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최광필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



[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국회의원들의 손과 발이 되고, 때론 머리가 되어 입법 활동을 지원하는 보좌관. JTBC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보좌관’이 인기를 끌면서 보좌관이라는 직업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2004년 정의용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국회에 입성해 7월 1일,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1급)으로 승진한 최광필(54)정책수석비서관을 만나 보좌관의 세계를 들어봤다.



[직업의 세계] “이정재 씨가 하는 보좌관 역할 꽤나 비슷해요” 세상을 움직이는 보좌관의 세계


최광필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

[Profile]

고려대 정치외교학 졸업

동경대학대학원 법학정치학연구과 객원연구원

정의용 의원실 보좌관

문희상 의원실 보좌관

국회의장 정무조정비서관



요즘 드라마 '보좌관‘이 인기다. 시청한 적이 있나

“초반에 조금 봤었는데, 재미있더라. 국회에서 며칠 동안 일어날 일들을 하루로 축약해서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드라마 주인공인 이정재 씨가 미혼으로 나오던데, 실제 보좌관들은 결혼한 사람들이 많다. 비서관이나 보좌관을 할 정도가 되면 거의 기혼자다.”


드라마에서의 보좌관과 실제 보좌관의 싱크로율이 어느 정도인가

“드라마라는 장르 특성상 압축적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더 드라마틱하게 표현되긴 하나 실제와 비슷한 부분이 있긴 하더라. 드라마에서 보좌관이 조사를 많이 나가던데 실제로도 그렇다. 처음 보좌관을 시작할 당시 김선일 피살사건(2004년 6월 22일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해 피랍된 한국 군납업체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이 3주 만에 피살된 사건)이 발생했다. 그 당시 열린우리당 정의용 의원을 보좌하고 있었는데, 그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교회도 가보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도 하고 사태파악을 하고 다녔다.”


그 사건이 보좌관으로서 처음 맡은 임무였나

“맞다. 2004년 5월 말(17대 국회)부터 정의용 국회의원을 모셨는데, 들어오자마자 그 사건을 맡았다. 처음이라 그랬는지 꽤나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보좌관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그전까진 국회에서 일한다는 생각을 전혀 해 본적이 없다. 전공이 정치사상이었고, 국회 들어오기 전까지 일본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었는데, 지도교수님의 제안으로 보좌관을 하게 됐다. 사실 그때 들어오고 싶은 마음은 크지 않았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웃음)”


보좌관은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

“의원실에 보좌관 등 9명(보좌관 2명, 비서관 2명, 6급·7급·8급·9급·인턴 각 1명)이 근무한다. 보좌하는 의원이 상임위를 담당하는 경우 보좌관들이 바쁜 경우가 많다. 예전에 외교통상부(이하 외교부)를 담당했는데, 산하단체도 많이 없어 한 두 명의 보좌관이 국정감사를 준비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지역구 의원 보좌관이면 지역구 관리도 해야 하는데 지역구에서 쏟아지는 민원 처리나 직접 의원실로 찾아오는 분들도 의원님이 안 계실 경우 보좌관이 응대해야 한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일들을 많이 한다.”



[직업의 세계] “이정재 씨가 하는 보좌관 역할 꽤나 비슷해요” 세상을 움직이는 보좌관의 세계

보좌관 역할은 어떻게 구분되나

“한 명이 정부를 맡고, 한 명은 정책을 맡게 된다. 정부가 지역 쪽을 담당하게 되고, 정책보좌관이 상임위 쪽을 주로 맡는다.”


국회에서 여·야간 충돌이 생길 경우 보좌관의 역할도 여·야에 따라 달라지나

“당연히 달라진다. 여당 입장에서는 정부와 협조가 잘 되니까 자료를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보통 여당은 디펜스를 하는 반면 야당은 이것을 깨려고 하는데, 사실 깨는 역할이 더 쉽다. 일단 여당은 야당에서 깨려고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여당 보좌관이 좀 더 힘든 것 같다.”


