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도 씹어 먹는 20대는 옛 말’···'속' 타는 대학생이라면 반드시 내시경 받아야

[한경 잡앤조이=강홍민 기자/백승훈 대학생 기자] 20대의 소화기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위식도 역류질환자 중 20대 환자가 4년 전에 비해 25%나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타 연령대와 비교하면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이제 더 이상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염, 위궤양 같은 소화기 질환이 중장년층만의 질병이라고 볼 수 없게 됐다.

‘돌도 씹어 먹는 20대는 옛 말’···'속' 타는 대학생이라면 반드시 내시경 받아야

최근 4년간 위식도 역류질환 환자 증가율 통계.

전문가들은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 잦은 혼술, 야식 후 바로 취침 등 이미 20대에게 상당히 보편화된 식습관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 탓에 대학생들의 활동량이 부쩍 줄어든 것도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20대가 '돌도 씹어먹는 나이'로 취급받던 건 이젠 너무 먼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기자 역시 요 근래 속이 답답함을 자주 느꼈다. 조금만 먹어도 배가 더부룩하고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헛트림에 가끔 위산이 역류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번번이 소화제를 먹어보았지만 잠시뿐이었다. '금방 괜찮아지겠지' 싶었던 속병은 무려 일주일 가까이 낫지 않았다. 미련하게 병원을 안 가고 버틴 지 2주가 넘어갈 무렵, 옆에서 보다 못한 친구가 한 마디 건넸다. '내시경 한 번 받아보는 거 어때?'

이 나이에 벌써 내시경이라니, 살짝 겁이 났다. 물론 내시경이 소화기질환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반신반의하면서도 손은 이미 병원을 알아보고 있었다. 검사에 대한 두려움보단 방치했다가 혹시 모를 큰 병일 수 있다는 걱정이 더 컸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받게 되었다. 과연 20대도 내시경을 받을 만할까.

AM 09:30 병원도착


‘돌도 씹어 먹는 20대는 옛 말’···'속' 타는 대학생이라면 반드시 내시경 받아야

내시경 검사 전에도 여러 절차가 있다.

내시경 검사 전날엔 최소 8시간 금식이 필수다. 가급적 물도 마시면 안 된다. 간혹 검진 중 구토를 하다가 위 속의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예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침 일찍 병원으로 향했다. 내시경을 받고 싶다고 해서 바로 내시경실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과 진료를 먼저 받게 되는데 의사의 진단에 따라 내시경 검사 처방이 내려진다. 증상을 심각하게 말한 탓인지 나는 진료실을 나오자마자 곧바로 수면내시경에 들어갈 절차를 밟았다.

AM 09:50 동의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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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내시경을 받으려면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검사에 동의해야 한다.

수면내시경을 받기 위해서 먼저 검사 동의서를 작성했다. 수면 내시경은 환자에게 진정제를 투여하고 검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특정한 질병을 앓고 있지 않은지 사전에 알려야 했다. 해당사항 없음에 체크. 이후 간호사가 주의사항을 차례차례로 읊어주었다. 마취가 중간에 깰 수 있다는 점, 간혹 호흡곤란이 올 수도 있다는 점 등등이다.

당연히 그럴 일은 매우 희박하겠지만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비수면을 받겠다고 할까' 간호사는 오히려 젊은 층이 수면내시경을 받기 적합한 연령대라고 말했다. 극단적인 상황이 간혹 노약자들에게는 찾아올 수 있으니 상대적으로 편한 검사방법인 수면내시경을 젊을 때 해두는 게 좋다는 간호사의 이야기에 묘하게 설득됐다.

AM 10:30 수액 링거 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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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액 링거를 맞고 내시경센터로 향했다.

주사실에서 주사를 두 번 맞는다. 하나는 엉덩이에 맞는 주사로 위 운동을 둔화시켜주는 주사다. 빠르고 원활한 검진을 위해서다. 다른 하나는 팔에 맞는 평범한 수액이다. 이곳을 통해 수면 주사액이 들어가는 것이다. 수면내시경을 받는 절차 중 유일한 고통의 순간이었다.

내 키보다 큰 링거를 질질 끌고 내시경센터로 향했다. 대기하는 환자가 많은 탓에 긴 기다림의 시간이 이어졌다. 30분 정도 기다렸을까, 드디어 이름 석 자가 호명된다. 떨림을 안고 내시경센터로 입장했다.

AM 10:40 내시경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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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내 '속'을 들여다본 내시경 기기.


입장하자마자 검사실로 안내 받았다. 부랴부랴 사진을 찍고 침상에 누웠다. 원활한 검진을 위해 누워야 하는 자세도 디테일하게 교정 받았다. 옆으로 비스듬히 누운 뒤, 팔은 허벅지 위로, 다리는 교차했다.

곧이어 마우스피스가 내 입에 물린다. 침대 옆으로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곧 시작할 듯싶었다. '이제 마취될 거예요.' 내 검사실에서의 기억은 딱 여기까지였다.

AM 10:50 내시경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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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 보니 아주 잠깐 여기가 병원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부터 확인했다. 사전에 간호사가 이야기한 대로 딱 10분이 지나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만약 용종(신체 외부나 점막 등에 돌출된 혹의 일종)이 발견된다면 조직검사 때문에 더 오래 걸릴 것임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당장은 목구멍이 살짝 얼얼한 느낌이 전부였다.

정신은 멀쩡해졌지만 20분 남짓한 지루한 휴식이 이어졌다. 상태를 체크하러 온 간호사에게 잠깐 말을 붙일 수 있었다. 젊은 층도 내시경을 많이 받으러 오냐고 물으니 건강검진 목적으로 방문하는 경우라면 손에 꼽을 정도라고 이야기가 돌아왔다.

AM 11:10 역류성 식도염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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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병은 있었고, 2주 치 약을 받았다.


내시경센터에서 나와 의사에게 진단 결과를 들으러 처음 들렀던 내과로 향했다. 경미한 역류성 식도염 판정을 받았다. 위 내용물이 역류해 식도에 염증을 일으키는 증상이다. 담당의사였던 이선홍 내과 전문의는 역류성 식도염이 내시경을 받으러 오는 20대들이 주로 판정받는 병이라고 말했다. 또 서구화된 식습관, 불규칙한 생활습관을 고치고 잦은 스트레스를 줄일 것을 당부했다. 의사가 말한 것들 전부 내 얘기가 아닌 것들이 없어 조금 민망했다.

이 전문의는 또 20대가 내시경을 주기적으로 받을 만한지에 대해서는 "꼭 그럴 필요는 없다"면서도 소화기에 이상이 생긴다면 한 번쯤 받아볼 것을 권고했다. 개개인마다 면역력이나 가족력(유전)이 다르기에 예상치 못한 큰 병을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위암 같은 경우 젊은 층은 암 전이가 빠른 탓에 내시경을 통한 조기발견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 역시 예방을 위해선 식습관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내시경 후기

수면내시경 비용은 약 12만 원.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만약 병을 판정받고 실비보험을 들어두었다면 검진 비용을 꽤 많이 돌려받을 수 있다. (내 경우 약 90%를 환급받았다.) 내시경을 받은 이후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학기 중 줄어든 활동량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꾸준히 식습관을 개선하는 건 물론이다. 코로나 때문에도 그렇고, 어떤 것보다 건강이 제일이라는 말을 자주 느끼는 요즘이다. 20대 내시경, 한 번쯤 받으면 좋지만 더 좋은 건 받지 않아도 되는 몸을 유지하는 것이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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