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주 변호사’ 채널 영상.(사진 제공=박영주 변호사)
[캠퍼스 잡앤조이=김혜선 인턴기자]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 둘 다 놓친다’라는 속담은 어렸을 때부터 욕심내지 말라는 뜻에서 극히 들어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속담이 무심하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사람이 있다. 바로 유튜브 ‘박영주 변호사’ 채널을 운영하는 박영주(33) 변호사다. 변호사라는 본업과 함께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운영을 시작한 유튜브 채널은 오픈 6개월, 게시글 17개 만에 8000명에 달하는 구독자를 모았다.
박 씨는 스물다섯, 비교적 젊은 나이에 사법고시를 패스해 이후 로펌에서 근무하다 현재 자신의 변호사사무실을 연 6년차 변호사다. 평일은 법조인으로, 주말은 유튜버로 자신의 꿈을 펼치는 박영주 변호사를 만났다.
박영주 법무법인세려 대표변호사
[Profile]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졸업
제53회 사법시험 합격
제43기 사법연수원
남연 법률사무소 변호사
세려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자기소개 부탁한다.
“사법고시를 합격해 사무실을 열어 6년째 운영 중인 변호사이자, 변호사로서의 일상과 공부 노하우, 법이야기를 들려주는 엔잡러 유튜버이다.”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친동생이 3년차 뷰티 유튜버 ‘트위티’이다. 동생 영향으로 유튜브가 활성화되기 전부터 관심이 많았다. 이전에는 뉴스나 법률티비를 통해서 변호사의 모습을 비췄는데, 동생으로 인해 유튜브에 관심을 갖고 더 다양한 걸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시작했다.”
영상제작할 때 동생이 많이 도와주는 편인가.
“썸네일 제작처럼 간단한 업무는 많이 도와준다. 전업 유튜버가 상당히 바빠서 직접 촬영을 도와주진 못하고, 콘텐츠에 대한 조언이나 전반적인 흐름을 잡아주려 한다.”
콘텐츠 제작 시 주제 선정 및 기획 방법이 궁금하다.
“브이로그의 경우는 일상 속에 기록하고 싶은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촬영하는 편이다. 만날 집과 사무실에만 있다 보니 브이로그에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특별한 날에는 ‘이거 한번 찍어볼까? 평소 일상보다는 재밌으니까’하는 마음으로 촬영한다. 브이로그 외에 주제 선정은 다른 유튜브를 보면서 재밌다고 생각했던 것을 참고하는 편이다. 또 공부나 법 관련 영상 같은 경우는 변호사 공부 당시 내가 재밌던 것 위주로 구성한다. 사람들이 알면 유용하겠다 하는 생각을 토대로 촬영해야 많은 사람이 보고 찍는 나도 즐겁다.”
업로드 영상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영상은 어떤 것인가.
“브이로그 대부분 많은 시간을 쏟는다. 브이로그 같은 경우는 늘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일상을 촬영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은 그게 좀 부끄럽다.(웃음) ‘찍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달고 길을 다녀서 부자연스러운 영상이 많아 버려지는 것이 많기 때문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다.”
촬영 시 참고하는 유튜버가 따로 있나.
“되게 많다. 동생 영상은 물론, 변호사들 영상도 많이 참고하는 편이다. 다른 유튜버들을 참고하면서 편하게 말하는 법이나 시선 처리 방법을 많이 본다. 유튜버마다 다른 특색을 갖기 때문에 연구하면서 많이 배우는 편이다.”
유튜버와 변호사, 두 생활 병행이 가능한가.
“가능하다. 생각보다 전혀 힘들지 않다. 오히려 촬영보다는 주제 선정에 더 시간을 쏟는 편인데, 그마저도 따로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주제 선정은 운전할 때나 잠들기 전에 다른 유튜브 채널 30~40분 정도 보면서 많이 생각한다. 그리고 촬영은 주말에 반나절 정도만 투자하기 때문에 조금만 부지런해지면 엄청난 시간을 쓰진 않는다.”
영상편집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들었다.
