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잡앤조이=이진호 기자/백지헌 대학생 기자] 국가 안보는 국군 장병들이 지켜주고, 치안은 경찰공무원들이 지켜준다. 그렇다면 경제는 누가 지킬까. 바로 관세직 공무원들이다. 관세직 공무원은 각 공항과 항만, 내륙지 세관의 수출입통관과정에서 우리 경제에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밀수행위나 밀수품등을 적발한다. 원산지 표기 및 지적재산권 침해여부 등을 단속하는 역할도 한다. 그래서 관세직 공무원은 ‘관세국경의 수호자’로도 불린다.


관세직 공무원은 고유의 전문 분야를 전담하고 있다. 공항 근무 기회나 제복 착용이라는 매력적인 특징이 있어 공무원 시험 수험생들 사이에서 선호되는 직렬로 손꼽힌다. 현직 관세직 공무원으로, 관세국경에서 활약 중인 김현숙 주무관과, 이소망 주무관을 만나 관세직 공무원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가 경제의 최일선 관세국경의 수호자, 관세직 공무원은 어떤 직업일까?

김현숙 주무관

8년차 관세직 공무원

관세직 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유튜브 채널 '시유니맘’s 슬기로운 생활' 운영

국가 경제의 최일선 관세국경의 수호자, 관세직 공무원은 어떤 직업일까?

이소망 주무관

3년차 관세직 공무원

육아하는 공무원 언니 유튜브 채널 '사랑언니' 운영


관세직 공무원은 어떤 직업인지 궁금합니다

김현숙 주무관 : 관세직 공무원은 기본적으로는 관세를 징수하는 공무원입니다. 관세는 우리나라에 반입하는 물품에 매겨지는 세금을 말합니다. 관세직 공무원은 불법총기류, 마약류 등 위해요소의 유입을 차단하며 합법적인 국제교역과 여행자 이동을 촉진시키는 역할도 합니다.


이소망 주무관 : 관세는 여행자들이 해외에서 구매한 물품뿐만 아니라, 최근에 부쩍 늘어난 해외 직구 물품을 비롯해 우리나라에 수출입하는 모든 물품에 붙습니다. 관세 부과는 자진신고로 이루어지고 있어 관세직 공무원은 신고 내역과 실제 들어온 물품이 동일한지를 보고 과세를 합니다. 무역업무와 연관이 많은 공무원이라고 설명할 수 있고 실제로는 부서가 세분화 되어 있어서 관세직 공무원이 하는 일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관세직 공무원을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현숙 주무관 : 친구 아버님이 관세직 공무원으로 일하고 은퇴하셨습니다. 여러 얘기를 들으면서 관세직 공무원이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관세직의 특성상, 활동적이고 새로운 것에 대해 호기심이 큰 제 성향과 관세직 공무원이 잘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공무원을 선택할 때, 서류만 보는 행정업무보다는 외부활동이 비교적 많아 보이는 직렬이 더 매력적으로 와닿았습니다.


이소망 주무관 : 한국외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대기업 취업 준비와 외항사 승무원 준비를 했었는데 준비한 만큼 기대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어요. 이후 대학원과 공무원 준비를 고민하다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습니다. 일반인들이나 수험생들에게 관세직 공무원이 저에게도 생소한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도 생소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직렬보다 제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전략적으로 관세직을 선택했습니다.


두 분이 생각하는 관세직의 장점이 궁금합니다

김현숙 주무관 : 우선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관세직은 어떤 성격과 잘 맞냐고 묻는 분들도 있지만 워낙 업무가 다양해서 '이 일이 나와 안 맞는다' 싶으면 다른 업무를 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업체를 상대로 하는 업무가 많아 민원과의 마찰이 비교적 적다는 점입니다. 개인이 아닌 수출입업체를 상대로 하니 상호 예의를 차리게 되기 때문에 개인 단위의 민원보다는 수월하게 진행됩니다.


이소망 주무관 : 많은 직렬들이 앉아서 일하지만 그와 달리 관세직은 움직이는 일이 많은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앉아서 엑스레이만 보는 부서도 있어요. 또 공항에서 근무하는 기회가 있다는 점과 해외에서 들어오는 여러 물건들을 누구보다 빨리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도 관세직의 매력입니다. 관세직은 부서가 워낙 다양하고 많이 바뀌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답니다. 활주로 주변에서 늘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걸 보는 것도 큰 설렘이죠.


