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잡앤조이=이진이 기자/최지원 대학생 기자] 대다수의 대학생들이 어학연수, 교환학생 등 유학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어한다. 코로나19로 해외입출국이 제한된 올해는 해외 출국을 준비해 온 학생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코로나 블루'를 앓으며 무료한 일상생활에 지친 이들을 위해 조영원(고려대 경제학 4) 씨의 미국 보스턴 교환학생 경험담을 들어봤다.
보스턴 메사추세츠 주립대(University of Massachusetts, Boston)
어학성적: 토플 100점
파견기간: 2019년 2학기
교환학생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졸업반인 4학년을 앞둔 상황에서 교환학생을 오랜 기간 고민을 했다. 처음에는 ‘취업을 위한 스펙’으로 계획했지만, 3년간 대학을 다니며 얻은 학업 스트레스는 물론 지친 일상에 쉼표가 필요했다. 교환학생이 대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고, 학점을 채우며 휴학하는 기분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서 교환학생을 가기로 결심했다.”
교환학생으로 갈 학교는 어떻게 선택했나
“우선 학교와 협력중인 해외 대학들을 찾아봤다. 학교를 선택하는 기준과 조건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영어권 국가로 가고 싶었다. 독일어를 배우긴 했지만 소통에 익숙한 영어권 국가를 희망했다. 간추리다보니 미국, 영국, 그리고 호주에 위치한 6개 대학을 적어냈다. 그 중 내가 다녀온 메사추세츠 대학은 2순위로 희망한 곳이었는데, 미국 동부는 대중교통이 잘 갖춰져 면허가 없어도 되는 장점이 있었다. 스펙을 쌓기보다 한 학기동안 다양한 경험을 하고 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교환학생을 떠났다.”
어떤 준비를 했나
“파견되는 학교마다 필요한 서류가 달랐다. 메사추세츠 대학에는 대략 열 개정도의 서류를 보냈다. 우리 학교에는 자기소개서를 포함한 지원서, 어학성적, 그리고 교수님과의 면접을 순서로 교환학생을 준비했다. 무엇보다 어학성적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반년에서 일 년 정도 준비가 필요하다. 지난해 여름부터 토플을 준비했고, 같은 해 겨울에 면접을 봤다. 교수님과의 면접에서는 교환학생에 지원한 이유나 계획처럼 형식적인 질문을 받았다. 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 받는 것을 끝으로 필요한 절차를 모두 마쳤다. 이러한 단계를 제외하고도 학교에서 교환학생을 선정하는 데 6개월 정도 소요된 것 같다.”
△다양한 문화를 체험한 모습
교환학생에게 지원해주는 혜택이 있나
“본교에서 지원해주는 혜택은 소득분위에 따라 장학금이 나오는 것 외에는 없다. 교환학생으로 해외에 가면 기숙사를 배정받을 줄 알았는데 순위에서 밀렸다. 때문에 보스턴코리아나 페이스북 그룹 같은 SNS를 통해 직접 발품을 팔아 숙소를 구해야만 했다. 하필 보스턴이 월세가 비싼 도시여서 막막했던 와중에 다행히 한국인 룸메이트와 같이 입주하게 돼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었다. 현지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할인티켓을 종종 판매했다.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한 교통패스를 한 학기 동안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또 보스턴은 야구, 농구, 미식축구 등 많은 스포츠에서 강팀을 보유하고 있는데, red sox 야구 티켓을 20달러에서 30달러에 살 수 있었다. 그리고 뮤지컬 라이온킹 티켓을 30달러에 구매하기도 했다. 자리가 좋지는 않았지만 외국에서 저렴한 가격에 뮤지컬을 볼 수 있었기에 이 점에서는 만족했다.”
현지 학생들과의 교류는 활발했나
“메사추세츠 대학 내에 유학생-재학생 매칭 버디프로그램이 없어서 현지인들과의 교류는 적은 편이었다. ‘엠베세더’라고 교환활동을 진행해주는 현지인 학생들이 있었는데, 그마저도 필수로 참여하는 게 아니어서 교환학생으로 파견된 한국 친구들과 대부분의 학교생활을 함께 했다. 가끔 스페인어 수업을 들으면서 조별활동으로 만난 외국인 친구를 사귈 기회가 있었다. 이때 미국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와 종종 연락을 했는데, 겨울방학에 우연히 해외여행 날짜가 겹쳐 다른 나라에서 그 친구를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메사추세츠 대학 도서관의 모습.
교환학생을 가서 느낀 한국 문화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한국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대형 강의를 수강하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메사추세츠 대학은 수강인원이 20명 정도로 제한된 소규모 강의가 대부분이었다. 본교에서 들어보지 못했던 피아노 수업을 들었는데, 16명의 소규모 수업인 만큼 교수님께서 개인별로 지도해주고 각자의 실력에 맞게끔 과제 곡을 배정해주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또 미국 대학의 수업은 에세이 비중이 크다. 내가 들은 수업은 30명 정도의 수강생이 있었는데, 교수님께서 함께 에세이 주제를 고민하며 구체적인 방향을 잡아 주기도 했고, 에세이 제출 후에는 피드백이 오고갔다. 학생과 교수 간의 양방향 소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모습이 수업 분위기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그리고 발표를 위해 손을 들거나 의견을 내는 학생들이 눈에 띄게 많다는 걸 실감했다.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강의가 진행되고 수업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이전까지 묵묵히 수업만 듣던 나를 되돌아보게 됐다.”
△보스턴 근처 소도시를 여행하던 모습.
교환학생 기간 동안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대다수의 미국 여행객들이 방문하는 고층빌딩이 빼곡한 대도시를 여행하는 것보다 보스턴 근처 도시를 돌아다니며 작고 예쁜 도시를 찾아내는 매력에 푹 빠졌다. 커뮤터레일 티켓을 저렴한 값에 구입해서 근처의 소도시를 여행하며 시간을 보냈다. 근교로 오고갈 수 있는 도시가 많았는데 그 가운데 로드아일랜드주의 프로비던스와 뉴포트, 그리고 세일럼과 락포트를 다녀왔다. 미국은 땅이 굉장히 넓기 때문에 각 도시마다 특색 있는 문화나 자연환경, 건축양식이 존재한다. 그래서 각각의 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전혀 다른 느낌의 작은 나라를 여행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어서 미국만 여행했는데도 지겹지 않았고 매번 새로운 풍경에 감탄하곤 했다. 스스로 미국의 숨겨진 명소를 찾아다니면서 동화 같은 풍경을 직접 눈에 담으며 힐링하던 시간을 한국에 돌아와서도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교환학생을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조언 한 마디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학생들에게 교환학생을 경험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대략 4개월 정도 다녀왔는데, 짧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온 것 같아 후회가 없다. 미국의 내로라하는 큰 도시나 관광코스가 아니라 교환학생이 아니면 가보지 못했을 작은 도시들을 여행할 수 있어서 좋았다. 다양한 미술관들을 다니면서 이전에는 관심이 없었던 미술에 흥미를 갖게 됐고,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며 ‘이래서 사람들이 뮤지컬을 보는구나’를 느꼈다. 한국에 계속 있었더라면 절대 해보지 못했을 소중한 경험들 덕분에 소위 ‘힘들 때마다 교환학생을 갔을 때 경험으로 버틴다’는 말을 이해하게 됐다. 또 혼자 생활하면서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갖게 돼 오히려 한국에서 불안했던 마음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었다. 학기 중에도 여유롭고 다양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교환학생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ziny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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