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최근 핫한 드라마 ‘스타트업’의 열기로 실제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드라마 속 대표 ‘서달미’의 프로페셔널한 발표, 투자자 ‘한지평’의 아낌없는 지원, 액셀러레이터 ‘샌드박스’의 환상적인 서포트까지.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스타트업에 대한 질문에 괴롭다는 3명의 스타트업 재직자에게 직접 물어봤다. “진짜 스타트업은 어때요?”
Profile
박성훈 오프널 대표
K 대리 (중개 플랫폼 스타트업 재직)
L 대표 (교육 플랫폼 스타트업 운영)
극 중 등장한 ‘샌드박스’의 이상적인 지원, 실제로 가능한 일인가
박성훈 대표 “샌드박스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다. 액셀러레이터는 초기 스타트업 발굴 기관이다. 국내에는 단순 재무적 투자를 진행하는 액셀러레이터부터 투자, 멘토링, 업무공간까지 지원해주는 곳이 많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샌드박스처럼 풀코스로 지원해주는 액셀러레이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샌드박스에 입주했던 삼산텍과 인재컴퍼니는 정말 좋은 지원을 받은 팀이라고 볼 수 있다.”
K 대리 “모두가 사기업이다. 투자 가능성을 보고 투자와 지원을 해야 하는 만큼 키다리 아저씨와 같은 이상적인 지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회사의 가능성을 멀리 보고 호의를 이어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스타트업 내 지분싸움, 드라마만큼 격렬한가
박성훈 대표 “회사 바이 회사. 삼산텍과 같이 공동창업자가 여럿인 경우 창업자들간의 지분에 대한 논의를 법인 설립 이전에 하게 된다. 역할에 따라 지분 분배가 달라지는데 보통 대표가 가장 많은 지분을 가져간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 창업 멤버가 대표를 얼마나 신뢰하고 창업 목적이나 이유가 어떤지에 따라 지분싸움 정도는 달라지는 것 같다.”
L 대표 “회사마다 다르다. 대부분 지분 정리를 먼저 하고 창업을 하기 때문에 나중에 지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적다. 극중에서는 샌드박스 내 스타트업들이 해커톤으로 급조된 팀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초기 분쟁들이 많이 보여 흥미로웠다.”
실제 데모데이와 같은 스타트업 행사의 분위기는 어떤가
박성훈 대표 “데모데이는 회사의 성장과정을 여러 사람들, 특히 투자자 앞에서 선보이는 자리다. 개인적으로 경험해본 데모데이는 드라마와 비슷한 듯 달랐다. 드라마에서 투스토의 알렉스는 삼산텍과 인재컴퍼니의 ‘기술’에 초점을 둔 질문을 많이 한다. 실제 데모데이는 그 회사의 ‘사업’에 집중해서 보는 투자자들이 많다. 심사위원들의 질문은 드라마와 비슷한 편이다. 비즈니스에 대한 질문 외에도 꼬리 질문을 통해 대표의 논리력, 준비성을 보기도 한다. 투스토의 알렉스가 삼산텍과 인재컴퍼니의 기술력을 대결하게 하는 장면은 데모데이보다는 해커톤에 어울리는 장면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L 대표 “국내에는 초기 스타트업이 참여할 수 있는 데모데이들이 있다. 특정 액셀러레이터들에게 투자받은 회사만 참여할 수 있는 데모데이가 있고 디캠프의 디데이 행사처럼 매월 열리는 데모데이가 있다. 행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기업에 관심 있는 투자사에서 직접 질문을 하기 때문에 다소 날카로운 질문이 오가기도 한다. 데모데이는 사업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하고 발표하는 자리로 대부분 즐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K 대리 “달미의 스피치는 확실히 드라마의 연출이 가미된 면이 있다. 실제로는 저렇게 극적인 스피치는 본 적 없는 것 같은데.(웃음) 행사 분위기는 행사장 마다 다르다. 주최, 주관사의 성격과 투자사의 성향 등에 따라 분위기가 천차만별이다.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네트워킹을 목적으로 하는 행사도 많은데 큰 규모의 스타트업 참여율은 높지 않다.”