단점으로는 무엇이 있나요

김현숙 주무관 : 일단 임용이 되면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는 반면, 업무를 익히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공부를 해야 합니다.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하는 부담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국가직공무원의 특성상 순환보직으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 주기적으로 발령을 받게 되는데 보통 3년마다 다른 곳으로 발령을 고민해야 합니다. 싱글일 때는 체감이 적었는데, 결혼 후 아기를 낳고 한곳에 정착하려고 하다 보니, 이 문제가 크게 다가옵니다. 특히 저는 작은 내륙지 세관에 근무 중이라 이 주변에 있는 가장 가까운 세관이 1시간 반 정도 걸립니다. 제가 발령을 다시 받게 되면 왕복 3시간을 출퇴근을 해야 합니다.


이소망 주무관 : 아무래도 인천공항, 인천항 등 인천 베이스 근무지에서 일할 경우가 가장 큽니다. 가령 서울에서 소개팅이 들어오는 경우에 너무 멀다고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이 있어요.(웃음) 그리고 교대근무 부서에 있다 보면 주말에도 연휴에도 일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물리적인 이유로 만남이 와해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그러다가 사내에서도 많이 만나게 되는 경우도 꽤 많고 결국은 다들 잘 만나지만, 근무지 특성상 이러한 점들은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관세직 공무원으로서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김현숙 주무관 : 본청 법인심사과에 근무할 당시 개인통과고유부호 법 개정을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개인통관고유부호 발급 증가로 인한 민원 발생이 많았기 때문에 법개정을 통한 민원인의 애로사항을 충분히 반영하려고 했었습니다. 심적인 부담이 컸던 업무이긴 하지만 법 개정을 직접 진행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뿌듯했던 경험으로 남아있습니다.


이소망 주무관 : 평창올림픽 때 조직위원회 소속으로 지원 근무를 했었던 경험입니다. 모든 해외 선수단, 기자단, 귀빈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오는데, 저는 공항에서 선수단 물품들이 세관에 걸려서 평창으로 넘어가는 차편에 늦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돕는 일을 했습니다. 멋진 선수들을 직접 보는 일도 정말 설고, 제가 외국어 공부를 하며 해외 경험을 쌓았던 시간들이 이 순간을 위해 준비된 거구나 하며 뿌듯하기도 했어요. 우리나라에서 국제행사가 열리는 때에 제가 일할 수 있어서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평창올림픽에 맞춰서 개장을 했는데 누구보다 빨리 새로운 공항에서 일해 볼 수 있었던 점도 정말 뿌듯했던 경험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관세업무에 변화한 점이 있나요

김현숙 주무관 : 대면업무였던 민원컨설팅이 비대면 방식으로 변했습니다. 사무실에도 아크릴 차단벽이 설치됐습니다. 관세사와 수출입기업을 위한 간담회도 집단 모임을 자제하고 서면으로 대체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관세사와 관세직 공무원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관세사와 관세직 공무원은 어떤 관계인가요

김현숙 주무관 : 독립적이면서 공생적인 관계입니다. 관세사는 관세사무소에서 일하며 업체의 수출입 신고를 대행하거나 자문해주는 역할을 통해 수익을 냅니다. 반면 관세직 공무원은 공익을 목적으로 일을 하고 관세사가 제출한 서류를 검토하고 승인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소망 주무관 : 사실 관세사를 직접 만날 일은 거의 드물고, 대부분 서류로 소통합니다. 기업은 수출입신고를 관세법인의 관세사를 통해서 보내오는데, 품목의 수량, 무게, 품목분류, 필요한 요건 등을 꼼꼼하게 기입해서 신고를 해야 합니다. 관세사가 그 신고하는 서류작업을 하고 전자로 수입신고를 하면 세관 공무원이 심사하고 허가를 해주는 시스템입니다.