“편집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말실수나 NG를 자르는 위주로 해서 그렇게 힘들진 않다. 그래도 반나절을 투자하다 보니 요즘은 지인 추천을 받아 전문 편집자에게 맡길 생각이 든다.”
전문 영상편집자에게 맡기는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을 거 같다.
“한 영상당 10~15만원 정도한다. 건당으로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 같아 보이지만, 일주일에 1건씩만 해도 한 달이면 40만원 돈이 나간다. 하지만 수익창출 목적보다는 재미와 나름의 일탈을 위한 것이라 마이너스여도 감안한다.”
유튜브 운영 수익은 어느정도 되나.
“모르겠다. 직종상 영상에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없어 자주 올리지 못한 탓도 있다. 그래도 유튜브가 10만원 이상 수익이 생겨야 수익금이 들어오는데, 통장에 찍힌 거 보니 그정도는 넘지 않았을까 한다.(웃음)”
변호사랑 유튜버 중 어떤 게 더 재미있나.
“당연히 유튜브다. 유튜브는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일이 아니라 하고 싶어서 부업으로 시작한 일이다. 돈 생각 안 하고 직업을 선택하자면 유튜버를 할 것 같다. 변호사 일도 내가 하고 싶어서 되긴 했지만, 비교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심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재미로 일을 하진 않는다. 그런데 유튜브는 내가 찍고 싶은 거만 하면 되니까 그 점이 좋은 거 같다.”
‘변호사 브이로그’하면 댓글이 건전하다는 특징이 있다.
“다른 채널에 비해 건전하긴 하지만 진짜 심한 댓글을 받은 적도 있다. 영상도 보지 않고 와서 댓글을 단 거 같았는데, 심한 비속어가 달렸었다. 영상마다 따라오면서 악플을 써 결국 고소했다.(웃음) 직업 특성상 아는 분들이 많아서 고소 시 적극적으로 도와주려 하는 편이다. 고소장도 정성스럽게 작성해주셔서 원래 유튜브 같은 외부 기업한테는 답신 받기 어려운데 답신까지 받았다. 이런 점 때문에 댓글이 건전하다는 특징을 갖는 거 같다.”
경찰서를 다녀온 영상이 있는데, 어떤 일로 방문한 건지 궁금하다.
“이것도 범죄 관련이긴 한데 악플로 다녀온 건 아니다. 유튜브 운영으로 얼굴이 알려지고 기존 방송에 출연한 경험 때문에 개인정보를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사칭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한번은 ‘박영주 변호사’ 이름을 걸고 불법토토를 권유하고 다닌 사람이 있었다. 변호사의 행동이랑 거리가 멀어서 사람들이 SNS로 제보했다. 그래서 직접 고소하기로 마음 먹고 경찰서에 방문했던 영상이다.”
변호사라면 무겁고 칼 같은 이미지가 강한데, 법률사무소 대표로서 유튜브를 운영에 우려는 없었는가.
“처음엔 굉장히 걱정했다. 브이로그라는 특성상 일상을 보여줘야 했고, 그래서 초반에는 멋진 모습만 보이려 했다. 어려보이거나 장난스러운 모습이 비치면 의뢰인들이 선입견을 갖고 싫어할 거라는 생각이 컸다. 그런데 유튜브가 일상생활에 자리 잡으면서 이런 모습도 거부감 없이 봐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은 가벼울 땐 가벼운 모습을, 똑똑한 얘기를 할 때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고 있다.”
변호사 단체 안에서 유튜브에 대한 제제나 부정적 시선은 없나.
“법적 제제는 없는데 우려의 시선은 있다. 변호사들만 가입할 수 있는 카페가 있는데, 그곳에 걱정하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가장 많이 논제로 나오는 건 ‘직업윤리’에 관한 얘기다.”
어떤 부분에서 직업윤리가 언급되는지 궁금하다.
