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상인들 사이에서도 시장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있는지 없는지 파악이 안되는 상태죠. 따로 방송이나 안내가 없으니까 그냥 장사하는 거죠. 최근에는 재난 문자가 와도 어디서 왔는지 살펴보지도 않아요.” (동대문 시장 상인 김지호 씨, 가명)
서울의 대표 패션 상권 중 하나인 동대문 시장 유동 인구는 월 평균 800만명을 훌쩍 넘는다. SK빅데이터 플랫폼 지오비전의 분석에 따르면 8월 기준 동대문 패션타운 일평균 유동인구는 27만6006명이었다. 유동인구의 업종도 다양하다. 업체 상인부터 일반 구매자, 대학생, 배송업체 등 각종 분야의 사람들이 전국에서 동대문 시장으로 모여든다.
하지만 이러한 방대한 규모의 유동인구에 비해 동대문 시장의 코로나19 대책은 부실했다. 건물 입구의 소독약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 테이블에 위치해있었다. 출입 시 마스크 착용만 제재할 뿐 체온을 재거나 출입 시 QR코드를 작성하는 곳을 따로 안내하지도 않았다.
△동대문 시장 상가 앞에서 마스크를 벗고 흡연을 하고 있는 상인들.(사진=조수빈 기자)
“동대문 방문 때마다 마스크 두 개 착용은 기본이죠.”
실습 준비물 구매를 위해 매주 한 차례 동대문 시장을 찾고 있다는 대학생 김호영(23) 씨는 “마스크 하나로는 불안해 두 개를 착용하고 나왔다”며 “가게 내부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있다가 손님이 오면 그제야 마스크를 쓰는 곳도 많았다”고 말했다. 취재 차 방문한 한 부자재 동에서도 마스크 목걸이를 이용해 마스크를 목에 건 상태로 영업을 하고 손님이 다가오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또한 김 씨는 “동대문 시장 자체가 상인을 제외한 유동인구의 평균 연령층이 높은 편이다. 마스크에 대한 경각심이 비교적 부족한 것은 그 탓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방역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개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한서연(25) 씨 역시 걱정스러움을 밝혔다. 한 씨는 “흡연구역이 따로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시장 특성 상 야외이기만 하면 그냥 마스크를 벗고 흡연을 하는 비율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또한 시장 상인들은 대부분 실내에서 배달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상인들끼리 모여 마스크를 벗고 함께 식사를 하거나 이야기를 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한 씨는 “상가 자체가 밀폐된 공간이기 때문에 환기도 되지 않는다. 사입을 갈 때면 휴대용 소독제를 챙기거나 비상용 마스크를 꼭 챙겨간다”고 말했다.
△상가 입구에 위치한 손소독제 탁자는 출입구가 아닌 구석에 위치해 있었다.
“코로나19요? 여기는 다른 세상이죠. 다 쉬쉬하는 분위기예요”
최근 동대문 상가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상가 측은 구청 방역 이후 상가 전체 폐쇄가 아닌 상인 개인들에게 자율적으로 운영 여부를 맡기는 방식으로 대처해 상인들의 걱정을 사기도 했다. 한 부자재 상가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 김 모(27)씨는 “문을 닫는 가게는 거의 없었다. 코로나19 이후로 예전보다 손님이 많이 줄었는데 가게까지 닫으면 매출 타격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씨가 묘사한 동대문 시장 현장의 모습은 외부인이 지켜본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의무적 마스크 착용이 이뤄지고 있는 편이나 매장 안에서 마스크를 벗고 다시 착용하지 않는 사람의 비율은 적지 않았다. 김 씨는 최근 유동인구 상황에 대해 “예전보다 유동인구는 많이 줄어든 편이다. 하지만 동대문 시장 특성 상 고정인구가 많은 곳이기 때문에 위험성이 줄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상인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동대문에 직접 옷을 사러 오지 못하는 소규모 상인을 위한 ‘사입삼촌’, 배송업체 등이 주된 고정 출입자다. 동대문에서 악세사리를 판매하고 있는 상인 박 모(46)씨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대문 시장과 같은 대규모 시장은 사각지대다. 업체의 자율성에 맡기게 되면 확진자에 상관없이 장사를 하는 지금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며 “확진자 여부를 숨기지 않고 투명하게 공개한 후 상가 전체를 폐쇄하는 등의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때”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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