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잡앤조이=이도희 기자/김해인 대학생 기자] “66사이즈 인줄 알고 샀는데 좀 작네. 다이어트해서 입고 만다!”


옷을 입기 위해 다이어트를 외치는 여성들, 언제까지 작은 옷에 자신의 몸을 맞춰야 할까. 기존의 작고 몸매가 강조됐던 여성복이 아닌 누구나 입을 수 있는 편한 옷을 만드는 곳이 있다. ‘살 빼서 입어야겠어요’라는 후기는 찾아볼 수 없는 여남공용 쇼핑몰 ‘퓨즈서울’의 김수정 대표를 만났다.


[탈 다이어트 ③] 여남공용 쇼핑몰 ‘퓨즈서울’, “왜 여성복은 운동용에도 라인이 있죠?”

김수정 퓨즈서울 대표.


퓨즈서울은 어떤 쇼핑몰인가

“옷으로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사회가 정해둔 여성성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른바 탈코르셋을 지향하는 ‘여남공용’ 쇼핑몰이다. 최근에는 엠넷의 여성 예능 프로그램 Good girl에서 슬릭님의 스타일링을 맡기도 했는데, 디폴트(기본값) 여성이 어떻게 스타일링 할 수 있는지 미디어에 보여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탈 다이어트 ③] 여남공용 쇼핑몰 ‘퓨즈서울’, “왜 여성복은 운동용에도 라인이 있죠?”

왼쪽부터 퓨즈서울의 스타일링을 받은 래퍼 슬릭, 엠넷 ‘굿걸’에서 슬릭의 모습(출처:엠넷 공식 유튜브)


쇼핑몰을 만들게 된 계기는

주로 앉아서 일하다 보니 트레이닝 팬츠를 구매했다. 그런데 바지가 작고 딱 달라붙어 배를 조여 소화불량이 오더라.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남성 운동복과 달리 여성복은 운동용마저 라인이 강조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런 의문들을 해결하기 위해 의류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고 직접 ‘여남공용’ 쇼핑몰을 만들었다.

남녀 공용이라는 말 대신 ‘여남 공용’이라는 말을 쓰는데 뭐가 다른가

일반적인 남녀 공용은 성별과 관계없이 입을 수 있는 옷을 뜻한다. 언뜻 보면 평등한 의복 같지만, 실상은 기본값을 남성으로 둬서 여성들이 착용했을 때 사이즈가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여남 공용을 다시 정의해보기로 했다. 여남 공용이란 여성 사이즈에 맞추되 남성복 퀄리티로 제작되는 옷을 뜻한다.

남성복과 여성복의 퀄리티가 다르다는 뜻인가

남성복을 공부하면서 알게된 사실인데 원단에도 여성용과 남성용이 있다. 여성용 원단은 얇고 하늘하늘한 반면 남성용 원단은 두께가 얇아도 밀도가 높아 탄탄하다. 남성들의 활동성이 더 많다는 이유에서다. 애초에 원단부터 다르므로 최종 결과물인 옷(여성복)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퓨즈서울은 옷의 원단을 가장 중요하게 신경 쓰고 있다.

옷의 사이즈에도 신경쓰고 있다고 들었는데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여성복 사이즈는 점차 줄어들고 있고 허리를 26인치에 맞추기 위해 많은 여성이 다이어트를 시도하는데, 어딘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퓨즈서울은 무조건 작은 사이즈가 아니라 정상적인 사이즈를 제작한다. 우리 쇼핑몰에서 ‘66사이즈 인줄 알고 샀는데 좀 작네요. 살 빼서 입어야겠어요’라는 후기를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다른 데서 XL을 입어서 여기서도 XL을 샀는데 너무 커서 M 사이즈로 교환했어요라는 후기가 다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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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사 쇼핑몰 후기와 퓨즈서울 쇼핑몰 후기 비교


퓨즈서울은 여성용 수트로도 유명하지 않나

보통 여성용 수트 하면 H라인의 치마와 허리선이 들어간 재킷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퓨즈서울은 슬랙스, 조끼, 넥타이로 구성된 수트 셋업을 판매한다. 기존의 불편했던 여성용 치마가 아닌 히든 밴딩이 있는 바지를 통해 복부의 압박을 줄이고 더 편하고 실용적인 옷을 만든다. 여성들도 수트를 편하게 입을 수 있음을, 일상복이 될 수 있음을 전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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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즈서울의 여성용 수트


퓨즈서울의 모델은 무조건 마르기만 한 다른 쇼핑몰 모델과 조금 달라 보이는데

우리 쇼핑몰의 모델은 디폴트의 모습을 하고 있다.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았고, 비정상적으로 마르지도 않았으며 그 어떤 성적 대상화도 없다. 이는 여성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함이다. 디폴트의 모습이라도 어색하지 않고 멋질 수 있다는 것을 알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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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즈서울의 피팅모델


매년 여성들을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성들이 관심과 책임을 지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작년에 진행한 ‘나 정도면 괜찮지’ 프로젝트는 외모 강박, 체중 강박에서 벗어나 자신을 품평하지 않는 세상이 오길 바라며 기획한 프로젝트다. 디폴트의 모습을 한 여성 사진을 통해 ‘나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많구나’라는 걸 좀 더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계획한 것이다. 프로젝트는 주로 페미니스트와 협업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프로젝트는 래퍼 슬릭님, 유튜버 하말넘많의 서솔 님, 강민지 님, 작가 백가희 님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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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즈서울의 ‘나 정도면 괜찮지’ 프로젝트 사진


이익을 추구하는 사업체에서 굳이 돈을 써가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망설이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 프로젝트가 하나의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 변화를 두려워할 여성들에게 혼자가 아님을 말해주고 싶다. 이는 퓨즈서울을 운영하는 궁극적인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프로젝트 비용은 판매 수익금에서 충당한다. 브랜드를 지지해주는 많은 분에게 보답하기 위해 그분들의 소중한 구매금액의 일부를 항상 여성 인권 증진에 도움이 될 만한 프로젝트에 투자하려 한다.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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