야당 보좌관이 마음은 편할 수 있겠다

“야당 보좌관도 해본 적 있는데, 야당은 그냥 하면 된다.(웃음) 문제제기를 하는 게 그렇게 어렵진 않다. 반면 여당은 답변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


보좌관이 처음부터 적성에 잘 맞았나

“원래 꿈은 학자여서 처음에 이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사람들이 놀라더라. 열린우리당 시절 석사출신 보좌관은 많은 반면 박사출신은 없어서 박사 학위가 독특한 이력이었다. 박사까지 해서인지 처음에 들어와 보니 다른 보좌관들과 나이차이가 많이 나더라. 내 인생모토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 하자’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면 즐겁게 하자는 성격이라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


의원실 인턴비서 등 국회에서도 청년들을 채용 중이다. 국회에서는 어떤 조건을 갖춘 청년들을 선호하나

“공익에 대한 사명감이나 나랏일을 가족일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업무를 하다 보면 민원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보좌관들은 그들의 고민을 들어야할 의무가 있다. 즉, 억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이다. 약자를 대변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


의원실 인턴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스펙이 있다면

“눈치와 행동이 빠릿빠릿해야 한다. 국회는 속전속결이다. 임무가 주어지면 시간 내 빠르게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팔방미인처럼 두루두루 겸비해야 한다. 그래서 여기 있다가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분들이 많다. 국회에서 일을 하면 문제를 보고 판단할 수 있는 판단능력이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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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은 많이 보는 편인가

“학력은 의원님들마다 다르다.”


보좌관들이 의원실을 옮겨 다니는 경우가 많은 편인가

“보좌관이 의원실을 옮겨 다니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여당에서 야당으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통 한 상임위를 오래한 보좌관들이 인기가 많은데, 그럴 경우 서로 데려가려는 상황도 생긴다.”


보좌관들 중 국회의원 출마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은데, 실제론 어떤가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하기보단 국회에 들어와서 출마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물론 일을 해보면서 출마를 생각해 볼 순 있겠지만 처음부터 출마를 생각하고 국회로 들어오면 일하기 힘들어진다. 보좌관으로 시작해 국회의원이 되는 경우가 있긴 한데 흔치 않다. 출마 했다가 떨어져서 다시 보좌관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출마를 생각해 본 적은 없나

“전혀 생각해본 적 없다. 기회가 주어지면 할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문희상 국회의장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용장보다는 지장, 지장보다는 덕장, 무엇보다 ‘운장’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셨다. 모든 준비를 다 해도 운이 안 따르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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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가장 바쁜 시기가 국정감사 시즌이다. 보좌관들이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시기라 들었는데, 어느 정도인가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나도 첫 국감을 치르고 나서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천식으로 힘들었다. 그래도 봄이 되면 좀 나아지니까···. 지금은 익숙해져서 괜찮다.(웃음)”


현재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으로 보좌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은 어떤 분인가

“생각을 젊게 하시는 분이다. 그리고 달변가시다. 대중연설이 아직 남아 있었다면 아마 대통령도 되시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지금도 국회의장으로서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갖고 일을 하신다. 가끔 화도 내시지만 금방 풀리신다.(웃음)”


국회는 어떤 곳인가

“국회는 나라를 이끌어가는 곳이다. 요즘 국회가 일을 하지 않아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더러 있는데, 국회는 분명 없으면 안 되는 곳이다.”


국회에서 일하고 싶은 대학생 또는 보좌관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조언의 한마디 해 달라

“개인적으로 청년들이 한번쯤 국회에서 일을 해봤으면 좋겠다. 보좌관은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 있는 직업 중 하나다. 인원은 적지만 큰일을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자신의 영역이 주어진다. 그러면 그 영역에서 자기가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고 발전할 수 있다. 보좌관을 그만두고 나간 사람들이 다시 국회로 돌아오는 사례가 많다. 그만큼 매력적인 곳이다.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면 후회는 없을 것이다.”


khm@hankyung.com

[사진=서범세 기자]