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입사하면 목돈 만질 수 있다는 '청년내일채움공제'에 발 묶이는 청년들



[한경 잡앤조이=조수빈 기자] 중소·중견 기업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장기근속과 목돈 마련을 마련할 수 있게 정부와 기업이 함께 지원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는 매년 청년들의 요구 사항을 받아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개선사항이 청년들의 실질적인 어려움들은 해소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청년내일채움공제, 2019년 VS 2020년 달라진 점은?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중견 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지원 제도로 2~3년 동안 매달 12만5000원을 적금하면 기업과 정부의 지원금을 함께 모아 목돈을 만들 수 있는 지원 제도다. 정규직 취업일 기준으로 현재 고용보험 이력이 없거나 최종학교 졸업 후 이전 직장까지의 고용보험 총 가입 기간이 12개월 이하인 자에 한 해 신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실제로 이용해 본 청년들 사이에서는 재가입의 기준과 형평성 문제로 지속적인 불만이 제기돼 왔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2020년부터 관련 규정을 개선해 운영하고 있다. 기존 규정에서 공제 재가입은 기업 귀책으로 인한 퇴사만 가능했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기업 측의 갑질 등의 불합리한 상황에 자진 퇴사 한 경우에도 1회 재가입이 가능하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기업 파산, 휴·폐업 등이 늘어나며 공제가 중도 해지된 경우 재가입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최대 12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또한 선정 급여 기준이 높아 혜택이 필요한 청년이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월 급여 500만원이었던 선정 기준을 월 급여 350만원으로 축소했다. 대상 중견기업의 범위 역시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개선사항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은 여전히 청년내일채움공제 신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년내일채움공제 신청 시 체크해야 할 개정사항

















2019년

2020년

퇴사 사유

기업 귀책

기업 귀책+직장 내 괴롭힘

급여 선정 기준

월 500만원

월 350만원

재가입 기간

퇴사 후 6개월

퇴사 후 12개월



기업마다 다른 청년내일채움공제 제공 환경, 신청은 복불복?

올해 한 중소기업에 입사한 김 모(26) 씨는 “공제를 신청하려고 했는데 회사에서도 공제를 신청해보신 분이 없어서 서류 제출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권역별로 신청 인원이 한정돼 있어 한 번 신청을 거절당한 후에야 선정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입사원 이 모(27)씨는 회사 측에서 빠르게 공제 서류를 마련해 주고 신청을 도와줘 어렵지 않게 가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청년 목돈 마련을 위한 지원제도지만 기업과 청년이 함께 가입을 하는 일종의 적금이기 때문에 기업에 제공되는 관련 교육은 별도로 없다.


특히 지방 소재의 중소기업의 경우 이러한 정부 정책지원과 더욱 큰 거리감을 느낀다. 지방 소재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임 모(29) 씨는 “작년에 회사에서 공제 신청하며 회사 내부에서 형평성 문제가 있어 신청을 거절당했다. 이후에 입사한 신입사원들 역시 비슷한 절차를 겪었다고 들었다”며 황당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고용노동부 청년취업지원과 관계자는 “신규 채용한 기업과 청년이 함께 가입신청을 하면 지원 자격이 되는지 요건 심사를 한다. 그런 심사 과정에서는 필요한 서류나 신청 방식에 대해서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운영기관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中企 입사하면 목돈 만질 수 있다는 '청년내일채움공제'에 발 묶이는 청년들


또 다른 과제, 직장 내 괴롭힘 증명은 어떻게?

올해 청년내일채움공제에서 새로 개정된 사항 중 가장 큰 부분은 ‘자진 퇴사 사유’에 대한 기준 완화다. 직장 내 괴롭힘, 회사 내 갑질 등으로 인한 퇴사의 경우 1회에 한해 재가입이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해당 사항은 센터 담당자가 해당 사업장과 고용노동지청에 확인한 후 고용노동지청의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를 나가 판별하게 된다. 이에 행위자에 대한 징계, 근무 장소 변경 등의 조치가 있었고, 근로기준법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이 확인된다면 자진 퇴사임에도 재가입 1회가 인정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의 퇴사가 얼마나 인정될지는 미지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9년 7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된 사건은 총 4975건이다. 하지만 그중 현재 처리 중인 사건은 374건에 불과하며 2156건의 사건은 취하된 상태다. 실질적 구제도 미비하다. ‘개선지도(848건)’, ‘검찰 송치(53건)’ 등 피해 구제는 적극적인 편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자진 퇴사를 보장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회사가 망해서 이직했는데 가입은 처음부터 다시?

또한 재가입에 대한 부분에도 청년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기업이 파산·부도 등 재정상황이 악화돼 근로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경우에는 공제 역시 해지된다. 대신 1회에 한해 청년이 6개월 내 다른 기업에 취업했을 때 새로 가입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공제 해지와 동시에 정부 지원금은 다시 정부로 환수된다. 또한 청년은 재취업한 기업에서 새로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해 다시 2년, 3년을 채워야 하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근무 시간이 줄어 계약 만기 시기가 늘어나거나, 회사 경영이 악화돼 근무가 어려워지자 청년들이 중도해지에 대한 걱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3개월 전부터 단축근무를 하고 있다는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박 모(30) 씨는 “아직 입사한 지 6개월이 안된 상황이기 때문에 회사가 망하면 공제로 받을 수 있는 돈은 한 달 월급보다 적다. 회사가 일일이 개인의 상황까지 고려하며 파산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일 공제 중도해지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다”며 불안함을 호소했다.


2021년 청년내일채움공제에 정부가 투입하는 예산이 축소될 예정이라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청년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고용노동부는 9월 1일 ‘일자리 사업 예산안’에서 내년 신규 가입 인원을 10만명으로 발표했다. 이는 올해 가입인원인 13만명보다 줄어든 수다. 또한 만기금액 역시 16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축소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다른 유사한 제도와 비교해봤을 때 지원이 높은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한정된 재정예산 내에서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예산안을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subinn@hankyung.com

[사진 제공=Getty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