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 모 대학 병원 입사, 6개월째 발령 대기 중
-코로나19로 발령 기약 없어... 취업했지만, 고용 불안감 지속
-“인력 부족한 요양 병원서 알바하며 생계 이어가”
[한경 잡앤조이=강홍민 기자/정윤영 대학생 기자] “하루라도 빨리 출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기한 없는 대기 발령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서울 모 대학 병원 신입 간호사 A(25)는 올 초 한 대학병원에 합격했지만 8월이 지난 현재까지 발령을 받지 못하고 있다. A는 길어지는 대기 발령 시기를 요양 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기다리고 있다.
“입사 동기 85명 중에 현재 20명 정도가 입사를 포기했어요. 타 병원 취업을 준비하거나 공무원 준비를 하는 등 다른 취업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들었어요. 빅 5라고 알려진 타 대학병원의 경우에는 웨이팅이 1년이라는 얘기가 있어 불안해요.”
대학 병원의 경우 간호 인력이 부족할 상황을 대비해 대체할 인원을 한 번에 많이 채용하고 순차적으로 발령을 하는 관행을 고수해왔다. 코로나19로 발령 대기 기간이 기약 없이 길어지다 보니 고용에 대한 불안감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A 씨는 “합격한 병원은 코로나19 이후 병동 2개를 폐쇄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병원에 있는 인력 자체를 줄이고, 감염이 취약한 곳에 인력을 투입하기 위해서 일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하반기에 관행대로 많은 인원을 채용한 대학 병원들은 코로나19 이후 대학 병원 내 간호 인력이 줄어든 상황 속에서 발령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 이에 병원 발령 대기 간호사들의 단톡방에는 월 초마다 발령 소식에 관해 묻는 대기자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매월 발령을 기다리는 신입 간호사 단톡방.
병원에서는 몇 명의 대기 발령자들을 임시직으로 쓰고, 선별 진료소로 먼저 보낸 뒤 정규직 자리가 나면 발령을 내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 상황이 매번 바뀌고 있어 공지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발령 시기가 정해지면 2주 전에 공지가 돼 지방에 거취하고 있는 대기 발령자들은 병원 근처 방을 알아볼 시간이 부족하다. 더군다나 기다림의 시간 동안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요양병원의 경우 늘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기 기간에 신입 간호사들이 일할 수 있어 A씨와 같은 간호사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간호 인력이 부족한 지역에 인력을 충원하고자 하는 정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대학 병원은 오히려 간호 인력이 과도하게 많은 상태다. A씨는 “처우가 가장 나은 곳으로 인력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웨이팅이 있더라도 다들 대학 병원에서 일을 하려 한다” 고 말했다.
간호사들의 발령 대기에 대해 서울의 한 대학 병원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늦어지는 건 아니다”라며 “자리가 나는 대로 신입 간호사들에게 연락을 하고 있지만, 확답을 드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대학 병원 관계자는 “내부 규정으로 인해 채용 관련 정보를 말씀드릴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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