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협찬도 없이, 수지의 ‘공항패션’ 주인공이 된 스타트업의 신발이 있다. 바로 다울앤하울의 운동화 ‘스퍼브’다. 기존 스니커즈의 딱딱한 고무 밑창의 단점을 개선해 착용감을 높이고 디자인까지 강화한 이 제품은 출시 한 달 만에 2억원을 벌어다주며 회사를 단숨에 흑자로 이끌었다.

“인터넷에 안 나오는데 이 운동화 어디에서 파나요.” “이 운동화 사고 싶은데 살 수 있는 곳을 알려주세요.”


다울앤하울 정성옥(42) 대표의 슈즈 브랜드 ‘제이다울(J.DAUL)’이 첫 선을 보인 스니커즈 ‘스퍼브’는 출시 한 달 만에 월 매출 2억 원을 벌어들였다. 그해 9개월 간 스퍼브가 벌어들인 돈은 25억원. 대기업 오픈마켓으로부터는 독점 입점문의도 들어왔다.


[부산디자인진흥원 육성 스타트업] 정성옥 다울앤하울 대표 “수지의 ‘공항패션’ 바로 그 운동화죠”



3년 뒤 1월 1일, 제이다울이 이번에는 인터넷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배우 수지가 공항에 스퍼브를 신고 등장한 것이다. 협찬도 아니었다. 뉴스기사에 따르면 코디네이터가 직접 구해 신었다는 것. 게다가 전날 수지는 최우수상까지 받았다. 파급효과는 엄청났다. 스퍼브는 이달에만 5000족 이상 판매됐다.


제이다울의 핵심은 고무에 있다. 신발 겉을 감싸는 아웃솔과 안에 들어가는 인솔의 고무 성분을 최상의 편안함을 주도록 배합했다. 인솔에 쿠션을 넣어서 딱딱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스니커즈의 착용감을 높였다. 주력 상품은 기본 단화인 ‘스퍼브’다. 제이다울 설립과 함께 세상에 나온 첫 운동화인데, 당시 5가지 색상으로 시작했던 게 현재 100여 가지 상품으로 늘었다.


[부산디자인진흥원 육성 스타트업] 정성옥 다울앤하울 대표 “수지의 ‘공항패션’ 바로 그 운동화죠”


오픈마켓 창고관리 직원에서 누적 매출 100억원 CEO로

정성옥 대표는 창고관리부터 CS까지 허드렛일을 도맡는 오픈마켓 직원 중 한 명이었다. 차근차근 업계를 배우면서 평소 좋아하던 신발 카테고리 MD까지 맡게 된 그는 관련 행사나 다음 시즌 상품 등을 기획하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았다.


7년간 내공을 쌓으면서 ‘내 신발’이 갖고 싶어진 그는 마침내 2014년, 퇴사 후 본격 창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첫 창업은 녹록치 않았다. 특히 그가 좋아하는 보세상품의 경우 마진은 적고 몸은 몸대로 힘들었다. 비슷한 디자인도 많았다. 첫 창업의 실패를 딛고, 이듬해 그는 두 번째 창업 ‘다울앤하울’을 선보였다. 품목은 정 대표가 평소에 좋아하는 ‘스니커즈’로 정했다.


나만의 스니커즈를 만들며 그가 가장 주력한 건 고무다. 고무와 용액 등 배합 테스트만 수십 차례. 이 과정을 거쳐 아웃솔과 인솔 샘플을 여러 개 만들고 20일간 직접 신어보며 착용감을 테스트했다. 이 같은 개발과정만 8개월이 걸렸다.


마케팅 역시 그가 직접 지휘했다. 본격 제품 출시 2개월 전, 해외 유명 신발을 포함한 다양한 브랜드를 소비자의 입장에서 자세하게 평가하는 SNS 페이지를 만들었다. 콘텐츠가 점차 반응을 얻자 정 대표는 이곳에 제이다울의 상품을 함께 소개하기 시작했다. 얼마 뒤, 구독자가 35만명으로 늘었고 제이다울의 스니커즈 역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구독자들은 ‘제이다울은 판매가 안 되던데 어디에서 구매할 수 있는지’ 물어왔다. 일종의 ‘노이즈마케팅’이 완전히 들어맞은 것이다. 곧 대기업 오픈마켓에서 입점 제안도 오기 시작했다.


[부산디자인진흥원 육성 스타트업] 정성옥 다울앤하울 대표 “수지의 ‘공항패션’ 바로 그 운동화죠”

△ 수지가 착용한 운동화 코니플레인


2018년에는 배우 수지가 공항패션으로 그의 운동화를 신고 나오면서 다시 한 번 제이다울이 인터넷을 달궜다.


“겨울용 신발이었고 봄도 다가오니 원래 단종 시키려던 제품이었어요. 이날 후로 4계절 내내 꾸준히 잘 팔리고 있죠.”


이듬해에는 백화점 바이어들로부터 매장 입점 제안을 받아 백화점에까지 진출했다.


[부산디자인진흥원 육성 스타트업] 정성옥 다울앤하울 대표 “수지의 ‘공항패션’ 바로 그 운동화죠”


6개월 동안 갚겠다던 금형비, 한 달 만에 완납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 같이 보이는 ‘제이다울’이지만, 초기 창업비용이 없었던 정 대표는 막대한 금형비용을 충당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몰드 한 개를 파는 데만 100여만원이 든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 그는 “이를 다시 사이즈별로 만들려면 적어도 한 가지 카테고리의 운동화를 만드는 데 수천만원이 든다”고 말했다.


다행히 이전 직장에서 좋은 공장주를 소개받은 덕에 몰드비용을 나눠서 지불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가 제안한 기간은 6개월. 하지만 제품 출시 후 그는 한 달 만에 바로 모든 돈을 다 지불했다. 제품이 바로 재주문에 들어간 덕이다. 그리고 얼마 뒤에는 오히려 공장주의 사정을 배려해 선지불하기까지 했다.


올해까지 다울앤하울의 누적 매출은 100억원. 최근엔 슬리퍼 등으로 제품군도 다양화했다. ‘리블렛’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도 만들었다. 아웃솔을 상어비늘돌기를 형상화 해 제작했다. 내년 봄 선보일 예정이다. 타깃을 기존 20대에서 넓혀 30~40대까지 공략할 계획이다.


[부산디자인진흥원 육성 스타트업] 정성옥 다울앤하울 대표 “수지의 ‘공항패션’ 바로 그 운동화죠”



2019년, 부산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하는 지원사업에 선정돼 ‘창업도약패키지’의 사업화자금으로 1억6천만원을 지원받았다. 이밖에도 국제신발전시회 1등상, 부산시장상에 작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 표창장도 받았다.


승승장구중인 정 대표이지만, 그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다울과 하울은 그의 두 자녀 이름이다. 그리고 다울은 ‘다함께 사는 우리’라는 뜻이다. 그는 이 ‘다울’을 경영이념으로 일산국립암센터에 1천만원을 기부했다. 또 최근까지 매년 신발도 꾸준히 기증하고 있다.


“제이다울을 컨버스나 반스처럼 꾸준히 사랑받는 스니커즈계의 스테디셀러로 만드는 게 목표예요. 신발을 시작으로 곧 티셔츠부터 가방, 모자 등 잡화까지 토털 브랜드로 키워 선보이겠습니다.”


설립일: 2015년 4월

주요사업: 슈즈 브랜드 ‘제이다울’

성과: 누적 매출 100억원(2019년 15억원)


[사진=이승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