멘토로서의 ‘한지평’ 실제로 있을법한 멘토의 모습인가
박성훈 대표 “한지평 팀장은 사실 굉장히 이상적인 멘토의 모습을 하고 있다. 실제로 멘토, 어드바이저분들을 만나보면 극중 한지평의 모습이나 그 이상으로 팀에 기여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개인적으로 만났던 멘토 분들을 기억해보면 정말 그 팀의 일원인 것처럼 다양한 의견 및 피드백을 주거나 한지평 팀장처럼 투자계약서를 같이 검토하기도 했다. 특히 샌드박스 같은 액셀러레이터는 투자를 받을 경우 담당 심사역, 파트너들이 팀을 전담하게 된다. 팀이 겪는 어려움을 듣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후속투자까지 함께 준비한다고 보면 된다.”
L 대표 “현재 액셀러레이터로부터 투자를 받아 멘토링 역시 받고 있다. 파트너 분들께서 투자한 스타트업의 멘토가 된다. 물론 한지평 정도의 독설은 아니지만 팀과 사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조언들을 많이 해주신다. 회사 역시 파트너님의 조언을 바탕으로 비즈니스모델을 수정하고 확장해 대해 고민해보는 등 크게 성숙할 수 있었던 기회가 됐다.”
K 대리 “여러 정부지원사업에도 참여해봤지만 사업 시스템 자체가 멘토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인 것 같다. 사업 구축을 위한 인력도 함께 구해야 하고 투자 유치도 도와야 하니 그렇다. 스토리상 좀 더 깊게 개입한 면은 분명 있다. 수지 회사라 그런가?(웃음) 하지만 직접적으로 싸우는 경우는 많이 보지는 못했다. 투자자로서의 상하 관계는 있기 때문에 도산과 지평처럼 주먹질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극중에서 서달미는 고졸 출신이다. 실제로 고졸 CEO의 비율은 얼마나 되나
박성훈 대표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창업하거나 대학 재학 중에 창업을 해 최종학력은 고졸인 CEO도 꽤 많다. 개인적으로는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가 아니라면 창업가로서의 역량이 더 중요해 보인다. 서달미가 인공지능 회사의 대표가 돼 인공지능에 대한 빠른 이해도와 학습력을 보이며 비즈니스에 녹여낸 부분이 창업가로서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L 대표 “지인 중에 대학교를 자퇴하고 스타트업 대표를 하는 사람도 있다. 경험상 학벌보다는 대표의 진정성, 팀, 제품, 더 나아가서는 비즈니스와의 핏이 잘 맞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 현실과 드라마 ‘스타트업’의 가장 다른 점을 꼽는다면
박성훈 대표 “서달미 대표에 대한 부분이 가장 비현실적인 듯 하다. 현실에서는 한 명을 채용하는데도 정말 다양한 요소를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극중에서 삼산텍은 서달미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대표로 영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서달미라는 사람이 회사의 대표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이 되는지,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나 배경 지식이 있는지도 모르는데 대표를 맡기다니. 투자계약서 부분도 마찬가지다. 팀원 중 한 명이 변호사였다고 바로 투자계약서를 넘기다니. 대부분은 투자계약서는 멘토와 변호사를 통해 최소 1~2번 이상의 검토를 받고 조율의 과정을 거친다.”
L 대표 “초기에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이상적인 모습을 잘 보여준 것 같다. 극 초기의 스타트업이지만 그럴듯한 사무실, 넉넉한 서버비용, 1억이라는 지원금, 믿을만한 멘토까지 다 갖췄다. 현실은 마냥 따뜻하지는 않다. 극 초기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보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곳은 손에 꼽는다. 경쟁률 도한 드라마보다 더 치열하다.”
드라마 ‘스타트업’의 현실고증 점수를 매긴다면
박성훈 대표 “60점 정도. 스타트업, 벤처업계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생겼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지나치게 과장된 부분이나 많은 것들이 ‘쉽게’ 이뤄진다는 인상을 주는 부분이 있어 스타트업을 준비 없이 시작하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이 되기는 한다. 창업을 꿈꾸고 실행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실제로 극중 비춰지는 서달미의 모습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는 점은 알아줬으면 좋겠다.”
L 대표 “팀 내 분위기, 스타트업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 비즈니스를 하며 생기는 고난, 고민 등을 담아낸 부분은 현실과 유사했던 것 같다. 점수를 매긴다면 90점 정도를 주고 싶다.”
K 대리 “드라마를 보다가 하차했다는 스타트업 종사자가 많다. 그만큼 스타트업 현실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너무 이상적인 성장 스토리 탓이 아닐까. 능력 있는 개발자와 100% 서포트를 해줄 수 있는 든든한 투자사 등. 보다보면 속상해질 때가 있어서 6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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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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