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아이돌에서 배우로, 진로 바꿔

-외국인 아닌 배우 ‘권민규‘로 유명해지고 싶어

[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전수한 대학생기자] 한국외대에는 전공이 다양한 만큼 다양한 유학생들이 존재한다. 유학생 배우 권민규(한국이름) 씨도 그 중 한 명이다. 미국에서 유학을 온 권 씨는 K-POP 아이돌이 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권 씨는 처음 한국에 와서 아이돌 데뷔 준비를 했다. 보컬과 춤 레슨을 받으며 연습생들 사이에서 꿈을 키웠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권 씨는 “노래도 춤도 특출 나지 않았고 나이도 많은 편에 속했다. 유학 생활을 하면서 레슨을 병행하는 것도 힘들었다. 데뷔는 멀게만 느껴지던 찰나에 배우라는 새로운 꿈을 찾았다”고 말했다. 3편의 연극과 2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꿈을 키워가고 있는 배우 권민규 씨를 만났다.
"보아 때문에 한국왔어요" K-POP보고 미국에서 날아 온 '푸른 눈' 권민규 씨
자기소개 부탁한다
“미국에서 온 유학생 권민규다. 한국외대 17학번으로 일본언어문화학 전공을 공부하고 있다. 한국이름 ‘권민규’는 미국에서 한국어 공부를 할 때 펜팔이 지어준 이름이 ‘민규’다. 성씨는 제일 존경하는 가수, 보아의 성을 따왔다. 그래서 ‘권민규’다. (웃음)”

한국에 오게 된 이유도 ‘보아 ’때문인가
“출발은 그랬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아이돌 문화를 너무 좋아했다. 보아부터 시작해서 엑소, 소녀시대, 빅뱅…. 그들의 무대 장악력과 화려한 퍼포먼스에 매료됐다. 무대 조명 아래 화려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K-POP아이돌이 되기 위해 한국에 왔다.”

아이돌이 되는 과정이 힘들었을 것 같다
“처음 한국에 와서 아이돌 데뷔 준비를 했다. 보컬과 춤 레슨을 받으며 연습생들 사이에서 꿈을 키웠다. 그런데 현실의 벽은 높더라. 노래도 춤도 특출 나지 않았고 나이도 많은 편에 속했다. 유학 생활을 하면서 레슨을 병행하는 것도 힘들었다. 데뷔가 멀게만 느껴졌다.”

‘K POP 아이돌’의 꿈은 현실에 가로막혔다. 그러나 권 씨는 포기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연기’라는 새로운 길을 찾았고 3편의 연극과 2편의 영화에 배우로 출연했다.

아이돌의 꿈이 연기자로 옮겨진 건가
“마음 속 깊이는 ‘아이돌이 될 수 없다’고 알고 있었지만 꿈이란 게 그렇게 쉽게 포기가 되나. (웃음) 이룰 수 없는 꿈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을 때 한 편의 뮤지컬을 봤다. 학교 교양과목의 과제 중이었는데, ‘엘리자베스’ 뮤지컬이 무척 인상 깊게 다가왔다. 아이돌과 연극배우는 닮은 점이 있다고 깨달았다.”

닮은 점이 무엇인가
“노래하고 표정을 연기하고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아이돌과 연극배우의 공통점이다. 화려한 걸 좋아한다. 배우의 매력에 이끌려 다시 ‘연기자’라는 꿈이 생겼다.”

연기는 어떻게 배웠나
“동아리에서다. ‘외대 연극회’에서 연극을 배웠고 3편의 연극을 올렸다. 더 많은 기회를 위해 배우 프로필을 커뮤니티에 등록해 놓았는데 영화사에서 출연 제의가 왔다. 커리어를 쌓아가기에 이보다 좋은 기회가 있을까 생각해 바로 수락했다. 영화는 아직 개봉 전이라 자세하게 말하기는 힘들다. (웃음)”
"보아 때문에 한국왔어요" K-POP보고 미국에서 날아 온 '푸른 눈' 권민규 씨
△‘필름메이커스’에 등록된 배우 프로필 사진


가장 기억에 남는 연극과 기억에 남는 역할은
“첫 정기공연이 가슴에 오래 남는다. ‘12인의 성난 사람들’이라는 극이었는데 연기뿐 아니라 무대 준비과정을 배울 수 있었다. 힘든 준비 기간을 거쳐 마지막 공연 커튼콜을 할 때 그 뿌듯함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가장 마음에 든 역할은 공연 ‘보석과 연인’의 ‘사내’ 역이다. 주인공의 운명을 정하는 절대자 역할이었는데 역할 자체가 재미있었다. 허무주의와 같은 인문학적 소양도 익힐 기회가 됐다. 대사도 많았다. (웃음)”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주드 로의 ‘작가’ 역처럼 현실감 없는 괴짜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 무대에서만큼은 현실과 멀어져 자유로움을 마음껏 표출하고 싶어서다. 동성애자 역할도 맡아 보고 싶다.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싶어서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연기하는데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한국어가 유창한 편인데도 불구하고 발음은 언제나 지적대상이다. 모국어가 아닌 만큼 억양이나 발음 같은 영역에서는 완벽하진 못하다. 연극에서 발음은 전달의 문제고 전달력이 좋은 배우가 좋은 배우다. 언제나 교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연기를 계속하게 만든 원동력은
“연기 말고는 하고 싶은 일이 없다. 연기연습을 할 때 가슴이 뛰고 무대에서 관심을 받을 때 행복하다. 이런 이유보다 더 필요한 게 있나? (웃음) 글도 쓰고 번역도 하고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화려함은 무대 위에 있다. ‘일상에서는 평범하게’ ‘무대에서는 누구보다 화려하게’가 인생 모토다.”
"보아 때문에 한국왔어요" K-POP보고 미국에서 날아 온 '푸른 눈' 권민규 씨
△무대에 오르기 전 분장을 마친 모습

인터뷰 내내 권 씨는 본명을 밝히지 않았다. 고국에 대한 얘기도 하지 않았다. 넌지시 묻자 이유를 답했다. 답변엔 연기자로서의 당찬 포부가 담겼다.

“주변에서 물어보는 질문이 항상 비슷하다. 본명은 뭐냐, 미국이랑 한국을 비교하면 어떻냐, 한국어가 어떻게 그렇게 유창하냐…. 물론 독특한 캐릭터인 것도 맞고, 외국인 인만큼 관심을 받는 것도 이해한다. 더 깊은 이야기를 원한다. 그런 형식적인 대화보다 알려주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배우로 유명해지고 싶다. 한국에 있는 모두가 ‘권민규’를 알 수 있도록.”

jinho2323@hankyung.com
"보아 때문에 한국왔어요" K-POP보고 미국에서 날아 온 '푸른 눈' 권민규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