“한 변호사 유튜버가 법정 내부에서 촬영하는 걸 봤다. 재판가에서는 의뢰인의 개인정보가 공개될 수 있는 점과 다양한 주의점 때문에 승인을 받고 촬영을 해야 하는데 그냥 찍어 올리는 분들이 있다. 이런 작은 사건 때문에 사람들이 ‘변호사로서의 체면이나 품위는 유지하면서 해야되지 않냐’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또 다른 부분에서 직업윤리로 언급됐던 적은 범죄자들의 신상공개에 대한 논제였다. 지금은 범죄자의 얼굴, 이름이 공개되는 게 허용되지만, 이전에는 불가능했다. 이걸 콘텐츠로 삼은 법조인 유튜버들이 과거의 범죄자 얼굴을 지금 공개하고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식으로 콘텐츠를 구상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이게 변호사로서 옳은 행동인가’하는 의문이 떠오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영상이 있다면.
“‘공부법’에 관한 영상의 반응이 정말 좋았다. 기대하고 올렸던 건 아닌데 조회 수가 가장 높았다.(웃음) 댓글도 많이 달렸었는데 공부하시는 분들, 좌절하시던 분들이 많이 와서 고맙고 힘이 됐다는 말을 전하는데 굉장히 뿌듯하더라. 이외에도 영상을 찍으면서 옛날에 공부했던 책을 다시 보는 것도 새로웠고, 이런 경험이 있는 ‘나’이기 때문에 저 사람들에게 힘이 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단순히 조회 수가 높아서 좋기 보단 보람찬 일을 해낸 기분이라 가장 기억에 남는 듯하다.”
그렇다면 ‘스터디위드미’와 같이 공부 콘텐츠로 전향할 생각은 없나.
“해보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다. 그래서 동생한테 물어봤더니 하지 말라더라. 재미없다고(웃음). 그래서 접어둔 상태다.”
법률만 다루는 계정이 따로 있는 거 같다.
“‘법률사무소 세려’라는 회사관리 계정이다. 브이로그를 올리는 ‘박영주변호사’ 채널은 나를 위해 만든 비공식용이고, ‘법률사무소 세려’는 방송작가, 의뢰인들을 위한 공식용으로 생각하면 된다.”
‘법률사무소 세려’ 페이지에서는 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세미나, 강연, 방송출연과 같은 전문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어려운 얘기를 쉽게 풀어서 얘기하는 것 때문인지 방송작가분들이 많이 참고하시는 거 같더라. 회사 측에서 촬영한 영상을 많은 편집 없이 올리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안 들어 배려차원 겸 홍보로 꾸준히 올리는 편이다.”
법률방송, 예능 며느리모시기 등 방송에 활발히 출연을 했었다. 유튜브를 넘어 지속적으로 방송 출연 변호사로 나올 생각은 없나.
“법률방송은 지속적으로 출연할 생각이 있지만, 예능은 힘들 거 같다. 예능 촬영 당시 1박 2일 진행인데도 너무 힘들었다. 적성이랑 안 맞는 거 같다. 이후에 썸바이벌과 같은 연애프로그램에서 미팅 제안이 많이 왔었는데 올 때마다 못한다고 거절하기 바빴다(웃음). 지금은 유튜브를 통해서 사람들이 좀 더 좋아하고 관심 갖는 분야를 보여주고 싶다.”
도전해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있다. 유튜브 ‘킴킴변호사’라는 채널이 있는데, 남자 두분이 나와서 시사얘기를 굉장히 즐겁게 하는데, 이런 법과 관련된 무거운 얘기를 재밌게 풀어나가는 모습을 배우고 싶다. 또 동생이 뷰티 유튜버이다보니 뷰티쪽도 한번쯤은 도전해보고 싶고, 공부법에 대한 콘텐츠도 사랑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동기부여 영상도 촬영해보고 싶다. 이것저것 다 도전해보고 싶은 듯하다.”
어떤 분야에 도전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조언의 한마디 해준다면.
“하고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할 거면 차라리 하고 후회했으면 한다. 사실 나또한 변호사라는 직업을 갖고 유튜브를 시작하기 까지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런데 만약 도전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이 인터뷰할 수 있는 자리도 없었을 것이고 또 이렇게 인사드릴 자리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도전에 대해 망설이고 있다면 하고 후회했으면 한다.”
hsunn0@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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