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잡앤조이=김지민 기자/한유진 대학생 기자] 숙명여대가 7월 16일 제20대 신임 총장에 장윤금 교수를 임명했다. 이는 앞서 6월 학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치러진 총장 후보 선거 이후 최종적으로 법인 이사회의 결정에 따른 결과다. 당선인은 올해 9월부터 4년간 숙명여대의 총장직을 수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총장 후보 선거에 참여했던 숙명여대 재학생들은 결과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첫 총장직선제 선택한 숙명여대, 재학생들 "아쉬움과 의혹만 남은 채 끝나"

총장 후보 선거 2차 투표일인 6월 26일 숙명여대 제1캠퍼스 앞에서 ‘전진 숙명’이 적힌 깃발이 흔들리고 있다.



재학생은 안중에 없는 ‘학생 참여 총장 직선제’

숙명여대 법인 이사회 측은 4월 27일, 20대 총장 선거부터 재학생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는 숙명여대 창학 이래 최초 학생 참여 총장 직선제를 도입을 의미했다. 전체 학생 총회 등을 통해 학생 투표권에 대한 끊임없는 목소리를 내왔던 숙명여대 재학생들은 고대해온 총장 직선제 실현 소식에 기쁨을 표했다.


하지만 6월 총장 후보 선거 실시 이후 이들은 허술한 총장 직선 제도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이유는 재학생에게 부여된 투표권이 그 효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는 데 있었다. ‘재학생들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는 슬로건 아래 숙명여대 측이 재학생들의 표를 반영한 비율은 7.5%에 그쳤다. 이는 82%에 육박하는 교원 투표 반영 비율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였다. 즉, 재학생의 표는 실질적인 총장 후보 선출에 있어서 교직원의 표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다.


총장 후보 선거일 또한 적절치 못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차 투표 날짜였던 6월 22일과 23일은 숙명여대 1학기 기말고사 시즌과 겹친 시기였다. 그뿐만 아니라 1학기 온라인 강의 대체로 대다수의 지방 출신 학생들이 서울에 거주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투표와 같은 대안이 마련되지 못했다. 이는 1차 투표에서 학생 단위 득표가 40%의 유효 기준 미달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총장 후보 선거에 직접 투표권을 행사한 숙명여대 영어영문학부 2학년 A(21) 씨는 시국에 맞지 않는 강제적인 오프라인 투표 방식에 불만을 내비쳤다. 선거 당시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거주 중이었던 A씨는 “총장 후보 선거에 직접 참여하기 위해 시험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10만 원에 육박하는 교통비를 들여 서울에 와야 했다”며 “지방에 거주하는 다른 동기들 몇 명은 이러한 사정 때문에 결국 투표하지 못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재학생들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투표 방식이 결국 투표율 저하의 원인들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첫 총장직선제 선택한 숙명여대, 재학생들 "아쉬움과 의혹만 남은 채 끝나"

숙명여대 제1캠퍼스 내 총장 선거 관련 슬로건 앞에서 재학생이 사진을 찍고 있다.



불거지는 부정 선거 의혹과 묵묵부답인 학교

총장 후보 선거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6월 29일 총학생회 측으로 익명의 부정 선거 고발 글이 발송됐다. 글의 내용은 총장 후보 선거 중 교직원들 사이에서 조직적인 부정 선거 의혹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제보자는 총장 후보 선거 도중 직원 내부에서 특정 지지자를 대상으로 불법적인 선거 운동과 투표 강권이 자행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특정 후보의 지지자 중 일부가 총장 선거 관리 위원이었다는 의혹이 있었으며, 이후 2차 투표에서 후보자들의 표가 비정상적으로 나뉘는 양상을 보였다고 전했다.


총학생회 측은 즉시 학교 측에 부정 선거 조사를 위한 진상 조사 위원회 소집을 요구했다. 그러나 총장 선거 관리 위원회는 익명의 제보 메일이 일방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한 최종 후보 1, 2위의 최종 득표율을 공개하며, 모든 선거권자를 대상으로 익명이 아닌 공식적인 이의 제기를 7월 7일 오후 5시까지 요청했다. 이후 선관위는 공식적인 이의 제기가 기간 내에 없었음을 발표했다.


하지만 총학생회는 선관위의 입장이 제보의 내용이 아닌 제보자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지적했다. 또한 진상 조사 위원회 소집의 책임이 현 총장과 법무 이사회에 있으며, 이를 위한 사전 면담 진행을 요구했다. 그러나 총장 측은 ‘해당 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으니 만날 필요가 없다’는 답변을 전달하며 면담을 거절했다. 그리고 7월 15일 마침내 총학생회와 총장 간의 면담이 이루어졌지만, 다음 날인 16일 숙명여대 커뮤니티 스노위를 통해 20대 총장 선임 사실이 공식적으로 고지됐다.


총학생회는 이와 같은 사실에 유감을 표하며, 독립적인 진상 조사 위원회 소집을 위한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숙명여대 내 문과대학, 생활과학대학을 포함한 다수 학부의 학생회는 총학생회의 입장을 지지하는 대자보를 게시했다. 일부 재학생들은 부정 선거 의혹 해소를 위한 총장 직선제 개선 촉구 시위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으나 지난 달 21일 의견 차이 등을 이유로 무산됐다.


진정한 재학생의 권리를 위한 한 발짝

총학생회 지지 대자보를 작성한 황준희(21) 숙명여대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장은 “부정 선거 의혹이 있었지만, 이를 해결하고 공정한 총장 후보 선거 결과를 쟁취하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황 씨의 말처럼 숙명여대의 첫 총장 직선제 실시 총장 후보 선거는 다양한 아쉬움을 안은 채 끝났다. 그러나 미흡한 직선제도 환경 개선과 부정 선거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숙명여대 재학생들의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min503@hankyung.com

[사진=한유진 대학생 기자]


첫 총장직선제 선택한 숙명여대, 재학생들 "아쉬움과 의혹만 남은 채 끝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