 장벽이 있지만, 사람이 평가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다만 예전에는 눈빛이나 면접에 임하는 태도 등 비언어적인 요소들이 상당히 중요했다면 지금은 지원자가 말하는 내용, ‘콘텐츠’가 더욱 중요해졌다. 작은 앵글을 통해 지원자를 보니 내용적인 측면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지원자가 특별히 더 준비할 건 없지만 자신이 말한 내용에 대해 숙지하고 조리 있게 답변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
자소서를 AI(인공지능)로 평가하는 곳도 늘었나
“상당히 늘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 오해하지 말아야 할게 AI로 평가한다고 해서 컴퓨터가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평가하는 것을 AI에 학습시키는 것이므로 결국 사람이 평가하는 것과 같다. 사람이 평가하는 노동성에 효율을 높이는 차원이지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평가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화상면접은 어떻게 준비해야 되나
“기존에 대면면접과 동일하게 준비하면 된다. 예전에는 다대다면접을 보기 때문에 공통 질문을 하고 한 사람에게 깊게 물어보기 어려웠다. 화상면접에서는 앞서 말한 대로 콘텐츠가 중요해지면서 다양한 질문을 하기보다 하나의 질문을 깊이 있게 물어보는 꼬리질문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학연수를 다녀와서 어떤 성과를 만들었다고 한다면 ‘왜 그런 경험을 하게 됐는지’ ‘그것 말고 다른 대안은 없었는지’와 같이 내용에 집중된 질문이 이어진다. 따라서 많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기보다 내가 가진 경험을 깊이 있게 고민하고 답변을 준비해야 한다.”
화상면접 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현직 인사담당자들에게 물어보니 배경이나 습관 등 면접장에서 보이지 않던 부분이 보인다고 한다. 배경이 예쁠 필요는 없지만 지저분하면 안 된다. 또 대면으로 대화를 하면 서로의 습관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데, 화상면접에서는 습관이 눈에 잘 띈다고 한다. 시선을 두는 방향이나 바른 자세에 대한 연습은 조금 필요해 보인다. 평소 화면이 아닌 카메라를 응시하는 연습도 도움이 된다.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부분들까지 채워나가면 좋을 것 같다.”
AI역량검사는 어떻게 준비해야 되나
“지원자들이 오해하는 것 중에 하나가 ‘어떻게 하면 잘 볼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거다. 적성검사는 정답이 있지만 인성검사는 정답이 없다. AI역량검사도 마찬가지로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테스트다. 그런데 대부분의 취업준비생들은 정답이 있는 것처럼 자신이 그 게임을 풀지 못했을 때 혹은 주어진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했을 때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잘해야 된다는 부담보다는 자신을 잘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준비하면 좋을 것 같다. 만약 지금보다 조금 더 열심히 하고 싶다면 유형 파악 정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간혹 사설학원에서 다양한 AI역량검사 게임이나 퀴즈를 학습하는 방법을 가르치는데, 잘 맞추는 게 중요하지 않다. 게임을 풀어나가는 방법에 따라 사람마다 성향이 나타난다. 어떤 사람은 처음부터 과감한 시도를 통해 게임을 해쳐나갈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신중하게 정답률을 높여갈 수도 있다. 성향을 보기 위한 게 AI역량검사의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하면 된다.”
온라인 필기시험의 경우 문항 수는 줄고 난이도는 높아졌다
“준비법이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문항 수를 줄이고 난이도를 높인 것은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변별력 차원에서 온라인 필기시험을 시행한 일부 회사에서 난이도를 높였을 뿐 전체 회사의 난이도가 올라간 것은 아니다. 어차피 상대평가이므로 예전과 동일한 방법으로 준비하면 된다.”
최근 직무중심 인재 채용도 늘었다
“이 부분은 명확하다. 외국의 경우 대학교 2~3학년 때 반드시 인턴을 1~2회 경험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어떤 직무가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과정이 대부분 생략 됐다. 직무 경험을 못 따라가고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인턴을 하면 좋겠지만, 여의치 않다면 현직자를 만나 직무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방법이다. 직무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그 일이 어떤 과업을 수행하고, 그 과업에서 발생한 문제가 무엇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면 된다. 나아가 어떤 과정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까지 알고 있다면 금상첨화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요즘은 기업의 채용 사이트나 유튜브에 직무에 대한 콘텐츠가 많다. 그런 콘텐츠를 깊이 있게 찾아보거나 현직자들이 브런치나 블로그에 쓴 글을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추가로 조금 더 알고 싶다면 인사면 인사전문지, 영업이면 영업전문지 등 직무와 관련된 전문지를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안 되더라도 과월호를 10권정도 한꺼번에 읽으면 ‘이렇게 흘러왔고, 흘러가고 있구나’ ‘여기까지 과업의 범위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대면 채용 관련 취업준비생들의 반응은 어떤가
“화상면접의 경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대면면접을 진행했을 때 면접장에서 열을 재는 와중에, 열이 조금 나서 면접 기회를 박탈당한 지원자도 있었다. 그런 사례를 보면 오히려 화상면접을 편하게 느끼는 것 같다. 그리고 화상면접을 볼 때 지원자들이 스크립트를 미리 써놓는다. 전체를 보진 못하더라도 잠깐씩 키워드를 확인하는 것은 가능하다. 심리적 안정감이 든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취업준비생들에게 조언 한 마디
“취업시장은 직무중심 채용으로 흘러가고 있다. 과업이 무엇이고 그 과업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이나 어려움, 또 그걸 해결하면 어떤 목표를 달성하는지 정리할 수 있으면 직무에 대한 이해는 끝난다. 면접관 입장에서 이걸 아는 지원자는 ‘관심이 있네’ ‘준비를 많이 했네’라고 판단해 뽑는다. 이걸 모르는 지원자는 ‘묻지마 지원이네’ ‘앞으로도 모르겠네’라며 떨어뜨린다. 요즘은 정말 많은 정보가 있기 때문에 스스로 정리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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