김현숙 주무관 : 전문성 있는 관세사가 서류를 잘 갖춰서 제출하면 그것을 심사하는 공무원 입장에서는 심사의 수고가 덜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참고로 관세직 공무원으로 일정경력을 쌓으면 관세사 시험을 일부 면제해주기 때문에 관세직 공무원이 은퇴 후 제2의 직업으로 관세사를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관세사 중에는 전직 관세직 공무원인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관세직 공무원 9급과 7급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이소망 주무관 : 기본적으로는 같은 일을 하지만 7급 분들에게 사무분장(역할과 책임)이 더 추가되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7급으로 임용된 경우와 9급부터 승진해서 7급이 된 경우도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20대에 7급으로 들어온 젊은 신입 공무원들은 관세청 본청에 발령되어 다녀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현숙 주무관 : 필기시험 과목수부터 차이가 있습니다. 9급은 5개 과목에 응시하는 반면에 7급은 7개 과목을 응시해야 합니다. 면접도 7급은 PT발표와 토의면접이 있어 개별면접을 진행하는 9급과 차이가 있습니다. 입사 이후에는 연수원에서 함께 생활하고 연수도 같이 받지만, 발령 후 행보는 차이가 납니다. 출발선이 급수만큼 차이가 납니다.


최근 취업의 불확실성으로 청년들 사이에 공무원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현직자로서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현숙 주무관 : 공무원 쏠림현상은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용안정성을 얻기 위해 청년들이 내어주어야 하는 것이 너무 많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시간, 에너지, 젊음 등) 전직공무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고 공무원의 어두운 면도 객관적으로 인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소망 주무관 : 코로나 때문에 더욱 기업의 채용이 축소됐습니다. 취업이 안 돼서 공무원으로 전향한 경우인데, 코로나 이전에는 제가 서른 전까지는 할 수 있는 모든 다른 일들을 많이 경험해보고 공시준비를 하라고 말씀드렸지만 지금은 그렇게 말씀드리기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그렇지만 다른 일들을 꿈꿔보지도 않고 도전해보지도 않고 무작정 공무원 준비를 하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남들이 하니까’, ‘취업이 안된다고 하니까’ 라는 이유보다는, 정말 나에게 이 길밖에 없을 때 도전하기를 권합니다.


관세직 공무원에게 필요한 자질이나 역량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현숙 주무관 : 질문하는 능력입니다. 관세직은 순환보직이기 때문에 업무를 익히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공부를 해야 합니다. 스스로 알아내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각 분야별 잘 아는 직원을 아는 것’과 ‘그 직원에게 제대로 질문하는 방법’이야말로 관세직 공무원에게 필요한 역량이라 생각됩니다. 한근태의 ‘고수의 질문법’이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이소망 주무관 : 어느 부서에 발령이 나든 주어진 일을 잘 배울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합격하면 업무와 관련한 기본적인 내용들은 모두 연수원에서 다 가르쳐 줍니다. 또 무역업무에 관심이 있다면 더 재미있게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관세직 공무원을 꿈꾸는 수험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소망 주무관 : 공항 근무나 관복 때문에 관세직 공무원에 대한 괜한 환상을 가지시는 경우가 많지만, 그냥 공무원의 다양한 직렬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면 좋겠습니다. 공무원이 여러분의 꿈이라고 하기에는 여러분의 젊음이 가진 무한한 역량에 비해 너무 작다고 생각해요. 어느 공무원이든 9급이 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고 반복적인 일을 합니다. 공무원이 되는 것 자체가 목표라면 특정한 직렬을 가리기보다 본인 점수에 맞게 합격에 유리한 직렬을 선택하면 좋겠습니다. 궁금하신 점은 '사랑언니' 유튜브 채널에 와서 질문해 주세요.


김현숙 주무관 : 관세직을 준비하는 수험생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최근 관세직을 준비하는 수험생에게 관세직 업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시켜주기 위해 관세직에 대한 '시유니맘’s 슬기로운 생활'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습니다. 모든 수험생은 훌륭한 멘토를 둘 권리가 있습니다. 관세직에 대한 수험생의 고민을 해결하는 멘토의 역할을 잘 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jinho2323@hankyung.com


국가 경제의 최일선 관세국경의 수호자, 관세직 공무원은 어떤 직업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